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 창단해 월드시리즈 우승 11번으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 중 하나다. 팬들의 충성심도 대단하기로 유명하다. 광역권 인구는 리그에서 가장 적은 수준이지만 2012년부터 매년 평균 관중 5위 안에 들 정도로 지역 팬들의 성원이 대단하다.
오래된 역사만큼 세인트루이스 팬들은 성숙한 관람 문화를 자랑한다. 지난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 상대팀 신인 투수 폴 스킨스(22)가 7회말 마운드를 내려갈 때 이례적으로 기립 박수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스킨스는 이날 6⅓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인트루이스 타선을 압도했다. 4회말 1사까지 첫 10타자를 퍼펙트로 압도한 스킨스는 5회말 1사 2,3루에서 페드로 파헤스를 헛스윙 삼진, 마이클 시아니를 1루 땅볼로 잡고 실점 없이 넘어갔다.
6회말 1사 1루에선 폴 골드슈미트를 3루 땅볼로 병살을 유도하며 이닝을 끝낸 스킨스는 그러나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0-0 상황에서 7회말 마운드 올랐다. 선두타자 놀란 고먼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으나 놀란 아레나도에게 좌측 2루타를 맞은 뒤 1사 2루에서 강판됐다.
총 투구수 103개에서 좌완 불펜 아롤디스 채프먼에게 마운드를 넘긴 스킨스는 아쉬움 속에 내려왔다. 그 순간 부시스타디움 3루측 관중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스킨스를 향해 기립 박수를 보냈다. 세인트루이스 선수도 아닌 상대팀 선수, 그것도 같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라이벌 팀 선수이지만 인상적인 투구를 한 대형 신인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를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기 후 스킨스는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에는 정말 몰랐다. 안타를 맞고 내려가서 약간 화난 상태였다”며 “뒤늦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됐다. 멋졌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정말 멋진 팬들이다”고 세인트루이스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승패를 떠나 그만큼 스킨스가 리그 전체에서 주목받는 특별한 선수이기 때문에 이런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피츠버그에 지명된 우완 스킨스는 198cm, 106kg 거구에서 평균 시속 100마일에 육박하는 패스트볼을 뿌리는 파이어볼러.
역대급 재능을 지닌 투수로 일찌감치 큰 관심을 모았고, 지난달 12일 메이저리그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까지 데뷔 6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43으로 위력을 뽐내고 있다. 33⅓이닝 동안 삼진 46개를 잡으면서 볼넷은 6개밖에 내주지 않았다. 9이닝당 탈삼진 12.42개에 WHIP 0.96, 피안타율 2할1푼3리로 세부 기록도 우수하다.
평균 시속 99.3마일(159.8km)에 달하는 포심 패스트볼을 중심으로 스플리터,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5가지 구종을 구사하고 있다. 스플리터로 분류되긴 하지만 스플리터와 싱커를 섞은 혼합 구종인 ‘스플링커’는 평균 구속이 94.4마일(151.9km)에 달할 정도로 빠르고 낙폭이 좋다. 데뷔 첫 6경기에서 차원이 다른 괴물 투수임을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