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치면 크게 성장하는 거죠".
지난 23일 2024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의 광주 더블헤더를 앞두고 화제는 김도영의 20홈런-20도루 달성 가능성이었다. 전날까지 2경기 연속 홈런을 터트리며 19홈런-22도루를 기록중이었다. 하나를 더하면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블헤더 상대투수들이 한화의 원투펀치 류현진과 하이메 바이라였다. 류현진 78승, 바이라 22승을 더하면 메이저리그 100승 투수들이었다.
한화는 금요일(21일) 경기를 내준터라 필승의지를 세우고 있었다. 가슴통증으로 빠졌던 요나단 페라자도 계획보다 빨리 올린 이유였다. 김경문 감독은 "류현진과 바이라가 나서는데 지면 안된다. 이겨야 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동시에 상대의 경계타자를 묻는 질문에서 "우리가 홈런 맞은 타자"라며 김도영을 지목했다. 21일 경기에서 장시환을 상대로 1-0으로 앞선 4회 투런홈런을 날려 승기를 가져왔다.
류현진은 6월 20이닝 비자책, 바이라는 입단후 3경기에서 1.69의 평균자책점을 자랑했다.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의 20호 홈런 가능성을 크게 보지는 않았다.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들이라 부담스럽다. 타자들이 힘을 내야한"면서 "리그에서 가장 센 투수들이 나온다. 오늘 도영이가 홈런을 친다면 확실히 큰 성장을 보여주는 시즌이 될 것이다. 팀에게도 좋고 도영에게도 좋을 것이다"고 기대도 했다.
김도영은 류현진과의 첫 대결에서는 3구 삼진을 당했다. 직구 커터 직구를 모두 스트라이크존에 과감하게 넣었고 스윙한 번 못해보고 선채로 돌아섰다. 그러나 0-5로 뒤진 4회초는 체인지업(스트라이크)과 직구(볼)를 지켜본 뒤 125m짜리 직구가 실투성으로 들어오자 그대로 걷어올려 130m짜리 중월 홈런을 터트렸다. 발사각 20도, 175.59km 속도로 비행하는 탄환 홈런이었다.
역대 5번째 전반기 20-20 기록이자 최연소 2위, 팀내 국내파 타자로는 이종범 이후 21년만에 나온 기록이었다. 엄청난 홈런을 때리자 이범호 감독도 놀랐다. 스무살 타자가 구단과 KBO 역사를 쓴 것이다. 대단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박수를 쳤다. 사실 이감독의 '큰 성장'이란라는 표현은 김도영이 류현진 또는 바리아를 상대로 홈런을 터트리면 리그의 간판타자로 인정하겠다는 의미가 깔려있었다.
아마도 최형우 나성범을 비롯한 동료 타자들 뿐만 아니라 상대 한화의 타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빠른 스윙스피드와 타구에 힘을 싣는 능력, 타구속도와 비거리를 보며서 감탄했다. 당연히 괴물 류현진을 상대로 기록을 세웠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는 평가들이 뒤따랐다. 김도영의 KBO 최강타자 등록을 사실상 류현진이 공인을 해준 셈이 됐다.
김도영은 홈런을 때리고 아무런 세리모니 없이 빠르게 그라운드를 돌아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대신 기념구에 류현진이라는 이름을 새겨달라고 했다. "현진 선배의 좋은 공을 상대로 기록해 너무 영광스럽다"며 이유를 밝혔다. 다음 타석에도 안타를 쳐내 나성범의 3점 동점포의 발판을 놓았다.
더블헤더 2차전에서도 바리아를 상대로 밀리지 않고 1회와 3회 연속 좌전안타를 터트려 모두 득점에 성공했다. 첫 타석은 151km짜리 직구, 두 번째 타석은 137km짜리 슬라이더를 공략해 4-1 설욕을 이끌었다. 김도영은 "투피치(직구와 슬라이더) 투수라 확실하게 구종을 설정하고 타석에 들어갔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김도영의 타격 장점은 투수를 가리지 않고 공략한다는 점이다. 20홈런 가운데 선발 원투펀치와 마무리 투수들을 상대로 터트린 홈런이 8개였다. SSG 김광현과 두산의 알칸타라, KT 박영현 등도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비결은 홈런을 노리지 않고 정확하게 맞히는 타격에 있다. 벌크업으로 다져놓은 파워가 스윙기술과 접목이 되어 자연스럽게 큰 홈런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더 무서운 타자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