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우완 파이어볼러 유망주 김서현(20)은 현재 퓨처스 팀에 있다. 지난 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아직 열흘이 지나지 않았다. 오는 11일부터 엔트리 재등록이 가능한 김서현인데 지난 8일 대전 NC전이 열린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퓨처스 팀 경기가 없었고, 김경문(66) 신임 감독의 호출을 받아 대전으로 왔다.
지난 3일 한화 사령탑에 취임하며 1군 선수단과 상견례한 김경문 감독이지만 아직 퓨처스에 있는 선수들과는 얼굴을 마주하지 못했다. 마침 이날 퓨처스 팀의 경기가 없었고, 김서현을 대전으로 불러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9일 대전 NC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김서현을 부른 이유에 대해 “그냥 어떻게 있는가 보고 싶어서였다. 별 얘기 안 했다”라면서도 “워낙 특별한 선수다. 그 나이에 내가 봤던 어떤 선수보다 생각이 높게 있다. 머리가 상당히 똑똑한 친구더라. 그 나이에 생각하지 않는 것까지 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이제 20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선수가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 보이는 것이 김 감독은 조금 걱정스러웠던 모양이다. 김 감독은 김서현에게 “네 나이 때는 단순하게 살아야 한다. 러닝 많이 하고, 웨이트하면서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해서 피곤하면 자고, 그렇게 단순하게 해야 한다. 네가 감독도 아니고, 벌써 그렇게 생각이 많을 필요 없다”며 복잡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서현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특급 유망주다. 서울고 시절 청소년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하며 큰 기대를 모았고, 지난해 4월19일 대전 두산전 1군 데뷔전에서 트랙맨 기준 시속 160.1km 강속구를 뿌리며 대형 파이어볼러 등장을 알렸다.
지난해 5월12일 문학 SSG전에서 데뷔 첫 세이브도 거뒀지만 이후 조금씩 제구가 흔들리더니 볼을 난사하면서 1~2군을 오르내렸다. 첫 해 1군에서 20경기 1세이브 평균자책점 7.25로 프로의 벽을 실감했다. 22⅓이닝 동안 삼진 26개를 잡았지만 볼넷 23개, 몸에 맞는 볼 7개로 사사구만 30개를 허용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수업도 받았지만 지난해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캠프 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불펜 보직으로 다시 준비했다. 호주 멜버른, 일본 오키나와로 이어진 스프링캠프까지 팔을 높여 순조롭게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시범경기 때부터 더 잘하기 위한 마음이 앞섰는지 팔 높이를 내리면서 다시 투구 밸런스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개막 엔트리에는 들었지만 추격조로도 쉽게 등판 기회를 얻지 못했다. 팔 높이와 투구폼이 계속 바뀌었고, 구속을 낮춰 던지는 등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였다. 1군 6경기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 중이지만 7이닝 동안 볼넷 9개, 몸에 맞는 볼 1개로 제구 불안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10경기(10이닝) 2승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6.30으로 기복 심한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스스로 투구폼을 바꾸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며 극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김서현으로선 이런저런 복잡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1군에서 던지는 동기, 후배들을 보면서 어린 마음에 너무 급해질 수 있다. 이에 김 감독이 직접 김서현을 만나 격려했다. “감독이 아니라 야구 선배로서 얘기한다. 너의 재능을 많은 팬들이 보고 싶어 한다”는 말로 용기를 북돋아주고 서산으로 돌려보냈다.
자칫 선수 편애로 비쳐질 수도 있는 것을 걱정한 김 감독이지만 시간이 될 때 김서현을 직접 만나 대화를 하고 싶었다. 그의 특별한 재능은 한화 구단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아직 20살밖에 되지 않았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한계를 가늠할 수 없다. ‘명장’ 김 감독의 관심과 조언, 애정 어린 격려는 자존감이 떨어져 있을 김서현에게 아주 큰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