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복덩이가 역사를 완성하기 위한 극적인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무안타 침묵 끝에 극적인 동점 솔로포로 기록을 이어갔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손호영이 이제 레전드의 기록, 나아가 프로야구 최고의 기록까지 넘본다.
손호영은 20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5-6으로 뒤진 9회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장해 좌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앞선 타자 고승민이 우중간 솔로포를 터뜨리며 1점 차를 만든 뒤 맞이한 손호영의 타석. 손호영은 2볼 1스트라이크 카운트에서 KT 마무리 박영현의 148km 포심 패스트볼을 걷어올려 동점 솔로 홈런을 만들었다.
9회 극적인 동점을 만드는 홈런이기도 했지만, 거짓말 같이 30경기 연속안타까지 만들었다. 지난 4월17일 잠실 LG전부터 이어진 연속안타 기록을 9회 마지막 타석에서 이어가게 됐다.
앞선 4타석에서 모두 범타로 물러났다. 1회 헛스윙 삼진, 4회 유격수 땅볼을 기록했고 5회와 7회 타석 모두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기록 달성이 힘들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손호영은 마지막 타석에서 기회를 잡았다.
30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한 손호영은 이제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을 넘본다. 이날 안타로 2018년 두산 김재환의 30경기 연속 안타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남은 건 롯데 레전드 2루수인 박정태의 기록이다. 박정태는 1999년 5월5일 대전 한화전부터 6월8일 마산 두산전까지 31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2003~2004년 현대 박종호가 39경기 연속 안타를 치기 전까지 역대 최다 기록이었다. 박종호는 두 시즌에 걸쳐서 이룬 기록이고 단일 시즌으로만 따지면 박정태가 최다 기록이다. 손호영은 이제 박정태의 기록을 넘보게 된다.
손호영의 인생 역전, 3달 전까지 과연 누가 알았을까. 홍익대를 중퇴하고 미국 시카고 컵스에서 빅리그의 문을 노크하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현역으로 병역을 해결한 뒤 독립구단 연천 미라클에서 야구 인생을 이어가려고 했다. 그리고 2020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로 LG 트윈스에 지명돼 프로 무대에 입문했다.
잠재력과 재능, 노력은 모두 인정했지만 이를 펼칠 만한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사실 스스로 기회를 잡지 못한 케이스였다. 잦은 부상으로 커리어가 꼬여가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손호영은 야구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지난 3월30일, 150km를 던지는 잠수함 영건 우강훈과 1대1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손호영을 눈여겨 보고 있던 김태형 감독, 그리고 LG 출신인 김민호 코치, 임훈 코치 등의 강력한 추천이 더해지면서 롯데행이 성사됐다.
그리고 손호영은 모두의 기대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서 인생 역전의 드라마를 쓰고 있다. 과연 롯데 레전드의 기록까지 경신하면서 인생 역전 드라마의 방영 시간을 늘려갈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