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부진으로 19세 신인선수에 마무리투수 보직을 내준 홍건희(두산 베어스)의 미담이 공개돼 화제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새 마무리투수 김택연은 지난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9차전에 구원 등판해 ⅓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3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마무리 보직을 부여받은 첫날부터 세이브를 따내며 이승엽 감독의 보직 변경 결단을 빛나게 했다.
9-3으로 크게 앞선 채 9회초를 맞이한 두산. 이승엽 감독은 1군 경험이 필요한 예비역 좌완 이교훈에게 경기 마무리를 맡겼지만, 볼넷 2개로 자초한 1사 1, 2루 위기에서 문현빈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으며 교체됐다. 이어 김명신마저 이원석 상대 1타점 좌전 적시타를 허용하며 9-6 3점차 추격을 허용했다.
이승엽 감독은 경기 전 팀의 새 마무리투수로 전격 낙점한 루키 김택연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택연은 김태연을 공 4개로 삼진 처리하며 두산 ‘뉴 클로저’의 탄생을 알렸다.
경기 후 만난 김택연은 “오늘 경기에서 내가 던질지 가늠이 안 됐는데 그래도 세이브 상황에 올라가서 큰 탈 없이 깔끔하게 막아서 기분이 좋다. 마무리 되고 첫날부터 세이브를 하게 된 것도 기분이 좋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승엽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마무리 교체 소식을 전했다. 이 감독은 "홍건희는 앞에서 대기한다. 그리고 김택연이 뒤에서 준비한다"라며 "고민을 많이 했다. 지난해에도 그렇고 올해 초에도 마무리가 두 번 바뀌었다. 한 시즌 두 번 바뀌는 게 조금 그렇지만 팀 분위기가 조금 다운되는 것도 있고 마지막에 경기를 내주면 여파가 크다. 건희도 아마 심적인 부담이 있을 것이다. 분위기 바꾸는 차원에서 건희와 팀을 모두 살리기 위해 변화를 주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19세 신인선수에게 클로저 보직을 맡긴 이유에 대해서는 “구위, 안정감이 가장 좋은 상태다. 지금까지는 (김)택연이가 막고 그 뒤를 봤다면 이제는 택연이까지 가는 길을 안전하게 가야한다. 중요한 상황이 9회보다 빨리 올 수 있을 거 같은데 불펜 숫자가 적지 않다. 좋은 선수들도 많다. 승리를 지키는 상태에서 택연이까지 가면 팀 승리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택연의 경우 개막전에서 실패하면서 위축됐었다. 프로 무대에서 맞지 않아야할 공이 맞아나가다 보니 스스로 힘들어했다. 그러면서 볼과 사사구가 많았는데 2군에 다녀와서 결과를 내면서 자신감이 굉장히 좋아졌다. 개막전 실패보다 KIA전 실패가 더 컸는데 잘 이겨내고 잘 오고 있다. 프로무대에 완전히 적응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김택연에게 마무리가 된 소감을 묻자 “오늘 마무리가 될 줄 몰랐는데 감독님이 더 중요한 임무를 맡긴다고 하셔서 책임감이 생겼다. 다만 원래 7, 8회에 하던 대로 던지려고 했다. 그저 9회에 나가는 투수인데 책임감만 더 가지면 된다. 감독님이 내 뒤에 투수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 하라고 말씀하셨다. 매 경기 마무리로 올라가면 책임감을 갖겠다”라고 밝혔다.
마무리투수로서 첫 세이브를 올린 김택연. 지난 두 차례의 세이브와 느낌이 달랐을까. 그는 “진짜 마무리투수로 올라가서 조금 달랐다. 그러나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던졌다. 3점 차라서 큰 거 한 방을 맞아도 1점이 남아있다고 생각했다. 2아웃이라서 초구부터 과감하게 던지려고 한 게 주효했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마무리 홍건희와 나눈 대화도 공개했다. 선배의 대인배의 품격이 느껴지는 에피소드였다. 김택연은 “많은 선배님들이 축하한다고 해주셨는데 특히 (홍)건희 선배님이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미안해하지 말고 자신 있게 하라고 했다. 궁금한 거 있으면 편하게 여쭤보기로 했고, 실제로 여쭤봤는데 다 알려주셔서 문제가 없었다”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김택연은 끝으로 “마무리라는 보직은 중요한 자리다. 팀이 3시간 이기고 있다가 1분 만에 질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책임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하며 “나 때문에 지는 날도 있겠지만 그런 힘든 시기를 잘 대비해야 한다”라고 19세답지 않은 성숙한 각오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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