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월드시리즈 우승 도전에 나선 2021년부터 돈을 물쓰듯이 과감하게 썼다. 2021년 2월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14년 3억4000만 달러)와 대형 연장 계약 시작으로 2022년 8월 투수 조 머스그로브(5년 1억 달러)와 연장 계약을, 12월 유격수 잰더 보가츠(11년 2억8000만 달러)와 FA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에는 2월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에 투수 다르빗슈 유(6년 1억800만 달러), 3루수 매니 마차도(11년 3억5000만 달러)와 연이어 연장 계약을 하더니 4월에는 내야수 제이크 크로넨워스(7년 8000만 달러)도 일찌감치 연장 계약으로 묶어뒀다.
그러나 대부분 선수들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타티스 주니어는 손목 수술과 금지약물 적발에 따른 징계로 2022년 시즌 전체를 날렸고, 머스그로브는 계약 2년째인 올해 10경기(49⅓이닝) 3승4패 평균자책점 5.66으로 부진하다. 5월말 팔꿈치 통증으로 올해만 벌써 두 번째 부상자 명단에 들어갔다.
FA 이적 첫 해 아쉬움을 남긴 보가츠도 올해 유격수에서 2루수로 포지션을 옮겼지만 47경기 타율 2할1푼9리(187타수 41안타) 4홈런 14타점 OPS .581로 타격 지표가 커리어 최악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중순 왼쪽 어깨 골절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뒤 아직까지 뚜렷한 진전 소식이 없다.
다르빗슈는 올해 11경기(56⅓이닝) 4승3패 평균자책점 3.20으로 반등했지만 목과 허벅지 통증으로 두 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38세로 나이에 따른 부상 리스크가 크다.
마차도도 샌디에이고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지난겨울 팔꿈치 수술을 받은 여파인지 62경기 타율 2할5푼2리(234타수 59안타) 6홈런 32타점 OPS .690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외야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받았지만 타격 성적이 아쉬웠던 타티스 주니어가 올해 70경기 타율 2할8푼(275타수 77안타) 13홈런 35타점 OPS .829로 살아났고, 크로넨워스도 66경기 타율 2할6푼7리(255타수 68안타) 10홈런 45타점 OPS .794로 반등했지만 팀 전체로 보면 여전히 고비용 저효율로 이름값 대비 성적(35승35패, 승률 .500)은 여전히 아쉽다.
이런 샌디에이고에서 유격수 김하성(29)이 최고의 가성비 선수로 분투하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 2021년 1월 샌디에이고와 4+1년 보장 2800만 달러에 FA 계약한 김하성은 첫 해 적응기를 보낸 뒤 2022년부터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유격수로 뛰며 타티스 주니어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운 뒤 지난해에는 2루수로 자리를 옮겨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유틸리티)를 수상했다. 17홈런을 터뜨리며 장타력을 갖춘 중앙 내야수로 가치를 끌어올렸다.
최고 수비력을 인정받아 유격수로 돌아온 올해도 지난 11일까지 69경기 타율 2할2푼3리(233타수 52안타) 9홈런 34타점 35득점 39볼넷 44삼진 14도루 출루율 .335 장타율 .399 OPS .734로 활약 중이다. 베이스볼레퍼런스 기준 WAR 2.0으로 샌디에이고 팀 내 2위에 올라있다.
김하성이 4년간 쌓아올린 WAR은 각각 2.1, 4.9, 5.8, 2.0으로 총 14.8. FA 계약 기준으로 보통 WAR 1당 평균 비용이 1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계산되는데 김하성은 4년간 무려 1억4800만 달러 활약을 하고 있는 셈이다. 샌디에이고가 투자한 보장 금액 2800만 달러의 5배가 넘는 가치가 된다.
팬그래프닷컴 기준 WAR도 4년간 10.3으로 김하성의 활약이 최소 1억 달러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이 같은 가치를 시즌 후 FA 시장에서 인정받는다면 최소 기준점이 1억 달러로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면 추신수를 넘어 한국인 역대 최고 계약도 충분하다. 지난 2013년 12월 외야수 추신수는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 대형 FA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기준 아시아 선수 최고액으로 야수 기준으로는 지금까지도 최고 계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