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매직'이 또 하나의 역사를 준비 중이다. 인도네시아 축구와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 무대라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은 11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F조 최종전에서 필리핀을 2-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인도네시아는 3승 1무, 승점 10을 기록하며 자력으로 조 2위 자리를 확정했다. 그 덕분에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승점 6)의 추격을 뿌리치고 이라크(승점 18)와 함께 3차 예선에 진출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필리핀 원정에서 1-1로 비기며 불안하게 2차 예선을 시작했다. 하지만 '동남아 라이벌' 베트남과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 필리핀을 잡아내며 새 역사를 쓰는 데 성공했다. 베트남은 김상식 감독을 새로 선임하며 막판 뒤집기를 노렸으나 무리였다.
이날 인도네시아는 전반 32분 톰 하예의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여기에 후반 11분 리즈키 리도의 헤더 추가골로 격차를 벌리며 2-0 완승을 거뒀다.
안방에서 역사상 첫 3차 예선 진출을 일궈낸 인도네시아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선수단과 신태용 감독은 경기장 육상 트랙을 한 바퀴 돌며 뜨거운 응원을 보내준 팬들과 함께 승리를 자축했다.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기도 했다. 그는 이후로도 선수들과 함께 춤을 추고, 경기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기쁨을 만끽했다.
인도네시아 '콤파스'에 따르면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오늘 우리도 심리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장 위에서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마침내 월드컵 3차 예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제 인도네시아는 사상 첫 월드컵 본선행에 도전한다. 3차 예선은 18팀이 6개 팀 3개 조로 나뉘어 진행되며 각 조 1, 2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3, 4위 팀은 4차 예선을 거쳐 마지막 직행 티켓 2장, 대륙간 플레이오프 티켓 1장을 걸고 다툰다.
신태용 감독은 "우리는 이 팀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사실 3차 예선에서 쉬운 상대는 없다. 게다가 우리는 FIFA랭킹 134위이기 때문에 상대 팀이 확실히 더 강하다. 우리는 3차 예선 진출 자격을 얻은 팀 중 가장 약한 팀이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실제로 3차 예선에 진출한 팀은 한국을 시작으로 중국,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바레인, 팔레스타인, 카타르, 일본, 이란, 우즈베키스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호주, 인도네시아 18개 팀이다. 이 중에서 인도네시아보다 전력이 약한 팀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신태용 감독은 또 하나의 기적을 꿈꾸고 있다. 그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두려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 나는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우리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인도네시아 축구는 이미 신태용 감독과 함께 많은 역사를 썼다. 지난 1월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선 최초로 16강에 올랐고, 지난 4월 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선 한국을 울리며 처음으로 4강에 진출했다.
한편 3차 예선 조 추첨식은 오는 27일 진행된다. 한국은 일본, 이란과 함께 톱시드를 확보하며 가시밭길을 피했다. 조편성 포트는 FIFA 랭킹을 기준으로 배정되기에 인도네시아는 6포트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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