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투수가 아닌 타자 장재영(22·키움 히어로즈)이다. 계약금 9억원을 받고 투수로 입단하며 ‘9억팔’로 불렸던 장재영이 외야수로 1군에 돌아왔다. 최고 시속 156km 강속구를 뿌렸지만 제구 난조와 팔꿈치 부상으로 타자 전향을 결정한 뒤 한 달 만에 1군 데뷔했고, 첫 안타를 2루타로 장식했다. 볼넷 2개를 더해 3출루로 성공적인 타자 신고식을 치렀다.
장재영은 20일 청주구장에서 치러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1군에 전격 콜업됐다. 지난달 19일 투수에서 야수로 포지션 전향을 결정한 뒤 한 달 만에 1군의 부름을 받았다. 퓨처스리그에서 19경기 타율 2할3푼2리(69타수 16안타) 5홈런 13타점 8득점 10볼넷 2사구 26삼진 출루율 .346 장타율 .465 OPS .810으로 순조롭게 적응 과정을 밟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1군 복귀 이뤄졌다.
최근 4경기에서 홈런 3개로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전격 1군 콜업이 이뤄졌다. 경기 전 홍원기 키움 감독은 “어제(19일) 경기 후 스태프 미팅을 통해 장재영 콜업을 결정했다. 며칠 전부터 콜업 시기를 고민했는데 조금 이르게 올리게 됐다”면서 “1군에 콜업했으면 바로 경기를 뛰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선발로 쓴다. 내야 수비는 검증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외야는 다르다. 2군에서도 공을 쫓아가는 모습이나 송구에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며 9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에 넣은 이유를 밝혔다.
경기 전 키움 선수 중 가장 먼저 타격 훈련에 들어간 장재영은 “1군에 불러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최대한 빨리 적응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2군에서 성적이 뛰어난 편도 아니었고, 야수로 전향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빨리 올라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1군에 올라온 만큼 1군 야구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밤 1군 콜업 소식을 전해들은 장재영은 “저녁에 전화를 받고 나서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았다. 2군 구장에 짐을 챙기러 가면서부터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며 “배팅과 수비 훈련은 팀 훈련 시간 외에도 개인 훈련을 통해 감각을 익히고자 노력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은 훈련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들이 경기에서 나왔던 부분들도 있었고, 아직 완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좋아지고 있는 모습을 느꼈다”고 말했다.
데뷔 첫 타석부터 장재영은 1루를 밟았다. 3회 선두타자로 나서 한화 선발투수 문동주로부터 볼넷을 얻어냈다. 4개의 공 모두 존을 벗어나 1루에 나간 장재영은 다음 타자 이주형의 우월 투런 홈런 때 홈을 밟아 데뷔 첫 득점을 올렸다.
두 번째 타석에선 첫 안타도 신고했다. 4회 2사 1루에서 문동주의 초구 한가운데 직구에는 헛스윙했지만 2구째 바깥쪽에 들어온 PTS 기준 시속 152km 직구를 밀어쳐 1루수 옆을 빠지는 총알 같은 타구를 날렸다. 큼직큼직한 보폭으로 2루까지 빠르게 달려가며 데뷔 첫 안타를 2루타로 장식했다. 그 사이 한화 우익수 김태연이 공을 한 번 더듬었고, 1루 주자 이재상이 홈까지 들어왔다. 원히트 원에러가 되면서 장재영의 타점으로 기록되진 않았다.
6회 1사 1루에선 문동주에게 3구 삼진 당했다. 초구 바깥쪽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가 됐고, 2구째 바깥쪽 낮은 커브에 파울을 쳤지만 3구째 몸쪽 낮게 들어온 커브에 배트가 나가다 멈췄다. 체크 스윙으로 삼진 아웃. 변화구 3개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하지만 7회 2사 1,3루에선 바뀐 투수 남지민과 7구까지 풀카운트 승부를 벌이며 볼넷을 골라냈다.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직구를 파울로 커트한 다음 6~7구 바깥쪽 높은 공을 참아내며 이날 경기 두 번째 볼넷을 골랐다.
중견수 수비에선 5회 채은성, 6회 최재훈의 뜬공 타구 2개를 아웃 처리했다. 키움도 13안타를 터뜨린 타선과 아리엘 후라도의 7ㅣ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7-0으로 승리, 2연패를 끊었다. 타자 장재영에게 잊을 수 없는 1군 데뷔전이었다.
경기 후 장재영은 "(1군 콜업을 받고) 청주에 내려오면서 실감이 많이 안 났다. 2군에서도 투수를 했던 날이 더 많았고, 야수를 한 지 얼마 안 됐다. 그냥 정신없이 와서 정신없이 뛰었다"며 "선발로 나갈 줄도 몰랐다. (경기 전) 치료실에서 (라인업을) 확인했는데 많이 떨렸고, 형들이 ‘재미있게 해라. 큰 기대 안 한다’면서 장난을 많이 쳐줬다. 첫 타석, 첫 수비를 나가서도 긴장이 많이 됐는데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타자로서 1군 데뷔전 소감을 말했다.
문동주를 상대로 첫 안타를 때려낸 것도 의미가 있었다. 장재영은 "동주는 공이 빠른 투수다. 동부 볼은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빠른 공을 많이 안 봤기 때문에 내가 직구도 변화구도 다 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오윤) 타격코치님도 '존을 높게 설정해서 눈에 가까운 공에 타이밍을 맞춰서 쳐라'고 하셨다. 직구에 늦지만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운 좋게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볼넷 2개를 얻은 것에 대해선 “지금 내가 모든 공을 다 치려고 하는 것보다 내가 칠 수 있는 공을 치려고 준비한다. 2군에서부터 그렇게 준비했기 때문에 운 좋게 볼넷으로 출루했다”며 크기가 작은 청주구장에서 홈런을 의식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서도“내가 홈런 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많이 출루하고, 득점권에서 주자 불러들이는 타자가 좋은 타자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그런 타자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타격만큼 수비 부담도 컸다. 지난 9일부터 퓨처스리그에서 중견수로 4경기를 뛴 것이 외야 수비 경험의 전부였는데 야간 경기는 또 처음 해보는 것이었다. 장재영은 "야간 경기에서 외야 수비를 한 게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문찬종 코치님, 권도영 코치님이 '실수해도 된다. 편하게 해라. (타구가) 안 보이면 안 보인다고 시그널만 주면 된다'고 하셔서 편하게 생각하다 보니 잘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어느덧 야수로 전향한 지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1군 데뷔전까지 치렀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장재영은 “내가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후회없이 하자는 생각으로 준비 많이 했다. 2군 코치님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형들에게 훈련 시간 외에 개인 시간에도 부탁해서 (타격을) 봐달라고 했다. 그렇게 시간을 많이 투자한 게 오늘 안타 하나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