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유스' 홍윤상(22, 포항스틸러스)이 동해안더비의 주인공이 됐다.
포항스틸러스는 30일 오후 6시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0라운드에서 울산HD를 2-1로 제압했다.
이로써 포항은 10승 7무 3패(승점 37)로 3위 자리를 지켰다. 이제 2위 울산(승점 38)과는 단 1점 차. 선두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울산은 포항을 잡아내면서 김천(승점 39)을 끌어내리고 다시 1위에 오르겠다는 각오였지만, 원정에서 고개를 떨궜다.
K리그1을 대표하는 창과 방패의 맞대결이기도 했다. 이날 전까지(19라운드 기준) 포항은 18실점으로 리그 최다 실점, 울산은 37득점으로 리그 최다 득점을 자랑했다. 이번에는 포항이 자랑하는 '짠물 수비'가 울산의 공세를 잘 막아내며 승자가 됐다.
포항은 경기 시작 2분 만에 홍윤상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그리고 전반 18분 이호재의 페널티킥 추가골로 2-0을 만들었다.
울산도 전반 25분 고승범의 멋진 프리킥 데뷔골로 추격을 시작했지만, 거기까지였다. 포항은 후반에도 울산의 매서운 공세를 잘 막아내며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포항이 스틸야드에서 울산을 잡아낸 건 659일 만이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홍윤상은 "오랜만에 득점해서 굉장히 기쁘다. 또 아까도 팬분들 앞에서 얘기했는데 포항 유스로서 이런 동해안더비를 이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더 값진 승리다. 너무 너무 기쁘다"라며 활짝 웃었다.
포항의 승리엔 홍윤상의 벼락 같은 선제골이 결정적이었다. 그는 김인성이 건넨 땅볼 크로스를 정확한 슈팅으로 연결하며 골망을 갈랐다. 경기 후 박태하 감독도 이른 시간 득점이 가장 큰 승리 요인이었다며 홍윤상에게 박수를 보냈다. 홍윤상은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워낙 이른 시간이어서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냥 찼는데 들어갔다"라며 득점 장면을 되돌아봤다.
홍윤상은 전반 도중 갑자기 머리에 붕대를 감고 뛰며 팬들을 웃게 했다. 일각에서는 웃기려고 감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홍윤상은 "머리카락이 젖어서 시야를 가리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바로 감았다. 이겼으니까 (웃기려고) 그랬다고 치겠다. 후반에는 비가 멈춰서 벗었다. 그때는 축구를 더 재밌게 하려고 벗었다"라고 밝게 말했다.
이날 포항 팬들은 전반 18분 이호재의 페널티킥 추가골이 나오자 울산의 대표 응원가 '잘 가세요'를 열창하기 시작했다. 보기 드문 상황. 경기 후 박태하 감독은 "머리가 쭈뼛 섰다"라며 팬들에게 경기 중 '잘 가세요'는 자제를 부탁하기도 했다.
직접 경기를 뛰고 있던 홍윤상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그는 "우선 나 역시 자라면서 워낙 많이 들은 노래다. 어떤 의미인지 알기 때문에 더 기뻤던 것 같다. 20분 만에 모든 팬분들의 노래를 그렇게 크게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찌 됐건 우리가 잘했다는 이야기다. 굉장히 신기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홍윤상은 "한 골 내주고 나서 살짝 뭔지 모를 이상한 기운이 들긴 했다. 하지만 그래도 잘 버텨서 승리했으니 결과적으로 좋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동해안더비 득점으로 침묵을 깬 홍윤상. 마음의 짐은 좀 털어냈을까. 그는 "아니다. 아직 부족하다"라고 손사래를 친 뒤 "사실 워밍업할 때 (신)광훈이 형이 슈팅 뭐 하려 하지 말고 임팩트만 맞추라고 했다. 셀러브레이션할 때도 '형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냐'라고 얘기하시더라. 감사하다고 했다"라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끝으로 홍윤상은 "동해안더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또 우승 경쟁에서 중요한 경기라는 걸 알고 있어서 더 남다르게 접근했던 것 같다"라며 "선수단 내에서 우승 경쟁 이야기를 강력하게 하고 있진 않다. 그래도 내심 속으로는 다 그런 마음이 있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렇다"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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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