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는 마산구장이 아닌 엔팍에 더 많겠지만, 처음의 기록이 선물이지 않을까요.”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퓨처스팀 자체 SNS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22년 2월, 당시 육성팀 소속 조대오 2군 매니저가 처음 개설한 퓨처스팀 SNS 계정은 현재 NC팬들이 퓨처스팀에 속한 선수들의 소식을 알 수 있는 사랑방이 되어가고 있다. 처음 개설했을 때는 경기 라인업과 사진, 인터뷰 등 퓨처스팀 선수들의 활약상을 소소하게 소개하는 콘텐츠가 주를 이뤘다. 1군이 아닌 재활 선수들의 소식도 이 계정을 통해서 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는 정선우 매니저가 지난해 연말 이뤄진 인사이동으로 이 계정의 새로운 관리자가 됐다. 조 매니저가 맡았을 때보다는 컨텐츠의 성격이 조금 더 밝아졌다. 기존 경기 라인업 소개와 사진 콘텐츠는 기본에, 선수들이 직접 참여하는 짧은 ‘릴스’ 영상을 부지런히 작업해서 올리고 있다.
성과가 적지 않다. 팔로워 상승 추이가 정선우 매니저가 처음 계정을 넘겨 받았을 때 팔로워는 5380명. 약 반 년이 지난 현재 팔로워는 7289명(6월10일 기준)이 됐다. 약 2000여 명이나 늘었다. 퓨처스팀 계정 활성화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는 성과다.
정선우 매니저는 “처음 인사 이동이 났을 때 단장님께서 마음껏 해보라고 하셨다. 하지만 퓨처스팀이라 인력이나 지원에 제한이 있다. 여러 콘텐츠를 혼자 만들어보고 있는데, 평범한 직장인이 영상도 만들고 사진도 찍고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지원 자체는 열악하다. 구단의 지원을 받아서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포토샵이다. 나머지는 휴대전화 무료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정 매니저는 “전문가들이 제작한 것과 비교하면 당연히 퀄리티가 좋을 수는 없다. 그래서 팬들의 지적을 받기도 한다”라면서 “하지만 SNS를 개설한 목적이 퓨처스팀 선수들을 더 알리는 것이기에 그 점에 집중하면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 매니저는 근무시간에는 다른 운영팀 업무도 하면서 콘텐츠를 찾기 위해 부지런히 마산구장을 누비고 있다. 그리고 퓨처스 선수들의 일상을 빠르고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퇴근 이후 시간도 쪼개 가면서 영상을 편집한다. 부지런히 발품을 판 결과가 2024년 신인 투수 최우석의 데뷔 첫 1군 콜업 순간이었다.
정 매니저는 “다른 업무 때문에 라커에 갔는데, 최우석 선수의 콜업 소식을 그 자리에서 알게 됐다. 그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영상으로 담았다. 처음의 순간, 1군 콜업 소식을 직접 듣는 그 순간 선수들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하는 팬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되돌아봤다. 실제로 6월10일 현재, 최우석의 콜업 순간을 다룬 릴스 콘텐츠가 가장 많은 7만3000여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2024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로 지명된 우완 투수 최우석은 지난달 24일 1군 콜업 직후 잠실 LG전 곧바로 데뷔전을 치렀다. 1이닝 1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한 뒤 26일 다시 말소됐다. 하지만 최우석은 이때 눈도장을 받았는지, 지난 6일 다시 1군에 등록됐다. 6일 창원 두산전에서 두 번째 등판에 나섰고 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다시 오지 않을 처음의 순간을 담은 이 영상의 반응이 좋은 것에 보람을 느끼지만 선수에게도 선물이 되기를 바랐다. 정 매니저는 “최우석 선수가 나중에는 마산구장에 없고 엔팍에만 있겠지만 처음의 기분이 잘 전달된 것 같다.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웃었다.
프로야구의 모든 중심은 1군이지만, 2군도 똑같은 패턴으로 돌아가고 있다. 선수들 역시 1군 못지 않은 관심을 받고 싶고, 이러한 관심에 더 동기부여를 받고 싶다. 퓨처스팀 선수들도 소외되지 않고,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퓨처스팀 계정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그렇기에 선수들도 이제는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 “처음에는 선수들에게 휴대전화로 촬영한다고 하니 어색해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들도 소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분량 욕심을 내기도 한다. 생각보다 조회수가 잘 나오고 있고 콘텐츠가 올라갈 때마다 팬들의 반응이 갈수록 좋아져서 나도 놀라고 있다”라고 웃었다.
퓨처스팀 선수들 관련 콘텐츠를 촬영할 때 코칭스태프의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정 매니저는 “선수들이 잘했을 때 영상이나 사진을 촬영한 다는 것을 아니까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누구를 찍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는 코치님들께 의견을 묻기도 하고 추천을 받는다. 코치님들의 추천을 받아 인터뷰를 하면 잘했다는 칭찬도 받는 느낌도 들 것이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 효과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언젠가는 잊혀질 수 있는, 잊고 싶을 수 있는 힘겨운 퓨처스 시절의 기록일 수 있다. 하지만 최우석의 사례처럼 처음의 순간을 잊지 않고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되려고 한다. 언젠가는 1군에 더 오래 있을 선수들이지만 땡볕 아래 함께했던 순간을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도록, 콘텐츠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려고 한다.
정 매지너는 “정식 담당자는 혼자니까 한계는 있다. 하지만 팬분들께서 우리 선수들을 더 자주,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게 노력을 해보겠다”라며 퓨처스팀 계정을 지켜봐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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