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전반기 마지막 날인 4일, ‘우완 투수 조던 발라조빅(26·Jordan Balazovic)과 총액 25만 달러에 계약했다. 아울러 KBO에 우완투수 라울 알칸타라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20승 MVP 출신 라울 알칸타라와 전반기 마지막 날 결별을 선택했다. 알칸타라는 올 시즌 12경기 2승2패 평균자책점 4.76으로 부진한 성적을 남긴 채 한국을 떠나게 됐다.
두산은 올해 외국인 투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선발과 불펜진에 과부하가 걸렸지만 꾸역꾸역 버티며 여전히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이미 브랜든 와델이 지난달 25일, 왼쪽 어깨 견갑하근 부분 손상으로 전열을 이탈했고 3주 후 재검진을 받기로 결정했다. 브랜든의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를 현재 고민하고 있다. 이천에서 테스트를 받고 있는 KBO 통산 56승의 에릭 요키시, SSG에서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대체선수로 활약했던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게이쇼가 물망에 올라 있다.
그러면서 두산은 알칸타라에 대한 고민도 계속하고 있었다. 2020년 두산에서 31경기 198⅔이닝 20승2패 182탈삼진 평균자책점 2.54의 성적을 기록하면서 MVP와 최동원상을 수상했다. 이듬해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로 떠났지만 2023년 두산으로 다시 복귀, 31경기 192이닝 13승9패 평균자책점 2.67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런데 알칸타라는 5경기 31⅓이닝 1승1패 평균자책점 2.30의 성적을 기록 중인 시점에서 부상을 호소했다. 4월16일 대구 삼성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측 팔꿈치에 피로감을 느꼈고 이날 등판이 불발됐다. 열흘 가량 휴식을 거친 뒤 21일 잠실 키움전은 7이닝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이후 검진 결과 팔꿈치 염좌 소견을 받았지만 한국에서의 검진 결과를 신뢰하지 않았다. 미국으로 건너가 주치의의 검진 소견을 받아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주치의도 똑같이 염좌 진단을 내렸다.
이승엽 감독은 여러 사건이 벌어지면서도 알칸타라를 향한 인내심을 보였다. 결국 한 달 가량 자리를 비운 뒤 5월 26일 1군에 돌아왔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KIA전 3⅓이닝 4피안타(3피홈런) 3볼넷 1사구 5실점으로 무너졌다. 복귀한 이후 6월까지 6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5.81의 성적에 그쳤다.
결국 알칸타라는 마지막 등판이 된 3일 잠실 롯데전까지 무너졌다. 팀은 양석환과 양의지의 만루포 2방으로 13-8로 승리했지만 알칸타라는 2이닝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6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됐다.
두산은 알칸타라가 아프기 시작한 5월부터 혹시 모를 순간을 대비했다. 두산은 이미 발라조빅을 눈여겨 보면서 유심히 관찰해 나갔다. 브랜든도 부상 리스크가 발생한 상황. 여차하면 두 선수 중 한 명이라도 교체를 하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알칸타라를 향한 인내심은 결국 바닥이 났고 발라조빅과 접점을 넓혀 나가며 합의에 이르렀다.
두산은 “롯데전이 교체의 주요 이유는 아니다. 교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라고 말한다. 이미 내부적으로 교체를 생각했고 지난 밤 사이 협상을 급진전 시키면서 발라조빅을 영입했다. 두산은 이날 오후 알칸타라와 면담을 통해 작별을 고했다. 이승엽 감독은 “팀 사정상 선택을 내렸다고 얘기했다. 본인도 충분히 이해한다. 1년 반 함께하면서 많은 걸 해준 선수다. 고맙고 더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제 하루만 보고 결정한 건 아니다. 이전부터 맞아나가는 모습. 위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해서 조금씩 준비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두산은 올해 궁극적으로 우승을 노리는 시즌이다. 양의지(152억원), 양석환(78억원), 홍건희(24억 5000만원) 등을 붙잡았고알칸타라에게도 총액 150만 달러(보장액 13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 약 20억원을 투자했다.
캐나다 출신 발라조빅은 신장 196cm·체중 97kg의 신체 조건을 지녔으며,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미네소타 트윈스의 5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202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18경기 모두 불펜으로 등판해 24⅓이닝 1승 평균자책점 4.44를 기록했다. 17개의 탈삼진과 12개의 볼넷, 5피홈런, 이닝 당 출루 허용(WHIP) 1.56을 기록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기준 포심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4가지 구종을 구사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6.6마일(155.4km), 평균 구속은 95.1마일(153km)였다.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138경기(83경기 선발) 29승28패7홀드1세이브, 평균자책점 4.40이다. 올 시즌에는 미네소타 산하 트리플A 세인트 폴 세인츠 소속으로 24경기(1선발)에 등판해 35⅓이닝을 소화하며 5승4패3홀드 평균자책점 5.60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 당 탈삼진이 10개에 달한다. 올해는 불펜 등판이 대다수지만 9이닝 당 탈삼진이 12.5개에 달한다.
또한 두산은 “한국 무대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의욕이 굉장히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동기부여 요소도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발라조빅에 대해서 이 감독은 “2년 전까지 선발을 했고 스피드와 커브도 좋다. 좋은 구위로 온다면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 본인도 선발에 대한 의지가 있어서 오는 것이다. 힘든 시기인데 빨리 적응해 남은 기간 좋은 결과 내줬으면 좋겠다”라면서 “영상으로 봤을 땐, 젊은 선수고 구속 좋고 볼넷 비율 나쁘지 않다. 구위, 구종가치. 단조롭지 않은 구종이라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두산은 우승을 위해 20만 달러가 넘는 이적료까지 투자했다. 발라조빅에게 쓸 수 있는 최대 한도를 모두 소진했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 4일까지 45승39패2무 승률 .536으로 4위에 올라 있지만 현재 2위 경쟁을 물론 분위기를 탄다면 우승 경쟁도 가능하다. 과연 두산의 선택이 더 높은 순위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