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기 싫을 정도" 남북대결부터 '클린스만 악몽' 요르단, 벤투까지...'1포트' 한국, 여전히 폭탄 많다

한국 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아시아 3위 자리를 지켰다. 이로써 일본과 이란은 피했지만, 여전히 복병이 적지 않다. 

FIFA는 20일(한국시간) 남자축구 랭킹을 발표했다. 한국은 지난 4월(23위)보다 한 계단 오른 22위에 자리했다. 아시아 내에서는 세 번째 순이다.

일본이 17위로 아시아 정상 자리를 지켰고, 이란이 20위로 뒤를 이었다. 한국과 경쟁했던 호주는 한 계단 상승했지만, 24위에 자리했다.

그 덕분에 한국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톱시드를 확보했다. 조편성 포트는 FIFA 랭킹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 일본·이란·한국이 1포트에 이름을 올렸고, 호주와 카타르·이라크가 2포트에 편성됐다.

3차 예선은 오는 27일 조 추첨을 진행한 뒤 9월부터 본격적인 경기를 시작한다. 18팀이 6개 팀 3개 조로 나뉘어 진행되며 각 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3, 4위 팀은 4차 예선을 거쳐 마지막 직행 티켓 2장, 대륙간 플레이오프 티켓 1장을 걸고 다툰다.

일단 한국으로서는 톱시드를 수성하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 최소한 가장 까다로운 상대인 '숙적' 일본과 전통적으로 약했던 이란을 만날 일은 없다. 이란 원정길에 오를 일이 없다는 점만으로도 반갑다.

물론 방심하기는 이르다. 당연히 2포트부터 어느 하나 만만한 팀이 없다. 먼저 호주는 2023 카타르 아시안컵 8강에서 한국을 벼랑 끝까지 내몰았던 팀이다. 당시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극적인 페널티킥 획득과 황희찬의 동점골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탈락할 뻔했다.

카타르도 마찬가지다. 카타르는 2023 아시안컵 결승에서 요르단의 돌풍을 잠재우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2019 아시안컵에선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던 한국을 8강에서 떨어트린 기억도 있다. 마지막 한 팀인 이라크 역시 중동의 강호로 한국을 괴롭힐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

문제는 그 밑이다. 2포트 팀은 차치하더라도, 최소 2위를 확보해 곧바로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려면 나머지 4팀은 잡아줘야 한다. 그러나 3포트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우즈베키스탄·요르단으로 하나 같이 위협적이다.

당장 2023 아시안컵만 봐도 사우디는 16강에서 한국을 잡아낼 뻔했다. 한국이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졸전을 펼친 건 맞지만, 사우디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요르단은 한국을 4강에서 떨어뜨리고 결승까지 오른 팀이다. 조별리그 맞대결에서도 2-2 무승부를 거두며 식은땀을 흘리게 한 바 있다.

4포트에는 벤투 감독이 지휘하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있다. 그는 한국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감독인 만큼 한 조에 속한다면 골치아픈 상대가 될 수 있다. 게다가 UAE는 5승 1무로 2차 예선을 통과하며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UAE를 제외한 오만과 바레인도 중동의 모래바람을 자랑하는 팀이다.

아무래도 가장 걱정이 없는 곳은 5포트다. 중국과 팔레스타인, 키르기스스탄 모두 한국에 비하면 두 단계는 전력 차이가 난다. 중국 원정은 까다로울 수도 있지만, 한국은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3-0 대승을 거둔 기억이 있다.

오히려 최하위 포트인 6포트가 큰 복병이다. 북한과 '신태용 매직' 인도네시아가 속해 있기 때문. 

북한은 일본전 몰수패를 딛고 3차 예선 진출에 성공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3월 홈에서 치를 예정이었던 일본전을 갑작스레 취소했고, 결국 0-3 몰수패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시리아와 미얀마를 잡아내며 일본에 이어 조 2위를 차지했다. 북한이 3차 예선에 출전하는 건 2020 남아공 월드컵 예선 이후 16년 만이다.

적지 않은 확률도 남북전이 성사될 수 있는 상황. 한국은 이미 지난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에서 북한과 한 조에 묶인 경험이 있다. 당시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경기는 0-0으로 끝났다. 평양 원정을 다녀온 손흥민은 귀국 후 "기억하기 싫을 정도로 심한 욕설도 있었다"라며 "안 다쳐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였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남북대결이 최악의 시나리오인 이유다.

무섭게 성장 중인 인도네시아도 까다로운 상대가 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혼혈 선수들 귀화 정책과 신태용 감독의 지도력을 바탕으로 동남아 최강자로 떠올랐다. 카타르 아시안컵에선 사상 최초로 16강 진출을 일궈냈고, 23세 이하 아시안컵에서도 8강에서 한국을 무너트렸다. 이제는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월드컵 본선 무대를 꿈꾸고 있는 인도네시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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