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이제 시라카와 게이쇼도 선택을 해야 한다. 시라카와의 꿈은 궁극적으로 일본프로야구 진출이다. 그리고 현재 일본 독립리그 출신 선수들이 잇따라 NPB 구단들과 계약을 하고 있다.
프로야구 SSG는 2일, 기존 외국인 선수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부상자 명단 복귀를 공표하면서,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했던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게이쇼와의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구단은 “기존 외국인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6주간의 재활기간 및 2번의 퓨처스 경기 등판을 통해 몸 상태와 기량을 점검했고, 좌완 투수의 이점과 풍부한 선발경험 등 후반기 선발진 강화에 좀 더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올해부터 새로 도입된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의 첫 번째 해당자가 된 시라카와다. 기존 외국인 선수 엘리아스가 내복사근 부상으로 6주 진단을 받았고 대체 선수로 합류했다.
시라카와는 일본 독립리그인 시코쿠 아일랜드리그의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면서 SSG의 레이더에 들었다. 올해 리그에서 7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2.32, 31이닝 35탈삼진의 기록을 남기고 있었다. 독립리그지만 150km를 넘나드는 구위는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고 시라카와는 한국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시라카와는 5경기 동안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경기 2승2패 평균자책점 5.09(23이닝 13자책점) 27탈삼진 9볼넷의 성적을 기록했다. 사직구장의 열광적인 함성에 긴장했던 6월 7일 사직 롯데전(1⅓이닝 8실점(7자책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3자책점 이내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롯데전을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은 2.53(21⅔이닝 6자책점)까지 떨어진다.
최고의 퍼포먼스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대체 선수로 합류해서 최선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랬기에 SSG도 막판까지 고민했다. 시라카와와 엘리아스를 두고 구단 내부에서는 50대50으로 팽팽하게 의견이 갈렸다. 당초와는 다른 전개가 이어졌지만 SSG는 그만큼 시라카와를 높게 평가했다.
SSG는 선택을 했고 이제 시라카와에게도 고민의 시간이 찾아왔다. 당초 시라카와의 한국 무대 마지막 등판은 지난달 27일 KT전이 되는 줄 알았다. 당시 5⅓이닝 9피안타(1피홈런) 5탈삼진 5실점(3자책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현재 KBO리그 외국인 선수 상황이 격변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외국인 투수 브랜든 와델이 왼족 어깨 견갑하근 부분 손상 진단을 받으면서 3주 후 재검진 소견이 나왔다. 결국 단기 대체 선수에 대한 고민을 했고 시라카와, 그리고 지난해 중반 왼쪽 내전근 부상으로 퇴출됐지만 5년 동안 130경기 56승 36패 평균자책점 2.85의 성적을 남기며 특급 선수로 군림한 요키시를 동시에 고민하고 있다.
일단 두산은 요키시를 불러서 직접 확인하고 있다. 29일 입국해서 30일 곧바로 이천에서 라이브 피칭을 펼쳤다. 오는 3일 다시 한 번 라이브 피칭으로 두 번째 테스트를 받게 된다. 시라카와가 오는 3일 웨이버 공시 절차를 밟게 되면 공시일 기준 성적의 역순으로 일주일 간 영입 의사가 있는 팀이 선택할 수 있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시라카와가 나왔다고 기사를 통해 확인했는데 (둘 중) 누가 좋을까요"라고 웃으면서 "시라카와는 비자가 필요 없다. 실전 감각 측면에서 문제가 없고, 한국프로야구에서 한 달 넘게 뛰었기 때문에 적응도 이미 된 상태다"며 시라카와의 강점을 설명했다.그러면서 "다만 우리에게 우선권이 있는 건 아니다. 일주일 웨이버 기간 동안 혹시 다른 팀이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일주일을 지켜봐야 한다"라고 바라봤다.
당연히 시라카와의 의사도 중요하다. 시라카와는 여전히 일본프로야구 도전 의지를 갖고 있다. 시라카와의 원 소속팀인 도쿠시마 역시 시라카와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라카와는 2일 창원 NC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일본프로야구는 어릴 때부터 꿔왔던 꿈이다. 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원 소속팀(도쿠시마 인디고삭스) 사장님 구단주님, 그리고 에이전트와 천천히 상의를 해서 결정한 문제다. 지금은 말슴드릴 수 없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시라카와에게 일본프로야구는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이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2019년 드래프트에 참가했지만 느린 구속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2019년 말 도쿠시마에 입단한 뒤에는 구속을 10km 가량 끌어 올리면서 다시 한 번 일본프로야구 구단들에 어필했지만 아직 해소되지 않은 제구력에 의문을 표시했다.
하지만 독립리그 출신 선수들의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단 시코쿠 아일랜드리그와 함께 대표적인 일본의 독립리그인 BC리그의 니가타 알비렉스가 올해부터는 일본프로야구 2군 리그인 이스턴리그에 참가했다. 독립리그가 이제 제도권으로 편입되기 시작한 것.
이전에도 도쿠시마는 일본 프로팀에 많은 선수들을 진출시켰던 팀이었지만 분위기는 이전과 또 달라진 듯 하다. 최근 독립리그 출신들이 잇따라 프로팀의 부름을 받고 있다.
2일에는 규슈 아시아 리그의 히노쿠니 살라맨더스의 포수 나카가와 다쿠마가 야쿠르트 스왈로즈와 계약했다는 소식이 전했다. 나카가와는 오릭스 버팔로스에 2020년 입단했지만 지난해 전력 외 통보를 받았다. 올해 규슈 아시아리그에서는 2할9푼8리 2홈런 15타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RKK 구마모토 방송’ 은 ‘야쿠르트는 올 시즌 포수진에 잇따르는 선수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라며 나카가와의 이적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과거 지바 롯데에서 4시즌 활약했고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추신수의 동료이기도 했던 레오니스 마틴의 동생인 앤디 마틴이 지바 롯데와 육성선수 계약을 맺었다. 앤디 마틴은 올해 BC리그 이바라키 아스트로플라네츠 소속으로 경기를 뛰었고 일본프로야구 진출의 꿈을 이루게 됐다.
이렇듯 독립리그 출신들에게 문호가 점점 열리고 있는 실정에서 한국프로야구에서 경험을 한 시라카와에게도 또 다른 기회가 생길 수 있다. 시라카와가 한국의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일본프로야구 진출의 꿈을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숭용 감독은 "시라카와의 준비하는 모습, 루틴, 웨이트장에서의 모습, 야구를 대하는 자세 등을 봤을 때, 충분히 NPB(일본프로야구)에 갈 수 있다. 그럴만한 자질이 있고 능력이 있다고 얘기해줬다. '네 자신을 더 믿었으면 좋겠다'고 조언을 해줬다"라며 시라카와의 앞날을 응원했다.
시라카와는 한국 무대에서 많은 것을 깨닫고 더 강해져서 어디서든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일본에서만 통하는 투수가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도 통할 수 있는 투수가 되는 게 목표인데 한국에서 2승 밖에 챙기지 못한 게 아쉬움을 많이 느낀다"라면서 "긴박한 경기에서도 내가 좀 더 잘했으면 이길 수 있었던 경기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제가 못 이끌고 간 것 같다. 능력 부족을 느꼈다. 실력을 갈고 닦아서 좀 더 나은 투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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