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SSG 랜더스가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영입한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가 자신의 이름 그대로 ‘K쇼’를 펼쳤다. 어느새 이별 시간이 다가오고 있지만 이대로 떠나보내기 아까울 정도로 성장세가 빠르다.
시라카와는 지난 2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6⅓이닝 7피안타(2피홈런) 1볼넷 10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SSG의 2-3 패배와 함께 패전투수가 됐지만 KBO리그 데뷔 후 최고 투구였다.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 홈팬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을 정도였다.
오버핸드에서 나오는 PTS 기준 시속 최고 150km 강속구를 중심으로 포크볼, 슬라이더, 커브를 고르게 구사했다. 직구로만 6개의 삼진을 잡아낼 만큼 공에 힘이 넘쳤고, 결정구로 포크볼과 슬라이더로 각각 3개와 1개의 헛스윙 삼진 뺏어냈다. 최저 시속 105km 느린 커브도 카운트 잡는 용도로 잘 쓰였다.
SSG는 기존 외국인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좌측 내복사근 손상으로 6주 재활 진단을 받자 발 빠르게 대체 선수 영입에 나섰다. 일본 독립리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던 우완 시라카와를 총액 180만엔에 영입했다. 계약 기간 6주 임시직으로 올해 KBO리그에 도입된 최초의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가 됐다.
데뷔전이었던 지난 1일 고척 키움전에서 5이닝 3피안타 4볼넷 6탈삼진 무실점 승리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른 시라카와는 7일 사직 롯데전에서 1⅓이닝 7피안타 3볼넷 8실점(7자책)으로 무너지며 패전을 안았다. 당시 2만678명의 관중이 들어찬 사직구장 롯데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에 크게 긴장한 영향으로 흔들렸다.
하지만 13일 문학 KIA전 5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1실점 승리로 반등한 뒤 이날 NC전에서 최고 투구로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다. 4경기 성적은 2승2패 평균자책점 5.09. 롯데전 대량 실점으로 평균자책점이 높긴 하지만 나머지 3경기는 모두 5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로 잘 던졌다. 17⅔이닝 동안 삼진 22개를 잡을 정도로 확실한 구위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앞으로를 기대할 만하다.
그러나 시라카와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내복사근 부상에서 회복된 엘리아스가 지난 20일 고양 히어로즈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서 3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실전 복귀를 알렸다. 엘리아스는 26일 상무전에 한 차례 더 등판한 뒤 1군 복귀 일정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라카와가 남은 한 번의 등판에서 또 한 번 좋은 투구를 한다면 SSG의 고민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엘리아스는 지난해 22경기(131⅓이닝) 8승6패 평균자책점 3.70으로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올해 7경기(40이닝) 2승3패 평균자책점 4.73으로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내복사근을 다치기 전에도 4월초 오른쪽 발목을 접질러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등 내구성이 떨어진다. 1988년생, 올해 36세 최고령 외국인 선수로 부상 리스크가 있다.
반면 시라카와는 엘리아스보다 13살이나 젊다. 23살에 불과한 젊은 피로 팔과 어깨가 싱싱하다. 경기수가 많지 않아 9~10일 간격으로 던지는 일본 독립리그에서 뛰다 와서 4일 휴식 등판은 어렵고, 스태미너가 떨어지긴 하지만 이 역시 적응 과정을 밟으면 극복 가능한 부분이다. NC전에선 첫 6이닝, 100구 이상 투구를 했다. 미래 가치를 본다면 젊고 성장 가능성이 큰 시라카와와 함께하는 게 나을 수 있다.
다만 시라카와의 현재까지 성적은 4경기로 스몰 샘플이다. 처음 상대하는 타자들에겐 생소함을 무기로 한 유리한 부분이 있다. 투구시 이중 키킹과 함께 글러브를 높게 들고 공을 뒤로 감추는 디셉션이 좋아 처음 만나는 타자일수록 까다로운 유형이다. 두 번 만났을 때도 좋은 폼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검증해야 하는데 6주 계약 기간 종료가 머지않았다.
다음주 등판이 시라카와에게 KBO리그 고별전이 될 수도 있다. 시라카와는 지난 20일 “이제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동안 어떻게든 팀이 계속 승리할 수 있도록, 나도 계속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