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하나 살려주셨다".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도영(21)이 또 한 번 천재타자 본능을 과시했다. 2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생애 첫 만루홈런을 날리며 팀의 6-5 승리에 기여했다. 그것도 실점으로 이어지는 실책을 만회하는 해피엔딩 홈런이어서 더욱 값졌다.
타격도 수비도 부진했다. 1회 첫 타석은 1루수 뜬공, 3회 두 번째 타석은 삼진으로 물러났다. 게다가 5회초 선두타자 박동원의 평범한 타구를 잡지 못했다. 2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실책이었다. 방망이도 안풀리고 수비실책까지 했으나 멘탈붕괴 상황에 빠졌다. 잘 던지는 캠 알드레드에게 볼 면복이 없었다.
만회의 기회가 찾아왔다. 5회말 2사후 최원준이 중전안타, 박찬호 2루수 내야안타, 소크라테스가 볼넷을 얻었다. 이때 미묘한 상황이 생겼다. 상대배터리는 소크라테스를 거르고 김도영을 선택하는 듯한 흐름을 보였다.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었지만 안타를 치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디트릭 엔스의 초구를 공략했다. 가운데 약간 높은 150km짜리 직구였다. 약간 스윙이 밀렸지만 방망이 위쪽에 제대로 걸렸다. 타구를 보며 무언가 간절하게 말했다. 타구는 오른쪽으로 날아가더니 담장을 훌쩍 넘겼다. 관중들은 열광했다. 생애 첫 만루홈런으로 4-2로 역전에 성공했다. 시즌 18호 홈런으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2개를 남겼다.
김도영은 "실책으로 실점했다. 정신이 나간듯한 느낌이었다. 하늘이 만회할 기회를 주시는가 했다. 더 간절했다. 진짜 쳐야된다고 생각했다. 나를 선택해 승부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첫 번째, 두 번째 타석에서 직구에 대응을 전혀 못했다. 세 번째 타석에서는 직구에만 늦지 말자고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사람 하나 살려주셔셔 고맙다고 생각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학생때부터 지금까지 만루홈런을 쳐본 적은 없다. 전혀 손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약간 밀린 느낌을 받았다. 치고나서 타구가 어디로 갔는지도 몰랐다. 타구를 보는데 파울만 되지 말라고 생각했다. '제발', '제발 휘지말고 들어가라'고 말했다. 가장 짜릿했고 기분좋은 홈런이었다"며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동시에 숙제인 실책을 언급하며 한숨도 내쉬었다. 이날 17번째 실책이었다. "항상 수비만 생각하는데 결과가 안따라줘 힘들다. 병주고 약주는 것도 스트레스 더 받는다. 실책 안하고 무안타 치면 기분이 아무렇치도 않다. 실책흐 안타를 치더라도 잠도 안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연습많이 해서 고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