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홈구장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1루 홈 덕아웃 뒤쪽에 못 보던 게 하나 생겼다. 바로 배트 보관함이다.
지난 주말 3연전을 앞두고 한화 구단 운영팀에서 온도 및 습도 조절을 하는 배트 보관함을 1루 덕아웃 뒤쪽 복도 공간에 새로 설치했다. 훈련이나 경기를 마친 뒤 한화 타자들이 이곳에 각자 배트를 넣어둔다.
나무 배트는 기온과 습도에 의해 배트 탄성에 변형이 일어난다. 습도가 높은 장마철에 나무 배트가 습기를 머금으면 무게가 미세하게 증가한다. 보통 10~20g 정도 무거워진다.
작은 무게 차이에도 민감한 타자들에겐 배트 보관이 무척 중요한 시기가 바로 장마철이다.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습기가 차면 배트 탄성이 낮아져 타구 스피드도 떨어지게 된다.
많은 선수들이 평소 고온 건조한 자동차 트렁크에 배트를 보관하곤 한다. 집에 따로 배트 보관함을 설치한 선수들도 있지만 야구장에 나와선 주로 덕아웃 앞에 배트를 세워놓고 말리곤 한다.
선수들의 편의를 위해 한화 구단이 움직였다. 야구장에서도 최적의 온도 및 습도가 유지될 수 있는 보관함에 나무 배트를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 장마가 오기 전 홈구장에 배트 보관함을 맞춤 제작하며 설치했다.
올 여름에는 역대급 장마전선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 평균 기온 상승과 함께 장마철도 평년보다 일주일 이상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 말부터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시작돼 한 달가량 이어질 장마철이 머지않았다.
키움이 쓰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제외하고 전부 야외 구장인 KBO리그는 장마에 큰 영향을 받는다. 우천 취소에 따른 경기 일정 변경, 선발 로테이션 변화 등 크고 작은 변수가 커지는 시기로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도 쉽지 않다.
타자들은 배트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하는 시기이지만 홈구장에 배트 보관함이 생긴 한화 선수들은 그런 불편함을 덜 수 있게 됐다. 어느 때보다 길어질 장마철을 앞두고 만반의 준비를 끝낸 셈이다.
한화 관계자는 “선수단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구단의 역할이다. 배트의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자 맞춤형 배트 보관함을 제작했다”며 “앞으로도 선수들에게 필요한 지원책 마련을 위해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