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후계자’의 마지막 스텝업은 끝내 무산됐다. 성장의 마지막 과정은 이제 18개월 뒤에 확인할 수 있다. ‘이대호 후계자’는 ‘제1의 한동희’로 완전히 거듭날 수 있을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한동희는 지난 10일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했다. 육군훈련소에서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실전 경기를 뛰면서 18개월 동안 병역을 해결한다. 오는 2025년 12월9일 제대할 예정이다. 2026시즌부터는 정상적으로 1군에서 활약할 수 있다.
2018년 1차지명으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한동희는 ‘이대호 후계자’로 기대를 모았다. 경남고 출신의 내야 거포. 언젠가는 은퇴할 이대호의 우타 거포 4번 타자 자리를 이어받을 적통의 후계자였다. 그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었기에 한동희는 입단 당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첫 두 시즌 동안 한동희는 성장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프로 입단과 동시에 프로의 벽 앞에서 방황했다. 그러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믿음과 시간을 받기 시작했고 잠재력을 서서히 터뜨리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시즌 동안 성적이 우상향 했다. 서서히 롯데를 대표하는 거포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2022년 이대호가 은퇴한 뒤 2023년부터 한동희는 롯데를 대표하는 거포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우상향 그래프로 예상해보면 2023년은 성장의 벽을 넘어서 확실한 주축 선수로 거듭나는 해였다.
그러나 2023년 한동희는 성장 그래프가 확 꺾였다. 성장세에 방점을 찍지 못하고 추락했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65타점 이상을 수확했던 생산력은 뚝 떨어졌다. 2023년 타율 2할2푼3리(319타수 71안타) 5홈런 32타점 OPS .583으로 부진했다. 1년 내내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리고 올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즌 중 군 입대가 결정됐다. 지난 2019~2020년, 일찌감치 군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있었지만 여러 사정에 의해 한동희는 병역 의무를 뒤로 미뤘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도 노려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최악의 부진에 휩싸였다.
결국 2024년 6월 초까지 활약을 하고 군 입대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한동희는 우상인 이대호의 도움을 받아서 비시즌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강정호 아카데미에서 레슨을 받기도 했다. 2023시즌 한창 방황하고 있을 때 개인 유튜브를 통해서 한동희의 타격 메커니즘을 지적하고 관심을 보였던 강정호와 함께 짧은 시간 동안 교정에 나섰다. 한동희는 강정호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면서 메커니즘 교정에 나섰고 이대호의 유튜브 장면을 통해 한동희의 매력에 흠뻑 빠진 모습을 보여줬다. 여전히 한동희는 매력적인 선수였다.
김태형 감독도 한동희의 매력과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었고, 능력을 극대화 하려고 했다. 김태형의 구상에 한동희는 첫 두 달 동안은 주전 3루수이자 중심 타자였다. 한동희도 올해 군 입대 전까지 명예회복을 하고 싶었다. 후회없이 2024시즌의 첫 두달을 치르고 상무에 입대하는 것이었다.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에서도 달라진 한동희를 기대하게 했다.
그런데 시범경기 시작과 동시에 부상 악령에 빠졌다. 스윙 과정에서 내복사근 부상을 당했다. 개막전 엔트리 합류가 불발됐고 4월 중순이 되어서야 1군에 복귀했다. 하지만 1군에서 자신의 달라진 모습을 확실하게 각인시키지 못했다. 4월 첫 열흘 동안 7경기 타율 1할6푼7리(18타수 3안타)에 그쳤다. 열흘이 지난 뒤 5월9일 사직 한화전에 복귀했다. 그리고 이날 복귀전에서 3타수 3안타에 2루타 2방, 2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그런데 복귀와 동시에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결국 한동희의 마지막 불꽃이었다. 5월18일 잠실 두산전을 끝으로 한동희는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더 이상의 콜업없이, 부상에서 회복하고 심신을 정리하고 군 입대를 하는 것으로 구단은 한동희의 올 시즌을 정리했다. 14경기 타율 2할5푼7리(35타수 9안타) 3타점 OPS .592의 성적으로 2024시즌을 마무리 했다. 한동희의 절치부심했던 군 입대 전 마지막 두 달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명예회복에 실패했다.
한동희가 전역하고 돌아올 2026시즌, 김태형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이기도 하다. 상무에서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신체적으로도 단련해서 심신이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바라야 한다. 한동희의 방황, 슬럼프에는 기술보다는 심리적인 면이 컸다. 멘탈이 흔들리자 기술적으로도 무너지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상무가 속한 퓨처스리그는 1군과 떨어져서 그나마 성적 부담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있다. 2군 통산 성적 타율 4할1푼8리(285타수 119안타) 25홈런 81타점으로 더 이상 퓨처스리그에서 기술적인 검증은 필요없다. 어떻게 부상을 잘 다스리고 심리적인 면을 잘 가다듬고 돌아오는 지가 중요하다. 18개월 동안 성숙해져 돌아온다면, 한동희는 이대호의 그늘에 가린 만년 유망주가 아닌, ‘제1의 한동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한동희는 18개월 뒤, 마지막 스텝업의 단계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