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외인교체 카드를 던질까?
KBO리그에서 투수든 타자든 외국인선수들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선발진에서 원투펀치, 타선에서는 중심타자가 있어야 성적을 낼 수 있다. 외인 선발투수들이 평균 30경기에 등판하며 중심을 잡아주고 해결사 노릇을 하는 타자가 있어야 우승할 수 있다. 역대 우승 팀들이 100% 증명하고 있다.
7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KIA는 외국인 변수에 고민을 하고 있다. 우완 제임스 네일은 리그 최고의 투수로 활약하고 있어 성공이다. 13경기에 등판해 9번의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했다. 7승(1패)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1위(1.82)를 자랑하고 있다. 최강 스위퍼를 앞세워 팀 역사상 최고의 외인투수 가운데 한 명으로 자리잡았다.
역대급 외인이라는 평가를 받은 윌 크로우는 뚜껑을 열어보니 네일만큼의 위력은 아니었다. 8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는 1회에 그쳤다. 그래도 5승(1패)을 거두며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신의 몫을 다했다. 그러나 KBO리그에서 선발투수로 나서면서 팔에 부담이 생겼고 결국 팔꿈치 인대 재건수술로 방출이 확정됐다.
크로우의 갑작스러운 부상이탈은 선발진에 시름을 안겼다. 구단은 서둘러 새로운 외인투수를 물색했고 좌완 캠 알드레드를 영입했다. 명목은 교체횟수에 포함되지 않은 부상대체선수였다. 계약금 2만5000달러와 연봉 30만 달러를 투자할 정도로 사실상 정식 대체 외인이나 다름없었다. 잘 던지면 바로 정식 대체선수로 전환할 생각이다.
지난 8일 잠실 두산전에 데뷔전을 가졌으나 애매한 투구로 물음표를 던졌다. 3회까지 1실점으로 막았으나 4회 무사 만루를 만들어주고 강판했다. 3이닝 78구 6피안타 4탈삼진 6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148km의 직구를 던졌고 커브, 싱커,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구사했다. 왼손타자에게는 통했지만 오른손 타자에게는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위기에서 제구가 흔들리기도 했다.
이범호 감독은 “이제 한 번 던졌다. 일부터 가장 센 팀에 처음 붙여봤는데 좋은 구위를 가진 거 같다. 첫 등판이었고, 잠실이라서 조금 긴장도 했을 것이다. 좌타자 상대하는 걸 보면 힘을 실어서 칠 수 없는 구종을 많이 던졌다"는 평가를 했다. 일단 더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다음 등판에서 위력을 보인다면 다행이지만 또 다시 흔들린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또 하나의 변수는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이다. 지난 2년 연속 20홈런을 터트렸으나 올해는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타율 2할7푼3리, 12홈런, 41타점 OPS(장타율+출루율) 0.781를 기록하고 있다. 10명의 외인타자 가운데 OPS기준으로 0.800 이하 선수는 삼성 맥키넌(0.768)과 소크라테스 2명이다. 6월에도 2할6푼9리의 타율에 그치고 있다. 최근 타선의 응집력이 떨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동시에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하다.
KIA는 1위를 질주하다 2위로 내려앉아 치열한 선두 싸움을 벌이게 됐다. 이범호 감독은 8월에 승부가 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대비를 하고 있다. 결국은 외인들의 힘이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알드레드가 잘 던져주고 소크라테스가 폭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라면 우승을 위해 과감하게 교체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최근 심재학 단장이 미국으로 출국했다. 시점이 시점인지라 출장의 성격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물론 무조건 교체하기 보다는 교체 가능성에 대비하는 리스트업 차원으로 풀이된다. KIA는 작년 여름 우완 숀 앤더슨과 아도니스 메니다까지 두 명의 외인 투수들을 모두 바꾸었다. 가을티켓을 향한 결정이었다. 새로 영입한 마리오 산토스는 부상을 당했고 좌완 토마스 파노니는 실적이 저조했다. 결과적으로 5강 진입에 실패하면서 무위에 그쳤다. 올해는 우승이라는 큰 산을 올라야 한다. 그래서 과감하게 두 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