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26)가 어깨 수술로 시즌 아웃된 지도 한 달이 훌쩍 지났다. 하루아침에 주전 중견수를 잃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이지만 이제는 그 충격을 벗어났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1라운드 외야 유망주 엘리엇 라모스(25)이 주전 중견수로 자리잡으며 잠재력이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라모스는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치러진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에 2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 시즌 9호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하며 샌프란시스코의 7-6 승리를 이끌었다.
5회 3번째 타석에서 우전 안타를 치고 나간 라모스는 1-2로 뒤진 7회 동점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우완 헤이든 웨스네스키의 2구째 한가운데 몰린 시속 93마일(149.7km)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타구 속도 시속 105.7마일(170.1km), 비거리 383피트(116.7m), 발사각 25도.
시즌 9호 홈런으로 타이로 에스트라다와 함께 샌프란시스코 팀 내 홈런 공동 1위가 됐다. 에스타라다가 개막전부터 주전 2루수로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는 반면 라모스는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해 지난달 9일 콜업된 뒤 홈런 9개를 몰아쳤다.
시즌 전체 성적도 36경기 타율 3할2푼8리(137타수 45안타) 9홈런 31타점 16득점 17볼넷 45삼진 출루율 .404 장타율 .577 OPS .981. 규정타석을 채우진 못했지만 베이스볼레퍼런스 기준 WAR 1위(2.6)에 오를 만큼 대단한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KBO리그 두산 베어스에서 외국인 타자로 뛰고 있는 외야수 헨리 라모스(32)의 친동생이기도 한 우투우타 외야수 라모스는 2017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9순위로 지명된 유망주. 2022년 9경기, 지난해 25경기를 메이저리그에서 뛰었지만 1할대(.158) 타율로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이정후가 영입된 올해는 트리플A에서 시즌을 맞이했다. 30경기 타율 2할9푼6리(115타수 34안타) 8홈런 21타점 OPS .953으로 맹타를 휘둘렀고, 호르헤 솔레어가 어깨 염좌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지난달 9일 콜업됐다. 이정후가 부상을 당하기 4일 전이었다.
이달 초까지는 코너 외야수로 뛰었지만 이정후의 첫 번째 중견수 대체자였던 루이스 마토스가 타격 부진 끝에 트리플A로 내려가면서 라모스가 중견수 자리를 꿰찼다. 최근 10경기 선발 중견수로 나서며 꾸준한 타격 생산력을 보이고 있다.
한 달 넘게 활약을 이어가면서 라모스는 올스타 팬투표에서도 샌프란시스코 선수 중 가장 많은 24만1532표를 받았다. 내셔널리그 외야수 중 9번째로 많은 표라 외야수 상위 득표 6명을 후보로 진행되는 결선 투표까지 가기는 쉽지 않지만 현재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관심받는 선수임에는 틀림없다.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2연승을 거두며 36승37패(승률 .493)로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2위에 올라있다. 1위 LA 다저스(45승29패 승률 .608)에 8.5경기 차이로 뒤져 지구 우승은 어렵지만, 와일드카드 3위로 이정후가 시즌 아웃된 상황에서도 가을야구를 기대할 수 있는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팀 타율 11위(.248), OPS 15위(.707)로 타선이 시즌 초반 부진을 극복하면서 5할에 근접한 승률을 거두고 있다. 3루수 맷 채프먼, 솔레어 등 FA 영입한 타자들이 살아난 것도 크지만 1라운드 유망주 라모스의 잠재력 폭발이 결정적이다. 이정후가 시즌 아웃된 샌프란시스코이지만 라모스의 성장은 올 시즌 가장 큰 수확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