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500만 원의 만년 백업 외야수는 어떻게 연봉 4억 원을 받는 리빙 레전드를 무너트릴 수 있었을까.
프로야구 KT 위즈 외야수 홍현빈(27)은 지난 2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교체 출전해 영웅이 됐다.
선발 제외된 홍현빈은 2-4로 뒤진 8회초 시작과 함께 우익수 대수비로 그라운드를 밟고 8회초와 9회초 외야 수비를 소화했다.
홍현빈은 3-4로 뒤진 9회말 1사 1, 3루 찬스에서 첫 타석을 맞이했다. 그리고 등장과 함께 삼성 백전노장 마무리투수 오승환의 초구 134km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측 외야 깊숙한 곳으로 보냈다.
그 사이 3루주자 황재균이 동점 득점을 올렸고, 1루 대주자 김건형이 2루와 3루를 거쳐 홈에 도달하며 끝내기 역전극의 마침표를 찍었다. 홍현빈은 3루까지 내달리면서 2타점 역전 끝내기 3루타의 주인공이 됐다.
경기 후 만난 홍현빈은 “수훈선수 인터뷰, 끝내기 모두 처음이다. 꿈만 같고 얼떨떨하다. 내가 친 게 맞나 싶을 정도다. 어떻게 쳤는지 가물가물하다”라며 “내 다음 타자가 KBO리그 최고 타자 로하스라서 나한테 어렵게 승부할 거 같았다. 높은 변화구가 들어올 거로 예상했는데 생각한 코스대로 왔다.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고 감격의 데뷔 첫 끝내기 소감을 전했다.
맞는 순간 끝내기를 직감했냐는 질문에는 “그 동안 끝내기안타를 쳐본 적이 없다. 중학교 때 외야플라이로 끝낸 기억은 있는데 장타, 안타로 쳐본 건 처음이다”라며 “맞는 순간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건형이 형이 제발 들어오기를 바랐다. 나도 베이스 밟고 간절하게 주자를 바라봤다”라고 답했다.
이어 “9회초 수비 끝나고 들어오면서 9회말 타순이 6, 7, 8이라 잘하면 내가 끝낼 수 있는 상황이 오겠다고 잠깐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 이렇게 됐다. 물론 찬스에서 대타로 교체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공교롭게도 타석에 들어섰을 때 최만호 코치님이 교체 신호를 했다. 그런데 다행히 1루주자였다. 그 때 내가 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뒷이야기를 덧붙였다.
홍현빈은 수원 유신고를 나와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 2차 3라운드 21순위로 뽑힌 우투좌타 외야수다. 상무에서 일찌감치 병역 의무를 이행했고, 꾸준히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의 역할은 대주자와 대수비가 대부분이었다. 수원과 익산을 오가는 일도 잦았다. 올해 입단 8년차인 홍현빈의 연봉은 4500만 원. 그런 그가 KBO리그 리빙 레전드이자 세이브 1위 오승환 상대로 일을 냈다.
홍현빈은 “난 주전이 아니고 백업으로 길게 있었던 선수라 오늘 다 기대를 안 했을 것이다. 삼진 또는 병살타만 치지 말라는 생각을 했을 텐데 선배님들을 당황시키는 안타를 쳤다”라고 웃으며 “그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올해는 준비 잘해서 묵묵히 내 역할을 하자는 각오로 시즌에 임했다. 오늘의 끝내기가 터닝포인트가 되진 않겠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한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데뷔 첫 끝내기안타가 나오기까지 도움을 받은 지도자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홍현빈은 “일단 2군에 있는 모든 코칭스태프에 너무 감사드린다. 믿고 써주신 이강철 감독님께도 감사하다. 그 동안 이런 깔끔한 안타가 없었는데 유한준, 김강 코치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감사하다. 김태균 수석코치님과 박기혁 코치님께도 감사드린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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