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신인왕 후보’ 전미르(19)가 올 시즌 처음으로 1군에서 말소됐다. ‘소년가장’ 전미르에게 재정비의 시간이 주어졌다. 이제는 전미르가 재정비 하는 시간 동안, 누가 이 공백을 채울지가 관건이다.
전미르는 지난 1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전미르는 올 시즌 개막엔트리부터 포함돼 1군에서 단 한 번의 말소도 없이 시즌을 치러왔다. 강속구와 너클 커브를 과감하게 구사하는 패기로 필승조 자리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전미르는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졌고 과감함이 점점 사라졌다. 부침을 거듭했고 결국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전미르는 1군에서 말소되기 직전 등판이던 지난 15일 잠실 LG전 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앞선 4경기에서 모두 실점했다.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은 9.00이었다. 6월 평균자책점은 14.40(5이닝 8자책점)에 달했다.
팀 전체 불펜진이 모두 고전하고 있을 때 전미르가 씩씩하게 투구를 이어가면서 불펜진을 지탱했다. 불펜진의 소년가장이었다. 그러나 상대 팀들이 전미르를 분석했고 전미르는 대신 생각이 많아졌다. 씩씩하게 승부하지 못했고 또 잦은 등판으로 힘도 시즌 초반에 비해 떨어졌다.리그 전체적으로 3번째나 많은 등판(36경기)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그동안 롯데 불펜 사정상, 신인 전미르가 필연적으로 많이 등판할 수밖에 없었다. 꼴찌에 한동안 머무르면서 다시 올라올 수 있었던 것도 전미르의 투혼 덕분이었다. 마무리 김원중은 “(전)미르 덕분에 이 정도로 올라올 수 있었다”라면서 최근의 부진에도 전미르를 격려하기도 했다.
그리고 김태형 감독은 전미르가 1군에서 지금의 부침을 이겨내기를 바랐다. 이겨낼 수 있는 강한 기질을 가진 선수라고 생각했다. 지난 13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김태형 감독은 전날(12일) 김혜성에게 홈런을 맞았던 상황을 두고 “김혜성에게 140km 중반도 안되는 공을 쓱 밀어넣더라”라며 “처음부터 149~150km로 때려야 한다. 그렇게 때린 다음에 결과를 봐야 하는데…”라며 아쉬움을 보였다. 이어 “쓱 밀어넣고 결과를 보면 본인도 납득이 안 갈 것이다. 그런 피칭을 하면 안된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마운드에서 대범하거나 멘탈이 강한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 처음 결과에 의해 좌우되는 것 같다. 초구가 잘 들어가고 첫 타자를 상대하면 조금 괜찮더라. 그런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것을 이겨내는 게 쉽지가 않더라”라면서 “계속 결과가 좋으면 신이 나서 그대로 잘 던지는데 몇 번 맞을 때부터 고민이 생긴다. 차라리 맞더라도 자기 페이스대로 던져야 하는데 본인이 변화를 주려고 한다”라며 현재 전미르가 겪고 있는 혼란의 시기를 설명했다.
부침을 이겨내고 다시 씩씩하고 패기있던 전미르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랐지만 끝내 그러지 못하고 2군으로 내려갔다.
사실 전미르를 1군에 두고 좀 더 편한 상황에서 중용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당장 롯데 불펜에서 전미르보다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투수는 베테랑 김상수를 제외하고는 전무하다. 이런 김상수도 지난 15~16일 잠실 LG전에서 이틀 연속 실점했다. 거듭된 등판에 지친 듯한 모습도 보여줬다.
이제 전미르의 자리를 누군가는 대신해야 하는 상황인데, 구승민도 시즌 극초반에 비해서는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벤치가 신뢰할만한 투구 내용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1군에서 당장 활용할 수 있는 필승조 성격의 투수가 전무한 실정이다.
기존 필승조 구상에 포함됐던 최준용과 박진형 등의 분발이 필요하다. 전미르가 시즌 초반 고난의 시기들을 버텨준 만큼, 이제 전미르가 없는 불펜진의 공백을 채워줄 다른 고참 투수들이 불펜진의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당장 누가 구세주로 떠오를 수 있을지는 모르는 현실, 과연 ‘소년가장’ 전미르의 공백을 누가 채워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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