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가 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더블헤더를 앞둔 가운데 이틀째 광주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되어 경기 거행이 쉽지 않아보인다. 두 사령탑은 더블헤더에 대해 공포에 가까운 두려움을 드러냈다. 선수들의 피로도와 부상, 다음 시리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진짜 더블헤더가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것 같다. 저번에 잠실에서 오랜만에 더블헤더 했다. 나도 서 있는게 힘든데 선수들은 오죽하겠는가. 진이 빠진다. 승패를 떠나 부상이 걱정된다. 피로도는 보이지 않지만 쌓인다. 작년에는 통틀어 우천취소가 딱 3번이었다. 올해는 벌써 5경기이다"며 웃었다.
이범호 감독은 더욱 심각했다. 더블헤더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었다. 지난 23일 광주에서 한화 이글스와 더블헤더를 소화했다. 전날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일요일 더블헤더에 걸린 것이다. 이날 2경기 모두 초접전이 이어지면서 불펜진을 모두 투입하는 물량작전을 벌였다.
월요일 이동일을 쉬고 25일 사직구장에서 하필이면 롯데와 3연전을 시작했다. 초반 타선이 폭발해 14-1로 크게 이기고 있었다. 그런데 선발 제임스 네일이 점수를 지키지 못하고 계속 실점하더니 9점까지 허용했다. 필승조로 조기에 투입할 수 없었다. 전상현과 최지민은 더블헤더에 모두 기용한터라 바로 투입하기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비필승조 투수들을 투입했으나 14-15 역전까지 허용했고 결국 최지민과 장현식을 내세울 수 밖에 없었다. 이범호 감독은 "마무리 해영이가 부상으로 빠지고 지민과 상현을 못쓰는 상황이었다. 연장가면 스고 안가면 휴식을 주려고 했다. 못바꾸고 계속 제임스를 던지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감독은 "필승조가 힘들어진다. 확실히 마지막날 더블헤더가 걸리면 우려된다. (주중에) 2연투로 계속가면서 피로가 쌓였다. 매일 한 경기 하는게 좋다. 이번에는 6월 마지막 날에 걸렸다. 7월이면 안할 수 있는데.."며 우려를 나타냈다. 주루도중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이우성도 더블헤더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두 사령탑의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30일 더블헤더 거행이 불투명해졌다. 기상청 광주 임동지역에 오후 5시까지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미 전날부터 물폭탄에 가까운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오전까지만 내리고 그치더라도 그라운드 사정이 여의치 않다. 양팀 사령탑은 최소한 더블헤더는 피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전력누수 없이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를 준비할 수 있다. 양팀은 선발투수로 KIA 양현종과 키움 김인범을 예고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