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강화위원회(강화위)가 돌연 ‘공중분해’됐다. ‘최고 권력자’ 정몽규 회장을 필두로 대한축구협회(KFA)가 A대표팀 차기 감독 선임이라는 가장 중요한 임무를 맡았던 강화위를 믿지도, 제대로 관리하지도 못한 것이 시발점이다.
KFA 관계자는 1일 “일부 전력강화위원들이 구두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라고 말했다.
지난 달 28일 정해성 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그와 함께 감독 선임 작업을 논의하던 일부 위원들도 사표를 던졌다.
올해 2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후 꾸려진 정해성 체제의 강화위가 사실상 와해된 것이다.
최근 A대표팀 차기 감독 최종 후보군을 다시 꾸린 것으로 알려진 강화위는 순식간에 힘없이 무너졌다. 4개월간 표류를 마치고 7월 초까지 적절한 감독을 데리고 와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수장과 그를 따르던 위원들의 이탈로 사실상 유명무실한 조직이 됐다.
애초에 강화위는 힘있는 조직이 아니긴 했다. KFA가 2021년 갑작스러운 정관 개정 후 강화위를 반쪽짜리 자문기구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파울루 벤투 감독 선임 당시 김판곤 위원장이 전권을 쥐고 선임 작업을 총괄한 것과 달리, 정해성 위원장은 후보군만 선정할 뿐 협상 권한은 없었다.
치명적인 결함은 결국 사고를 만들었다. 정해성 위원장은 면접 협상 시 돈과 계약기간 등 가장 중요한 부분을 언급할 수 없어 5월 중순 1순위 후보 제시 마시(캐나다 대표팀 부임)를 눈앞에서 놓쳤다. 공교롭게도 마시 감독은 부임 후 한 달 반 만에 캐나다의 역사상 첫 코파 아메리카 8강 진출을 이끌어냈다.
강화위가 허울만 있는 조직으로 내려앉았단 것은 감독 선임 최종 결정권자인 정몽규 회장의 입김이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전력강화위가 갈팔질팡 할 때 KFA 수뇌부도 제 자리를 찾지 못했다. 결국 불협화음이 일어났고 정해성 위원장은 사퇴했다.
정해성 위원장은 100명이 넘는 외국인 지도자의 이력서를 받고 살폈지만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해 국내 지도자 선임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KFA 최고위층과 뜻이 같지 않았다. 이견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돌연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화위의 권한을 축소시키며 처음부터 큰 믿음이 없단 속내를 가지고 있던 KFA 최고위층은 결국 해당 조직이 공중분해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오히려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의견이 같지 않더라도 '내 식구'라면 이견을 좁히기 위한 적절한 방법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처사지만 이는 사치에 가까운 기대였다. 믿음도, 관리도 부족했다.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1일 성명을 통해 "정해성 위원장 선임부터 사실상 경질까지의 과정을 보면서 KFA가 운영을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하는지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꼬집었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