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라서, 가족이라 믿고 해결해줬지만 더 이상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몇 번이고 해결해줘도 더 불어나기만 했고, 결국 박세리도 참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전 골프선수 박세리가 부친 박준철 씨를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박세리는 이와 관련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세리희망재단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관련해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박세리희망재단은 박세리가 유, 무형의 자산을 바탕으로 골프 및 스포츠 산업의 전반적 분야를 발전시키고 국가 이미지 제고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재단법인이다. 하지만 최근 박세리희망제단이 국제골프학교를 설립한다는 등 박세리의 성명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광고 등이 확인됐고, 박세리의 부친 박준철 씨가 박세리희망재단 명의의 문서, 인장을 위조해 작성 및 체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박세리희망재단 측은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해당 내용은 박세리가 아빠를 고소했다는 이슈로 연예 뉴스면까지 장식했다. 이후 박세리는 박세리희망재단의 법률대리인 김경현 변호사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해 부친을 고소한 이유를 직접 밝혔다. 가족이기에 오랜 시간 참고 감당해줬지만, 더 이상 수습해주기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가족이라 참았다며 눈물까지 쏟았다.
이날 박세리는 ‘부녀 갈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세리는 “전혀 무관할 수가 없지 않을까. 왜냐하면 현재 문제가 있는 것은 보시는 것처럼 있고, 꽤 오랫동안 이 상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언론에서도 많이 아시고 계실 것이다. 이런 일들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은 저의 선택이었다. 그간 최선을 다해왔었다. 그러다 보니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의 범위가 점점 커졌다. 문제가 한 두 가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박세리는 “아시는 것처럼 제가 해외에서 선수 생활을 오래 해왔고, 2016년대에 은퇴했고, 이후부터는 본격적으로 한국 생활을 하면서 개인 생활을 많이 하게 됐다. 그때부터 이런 저런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돼서 그때도 문제점을 알게 된 부분이 있었다. 그때는 감독이니까, 제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조용히 해결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계속 채무 관계를 해결하면 또 다른 채무 관계가 생기고, 해결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게 시발점이 된 것 같다. 그렇게 점점 문제가 크게 됐고, 현재 상황까지 오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박세리는 은 퇴 후 회사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엄격하게 자신의 권한 하에 일을 진행한 것은 물론, 자신의 도장을 찍고 승낙해야만 이름을 사용할 수 있었다. 재단에서도 박세리의 허락이 없다면 그의 이름을 사용하거나 하는 일이 진행될 수 없었다. 박세리의 부친 역시 오래 전부터 딸의 일에는 상관이 없게 됐다고.
이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부친의 채무 문제가 불거졌었기 때문이었다. 박세리는 부친의 채무 관계를 여러 차례 모두 변제해왔었다고 했다. 박세리는 “분명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 한 번 정리되면 또 다른 게 수면으로 올라오고, 거짓말처럼, 기다린 것처럼, 매번 그렇게 됐다. 그간 가족이기 때문에 (변제)할 수 있는 거로 생각했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갔다가는 제가 가고자 하는 일을 이루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일이 터지고 나서 방법이 없으니 아버지의 채무 관계를 더 이상 책임질 수 없다고 확실히 말하고 싶었다는 입장이었다.
박세리는 이전부터 거듭됐던 부친의 채무 관계를 가족이기에 참고 변제하고 감당했다고 털어놨다. 박세리는 “가족이라는 게 가장 컸다. 막을 수 없냐고 말씀하셨지만, 계속 막았다. 계속 반대를 했다. 아빠와 의견이 저와 완전히 달랐다. 한 번도 의견에 찬성한 적도 동의한 적도 없었다. 저에게 선택권이 있지는 않았다. 저는 그냥 제 갈 길을 갔고, 아버지도 아버지의 길을 가셨으니까. 저는 제 인생을 선택했고, 아버지의 길을 제가 만들어드렸고,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던 것 같다”라며, “제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건 확실하다. 제가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있어서 이 자리에서 한 번 더 확실히 하고 가야 더 단단해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세리는 눈물을 보이며 부친 고소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가족, 그것도 아버지와 관련된 일이기에 박세리도 나서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 더 이상은 감당할 수 없기에 박세리는 부친에게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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