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병옥이 아버지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하며 눈물을 보였다.
지난 26일 방송된 TV조선 '아빠하고 나하고’에서는 딸과 함께 부모님의 산소를 찾은 김병옥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김병옥은 과거 김밥과 얽힌 사연을 가족들에게 전하며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에 딸과 함께 오랜만에 부모님의 산소를 방문했다.
어떤 아들이었냐는 질문에 김병옥은 “후레자식이었다. 부모한테는 참 못했다. 별로인 자식이었다. 속을 많이 썩였다. 내 생활이 거의 다 부모님이 반대한 생활이었다. 대학로에서 연극한다고 포스터 붙이고 다닐 때 그 때 억장이 무너지시지 않았을까 싶다 아주 싫어하셨다 많이 싸웠다 나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옳다고 생각했다. 충돌이 생기니까 서로 강하게 얘기하다 부딪히는 거다. 서로 고통스러운 날이었다. 수입이 없으니까 또 고통스러웠다”고 밝혔다.
2대 독자였다는 그는 “제가 39살에 엄마 돌아가시고 43살까지 연극하다가 영화 찍자고 해서 찍은게 ‘올드보이’다. 그 영화로 조금 알려지게 된 거다. 엄마가 이걸 보셨으면 어땠을까 조금 더 사셨으면 좋았을 걸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산소에 도착한 김병옥은 묘지 정리를 했고, 딸은 미리 준비해온 술과 과일들로 제사상을 준비했다. 그는 “혼자 자주 온다. 생각날 때마다 온다. 나이먹으면서 점점 더 생각이 많이 나는 것 같다”며 “어려움이나 시련이 있을 때 어디 갈 데도 마땅치 않고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고 눈물을 보였다.
이어 식사를 위해 냉면과 설렁탕을 파는 식당으로 온 김병옥은 설렁탕을 주문했고, 딸은 냉면을 시켰다. 김병옥은 “아버지가 설렁탕과 냉면을 좋아하셨다. 옛날에 아버지가 냉면을 얼마나 좋아하셨냐면 한 번에 아홉 그릇을 드셨다고 하더라”고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아버지가 사연이 많으시다. 고향이 이북이시고 이북에 본처가 계시고 자식도 있고. 이산가족 찾기 신청을 많이 해봤는데 한 번도 안 됐다. 살아계실 때 한 번도 그런 내색을 안하셨다. 일만 하셨다. 자식으로서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더라. 그럴 때가 가장 슬프다”고 말했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다는 그는 “나보다 아내가 힘들었다. 치매가 오시고 2~3년 동안 아무때나 드시는 거다. 집을 떠니시면 무조건 못 찾아오시고 자꾸 잃어버리니까 그게 굉장히 두려웠다. 나중에 제일 심할 땐 대소변도 못가리시고 그랬다. 그래서 아내와 계속 싸우게 됐다. 그게 제일 힘들었다. 방법이 없었다. 결국은 요양병원으로 모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아버지 모시고 가기가 쉽지 않더라 발걸음이 안 떨어지는 거다. 아버지와 마지막 같았다. 좀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었다. 많이 힘들었다. 딱 죽고 싶었다”며 “병원에 계실 때 점심 먹으러 갔는데 그 때 아버지가 냉면을 드시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내가 우겨서 소화도 안되시니까 불고기 드시죠 해서 불고기를 드셨다. 그런데 그 다음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때 냉면 드시고 싶다고 할 때 냉면 드시게 할 걸. 다음날 돌아가실 줄 몰랐다. 그게 상처로 늘 남아있다. 죽을 때 까지 냉면 안 먹어도 된다 그런 생각도 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딸은 “빈자리를 채우기 어렵겠지만 가족들끼리 앞으로 더 좋은 추억으로 덮어가면서 행복하게 살자”며 아빠를 위로했다. /mk3244@osen.co.kr
[사진] ‘아빠하고 나하고’ 방송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