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복덩이’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26)가 한국에서 야구 인생 처음으로 올스타전을 경험한다.
페라자는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2024 KBO 올스타전에 베스트12 멤버로 선정됐다. 팬(127만6715표), 선수단(142표) 투표 모두 나눔 올스타 외야수 부문 최다 득표를 받았다. 절대적인 지지 속에 별들의 잔치에 초대된 것이다.
패라자는 올 시즌 65경기에서 타율 3할1푼2리(250타수 78안타) 16홈런 50타점 48득점 35볼넷 66삼진 7도루 출루율 .396 장타율 .576 OPS .972를 기록 중이다. 장타율·OPS 부문 4위에 오르며 전반기를 마쳤다. 5월23일까지 홈런·OPS 1위 질주하며 리그 최고 타자로 군림했고,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와 에너지로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선수들과 팬들의 인정을 받아 베스트 멤버로 나가는 올스타전. 페라자의 야구 커리어 첫 올스타전이라 더욱 의미 있다. 그는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올스타에 뽑힌 적이 있지만 올스타 게임은 못 뛰었다. 이번이 처음 나가는 올스타전이다. 딱히 준비한 것은 없지만 열심히 해서 팬분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페라자는 2022년 시즌 후 더블A 사우던리그 올스타, 지난해 시즌 후 시카고 컵스 자체 마이너 올스타에 선정됐지만 시즌 중 열리는 마이너리그 올스타전인 퓨처스 게임은 나서지 못했다. 미국이 아닌 해외는 한국이 처음인데 이곳에서 또 하나의 뜻깊은 경험을 하게 됐다.
이렇다 할 적응기도 필요 없이 개막 초반부터 폭주한 페라자이지만 부상으로 페이스가 한풀 꺾인 게 아쉬웠다. 지난 5월31일 대구 삼성전에서 수비 중 펜스에 부딪쳐 가슴 통증을 호소한 뒤 후유증으로 고생하며 5경기 연속 결장했다. 이후에도 좀처럼 상태가 회복되지 않아 지난달 9일 1군 엔트리 말소 후 2주간 회복기를 갖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한때 1위였던 홈런 순위도 12위까지 떨어지며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부상 복귀 후 9경기 타율 2할8푼6리(35타수 10안타) 1홈런 8타점 OPS .804로 나쁘지 않지만 초중반까지 보여준 임팩트는 아니었다. 하지만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4일 대전 KT전에서 2루타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 1볼넷으로 활약하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기분 좋은 전반기 피날레였다.
페라자는 “전반기 마무리를 잘해서 행복하다. 부상으로 2주 동안 엔트리에 빠져 있었고, 지금도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지만 통증이 없어져 거의 100%에 가깝다. 시즌 초반 좋았을 때처럼 몸을 최대한 활용한 스윙으로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 빨리 좋았을 때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부상 복귀 후에도 페라자는 수비 중 펜스에 또 부딪치며 특유의 허슬 플레이를 멈추지 않고 있다. 몸이 재산인 외국인 선수라면 무리하지 않고 몸을 사릴 법도 한데 페라자는 “항상 긍정적인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는 게 나의 스타일이다. (몸을 사리는) 그런 생각은 안 한다”고 강조했다.
공수주에서 매 순간 100% 전력을 다하는 게 몸에 배어있다. 스스로 조절이 안 되는 본능과도 같은 부분이지만 그만큼 팀에 애정이 크기에 가능하다. 페라자는 “한국 생활이 너무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어머니와 여자친구도 같이 지내는데 다들 한국 생활에 행복해한다. 잘할 때도 있고, 부상으로 힘든 시간도 있었는데 곁에 가족이 있어 잘 극복할 수 있었다”며 “오랫동안 한국에서 뛰고 싶지만 그건 하느님만 아는 것이다. 난 그저 열심히 하면 된다”고 말했다.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KBO리그 진출을 택한 페라자는 타격에 비해 수비나 주루가 많이 미흡하다. 외야수인데 실책이 무려 8개나 될 만큼 수비에서 우왕좌왕한다. 트리플A에서도 타격은 검증됐지만 불안한 수비 탓에 콜업을 받지 못했는데 한국에서도 같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 같은 모습이라면 당장 메이저리그의 좋은 오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도 아직 20대 중반으로 나이가 젊어 개선 및 발전 가능성은 충분하다. 몇 년 더 한국에서 뛰며 보완하면 더 좋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전반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지난 5월10일 대전 키움전 연장 10회말 끝내기 홈런을 꼽은 페라자는 “아직 우리 팀에 부족한 점이 있지만 후반기에 조금 더 잘하면 보다 많은 승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며 “후반기 목표는 건강이다. 항상 건강한 몸으로 안타를 많이 쳐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