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로서는 천만다행이다. 주드 벨링엄(21, 레알 마드리드)이 출장 정지 징계는 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벨링엄은 1일(이하 한국시간) 슬로바키아전 도중 취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독일 겔젠키르헨의 아레나 아우프샬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슬로바키아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16강전에 출전해 잉글랜드의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잉글랜드는 이날도 졸전을 펼쳤다. 조별리그 내내 3경기 2득점에 그치며 고전하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 수 아래인 슬로바키아를 상대로 끌려다니며 위기를 맞았다.
잉글랜드는 전반 25분 이반 슈란츠에게 선제골을 얻어 맞으며 휘청였다. 위협적인 공격 장면도 슬로바키아가 훨씬 많이 만들었다. 잉글랜드는 후반 들어 잠그기에 나선 슬로바키아 골문을 열심히 두드려 봤지만, 후반 추가시간 5분까지 소득을 얻지 못했다.
패색이 짙던 잉글랜드를 구한 선수는 바로 '차세대 발롱도르' 벨링엄. 그는 마지막 순간 마크 게히가 머리에 맞힌 공을 그대로 환상적인 바이시클킥으로 연결해 극장골을 터트렸다. 그 덕분에 잉글랜드는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벨링엄의 골로 기사회생한 잉글랜드는 빠르게 역전골까지 뽑아냈다. 연장 전반 1분 프리킥 찬스에서 동료의 빗맞은 슈팅을 보고 아이반 토니가 달려들어 패스했다. 이를 해리 케인이 머리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갈랐다.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은 잉글랜드는 한 골 차 리드를 지켜내며 극적으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문제는 그 다음. 경기 후 벨링엄이 출장정지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깜짝 주장이 제기됐다. 그는 극장골을 터트린 뒤 케인과 함께 세레머니를 펼쳤다. 그러더니 잉글랜드 진영으로 돌아가면서 돌연 가랑이 사이에 손을 넣고 몇 차례 흔들었다. 이 모습이 포착된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면서 일이 커졌다.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성적인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디 애슬레틱'은 "벨링엄은 동점골 후 한 제스처로 인해 UEFA로부터 처벌받을 위기에 처했다. 그는 상대편 벤치를 향해 외설적인 제스처를 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경기 규칙에 따르면 '외설적인 제스처' 혹은 '공격적이거나 모욕적인 행동'은 퇴장으로 처벌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벨링엄은 잉글랜드의 구세주로 떠오른 뒤 슬로바키아 벤치를 향해 '19금'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경기장을 걸으면서 사타구니 쪽으로 손짓을 했다. 벨링엄은 그의 '19금 농담'이 슬로바키아 벤치를 겨냥한 게 아니라 '친구들과 농담'이었다고 주장한다"라고 전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벨링엄은 곧바로 해명을 내놨다.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경기장에 있던 절친들을 향한 장난이었다. 슬로바키아가 오늘 밤 경기를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선 전적으로 존중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판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한 하품 이모지와 존중을 표하는 악수 이모지도 곁들였다.
그럼에도 UEFA 윤리 및 징계 감독관이 벨링엄 조사에 착수했다. UEFA 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 경기 범위 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잉글랜드 축구협회 선수 벨링엄의 '품위 있는 행동의 기본 규칙' 위반 가능성 대해 징계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이 문제에 관한 정보는 적절한 시기에 제공될 것"이라고 알렸다.
UEFA 규칙을 보면 '품위 있는 행동의 기본 규칙'을 어길 경우 경고와 견책, 10만 유로(약 1억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지정된 경기 수에 대한 출장정지 등의 처벌을 내릴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벨링엄의 레알 마드리드 선배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가 비슷한 행동을 취했다가 처벌을 피하지 못한 사례가 있다. 그는 지난 2월 알 샤밥과 경기 도중 외설적인 제스처로 논란을 샀고, 1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징계를 받았다. 다만 그는 상대 팬들을 바라보고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17년엔 델리 알리가 잉글랜드 대표팀 경기 도중 팀 동료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렸다가 1경기 출장정지와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호날두와 알리 모두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으나 징계가 내려졌다.
만약 벨링엄이 출장정지 징계를 받는다면 잉글랜드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 이번 대회에서 골 맛을 본 잉글랜드 선수는 벨링엄과 케인 둘뿐이다. 그 누가 나와도 벨링엄의 공백을 메우긴 어렵다.
다행히 벨링엄이 출장정지는 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ESPN'은 "소식통에 따르면 벨링엄의 제스처가 출장정지 징계를 초래하진 않을 것이다. 유죄 판결이 나오더라도 벌금형이 가장 유력하다"라고 전했다.
결국엔 벨링엄의 제스처가 슬로바키아 측을 향한 도발로 해석되느냐 아니냐가 중요할 전망이다. 'BBC'는 "벨링엄은 출장정지보다 벌금형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벨링엄의 해명과 슬로바키아 측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라고 설명했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과 호날두도 2019년 비슷한 제스처를 취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지만, 벌금형에 그쳤다.
한편 잉글랜드의 8강 상대는 이탈리아를 꺾고 올라온 스위스다. 잉글랜드는 오는 7일 스위스와 준결승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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