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넌의 부진이 예사롭지 않다. 타격감 회복을 위한 재조정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맥키넌은 3~4월 27경기 타율 3할6푼9리(103타수 38안타) 3홈런 15타점 13득점으로 매서운 타격감을 뽐냈다. 장타 생산 능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정확도 높은 타격으로 팀 공격을 주도했다. 5월 들어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24경기에 출장해 92타수 25안타 타율 2할7푼2리 1홈런 8타점 10득점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인다. 8경기에 출장해 타율 1할3푼9리(36타수 5안타) 2타점 3득점에 불과하다. 외국인 타자로서 상대 투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상대에게 전혀 위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삼성은 맥키넌의 타격감 회복을 위해 타순을 조정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박진만 감독은 맥키넌의 부진 원인에 대해 “조금 조급함이 있는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야구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다 그렇게 느낄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시즌 초반에 페이스가 좋았을 때는 볼이 들어오면 잘 출루해주고 스트라이크 존으로 형성되는 공을 쳐서 좋은 결과를 냈는데 요즘에는 그런 부분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급해서 그런지 나쁜 공에 손이 많이 나간다”고 지적했다.
박진만 감독은 “맥키넌에게 조급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본인도 그런 부분을 알고 있다. 알고는 있는데 타석에 들어가면 또 욕심이 생기고 그런 것 같다. 외국인 타자로서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아쉬워했다.
올 시즌 한국 땅을 처음 밟은 맥키넌은 팀 분위기에 완전히 녹아 들었고 성실한 훈련 태도로 동료들 사이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잠시 머물다 가는 이방인이 아닌 라이온즈의 진정한 일원으로 인정받은 맥키넌이 하루빨리 제 모습을 되찾길 모두가 바라고 있다.
삼성이 맥키넌을 교체할 가능성은 낮은 편. 그렇다면 맥키넌에게 문책성 강등이 아닌 타격감 회복을 위한 재조정의 시간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2017년부터 3년간 삼성에서 뛰었던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는 데뷔 첫해 1군 엔트리 말소 후 재조정의 시간을 가진 뒤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러프는 4월까지 타율 1할5푼(60타수 9안타) 2홈런 5타점에 그쳤다. 퓨처스 무대에서 재정비에 나선 러프는 1군 복귀 후 상대 투수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위협적인 타자로 탈바꿈했고 타율 3할1푼5리(515타수 162안타) 31홈런 124타점 90득점으로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당시 그는 “4월에 부진할 때 타격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감독님과 코치님 그리고 동료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진만 감독이 말한 대로 조급해진 맥키넌에게 잠시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건 어떨까.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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