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블론세이브에 이어 패전까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FA 클로저 홍건희(32)가 날씨가 더워진 6월 들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홍건희는 지난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8차전에 구원 등판해 ⅓이닝 2피안타 1실점 난조로 시즌 첫 패를 당했다.
두산 마무리투수 홍건희는 3-3으로 팽팽히 맞선 9회초 팀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어 선두타자 이재원 상대 1B-2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고도 우전안타를 허용했고, 이도윤의 희생번트로 인해 순식간에 득점권 위기에 처했다.
설상가상으로 불운까지 겹쳤다. 장진혁 상대 2B-2S에서 직구로 내야땅볼을 유도했는데 타구가 느리게 굴러갔고, 2루수 이유찬이 이를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며 내야안타가 됐다. 1사 1, 3루 위기였다.
홍건희는 9회를 마치지 못하고 이병헌과 교체되며 임무 수행에 실패했다. 이어 이병헌이 대타 문현빈 상대 허를 찌르는 스퀴즈번트를 허용하며 홍건희의 승계주자인 이재원의 대주자 하주석이 홈을 밟았다. 두산은 그렇게 3-4로 패했고, 홍건희가 뼈아픈 시즌 첫 패전을 당했다.
두산 헌신의 아이콘 홍건희는 2023시즌을 마친 뒤 생애 첫 FA 권리를 행사했고, 지난 1월 말 원소속팀 두산과 2+2년 최대 24억5000만 원에 계약했다.
홍건희는 스프링캠프에서 예상치 못한 부상을 당하며 FA 첫 시즌을 제때 출발하지 못했다. 그 사이 마무리 자리를 정철원에게 잠시 내줬지만, 4월 11일 1군 합류와 함께 늘 그랬듯 뒷문에서 돌직구와 관록을 뽐내며 클로저의 귀환을 알렸다.
홍건희의 5월은 찬란했다. 2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부터 24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까지 12경기에 등판해 8세이브 평균자책점 1.59의 안정감을 뽐냈다. 11⅓이닝을 소화하면서 피홈런 ‘제로’에 2자책점을 내준 게 전부였다. 두산은 폼이 좋은 마무리투수를 등에 업고 5월 한 달 동안 16승 2무 8패로 승승장구하며 월간 승률 1위에 올랐다.
잘 나가던 홍건희는 6월의 첫날 라이벌 LG 트윈스 상대로 2이닝 1피안타 1피홈런 4탈삼진 1실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5-4로 근소하게 앞선 9회초 2사 후 외국인타자 오스틴 딘 상대로 통한의 동점 솔로홈런을 허용, 팀의 연장 접전 끝 5-8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지난 주 창원 NC 다이노스 3연전 또한 악몽이었다. 4일 경기에서 1-0으로 리드한 8회말 2사 후 등판해 9회말 1사 1, 3루에서 박건우 상대 동점 적시타를 맞았고, 5일 3-2로 앞선 연장 10회말 마운드에 올라 1사 만루 위기에서 포일로 연이틀 동점을 허용했다. 다만 홍건희의 연속 블론세이브는 두산이 2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면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문제는 홍건희를 대체할만한 마무리투수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마무리 후보 정철원이 시즌 내내 부침을 겪고 있고, 루키 김택연은 30경기 2승 2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64로 호투 중이지만 고교 시절 혹사 논란에 휩싸였던 19세 고졸 선수를 당장 주전 마무리로 기용하기엔 부담 및 위험성이 따른다. 김택연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선수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주 “지난해에도 마무리가 바뀌었고, 올해 초에도 그랬다. 일단 마무리가 바뀔 상황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봐야할 거 같다”라며 “물론 계속 실패가 이어진다면 생각해보겠지만 지금 바꿀 생각은 전혀 없다. 블론세이브 전까지 투구가 너무 좋았다. 다시 구위를 되찾을 거라고 믿는다”라고 홍건희를 향한 믿음을 드러낸 바 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