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안 붙는 게 낫다. 타자 머리 위에 있는 투수라…”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레전드 추신수(42·SSG)는 프로야구 현역 최고령 선수로 은퇴 시즌이지만 타석에서 반응 속도는 여전히 살아있다. 지난 14일 대전 한화전에선 1회 상대 선발 문동주의 시속 155km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메이저리그 시절 추신수의 시그치너가 우완 투수 바깥쪽 패스트볼을 밀어서 넘기는 것이었는데 우완 파이어볼러 문동주 상대로 재현해냈다.
3월 개막전부터 주루 플레이 중 상대 투수 견제구에 맞아 오른손 약지가 부러지고, 5월에는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 손상으로 한 달 넘게 이탈하는 등 부상 악재가 거듭됐지만 추신수는 은퇴 시즌에도 여전한 타격 생산력을 뽐내고 있다.
지난 7일 1군 복귀 후 9경기 타율 4할6리(32타수 13안타) 1홈런 4타점 OPS 1.080으로 활약 중이다. 시즌 전체 성적도 29경기 타율 2할9푼2리(89타수 26안타) 2홈런 12타점 19득점 18볼넷 27삼진 출루율 .416 장타율 .404 OPS .820.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게 아까울 만큼 건강한 추신수는 정말 좋은 선수다.
하지만 추신수는 “주위에서 ‘아직도 괜찮은데 1년 더 하시죠. 끝내기에는 아깝다’라고 말하는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은퇴해야 한다. 어리고 좋은 선수들을 보면 볼수록 은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그 대신 마지막 은퇴 시즌, 선수로서 본능에 충실하고 있다. 아들뻘되는 어리고 유망한 투수들을 보면 타석에서 붙어보고 싶은 승부욕이 끓어오른다. “문동주 같은 파워피처를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든다. 결과를 떠나 승부하고 싶다”는 게 추신수의 말이다.
그런 추신수가 굳이 상대하고 싶지 않은 투수가 있으니 바로 류현진(37·한화)이다. 지난 4월30일 대전 경기에서 추신수는 KBO리그에서 처음 마주한 류현진을 상대로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1회 첫 타석에선 삼진을 당했지만 3회 좌전 안타에 이어 5회 좌익선상 2루타로 멀티히트를 터뜨리며 완승을 거뒀다. 당시 경기에선 류현진이 6이닝 7피안타 2볼넷 2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승리하며 KBO리그 개인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앞서 미국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두 선수가 맞대결을 펼친 적이 있다. 지난 2013년 7월28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LA 다저스 선발투수 류현진이 신시내티 레즈 1번타자 추신수를 상대로 1회 볼넷을 허용했지만 3회 1루 땅볼, 6회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면서 2타수 무안타로 막아냈다. 당시 경기에선 류현진이 7이닝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9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9승째를 거뒀다.
미국과 한국에서 장군멍군을 주고받았으니 추신수 은퇴 전 류현진과 마지막 대결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SSG와 한화는 올 시즌 5경기 맞대결이 남아있다.
하지만 추신수는 남은 시즌 류현진과 재대결 여부에 대해 “웬만하면 안 붙는 게 낫다. 지난번에 2안타를 치긴 했지만 상대하기 쉬운 투수가 아니다. 워낙 손 장난도 잘 치고, 타자 머리 위에 있는 투수”라면서 “상대하게 된다면 최선을 다하겠지만 굳이 상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만큼 류현진이 까다로운 투수라는 뜻으로 존중의 의미가 담겨있다. 그건 류현진도 다르지 않다. “신수형을 보면 대단하다. 저 나이에 저렇게 하기 쉽지 않다. (부상으로) 완벽한 몸도 아닌데 지금 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감탄했다.
남은 시즌 추신수와 맞대결 여부에 대해 류현진은 “그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늘에 맡겨야 한다”며 일정이 맞아야 한다는 점을 짚은 뒤 “붙게 되면 이겨야 한다. 승부는 냉정하게 해야 한다. 신수형도 당연히 그걸 바랄 테다. 마지막이라고 전력으로 하지 않는 것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붙어야 한다. 그게 선배에 대한 예우”라는 말로 혹시 모를 마지막 대결을 기대하면서 전력 투구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