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헐값에 계약했던 베네수엘라 출신 투수가 사이영상 1순위로 훌쩍 성장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 좌완 레인저 수아레즈(29)가 그 주인공이다.
수아레즈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스타디움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런던시리즈 뉴욕 메츠전에 선발등판, 5⅔이닝 8피안타 1볼넷 1사구 6탈삼진 2실점 역투로 필라델피아의 7-2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먼저 10승 고지 밟은 수아레즈는 평균자책점도 1점대(1.70→1.81)를 유지했다. 시즌 전체 성적은 13경기(79⅔이닝) 10승1패 평균자책점 1.81 탈삼진 85개 WHIP 0.85 피안타율 1할8푼1리.
양대리그 통틀어 다승, 평균자책점, WHIP 1위, 피안타율 공동 3위, 탈삼진 공동 10위, 이닝 공동 12위로 투수 주요 지표 상위권에 올라있다. 투구 퀄리티 워낙 좋아 현재까지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유력 후보로 꼽힌다.
베네수엘라 출신 수아레즈는 지난 2012년 4월 필라델피아와 아마추어 FA로 계약했다. 이때 그의 나이 17세로 계약금은 2만5000달러에 불과했다. 당시 환율 기준 약 2800만원밖에 되지 않는 헐값에 필라델피아가 잡았다.
2017년까지 마이너리그에서 성장 과정을 밟은 수아레즈는 201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2021년 후반기부터 본격적인 선발 기회를 얻었고, 첫 풀타임 선발 시즌이었던 2022년 29경기(155⅓이닝) 10승7패 평균자책점 3.65 탈삼진 129개로 첫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하며 주축 선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팔꿈치 통증으로 5월 중순에야 시즌을 시작했고, 22경기(125이닝) 4승6패 평균자책점 4.18 탈삼진 119개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올해는 완전히 잠재력이 터졌다. 우완 원투펀치 잭 휠러, 애런 놀라를 제치고 필라델피아의 에이스로 떠오르며 사이영상 후보로 급부상했다.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92마일(148.1km)에 불과하지만 싱커를 중심으로 포심, 커브, 체인지업, 커터 등 5가지 구종을 10% 이상 비율로 고르게 구사하고 있다. 주무기 싱커의 움직임이 좋아 땅볼 유도에 특히 능하다. 우타자 상대 무기로 체인지업이 향상되면서 확실히 스텝업했다. 9이닝당 볼넷 1.92개로 제구도 더 좋아졌다.
수아레즈와 배터리 호흡을 맞추고 있는 필라델피아의 올스타 3회 포수 J.T. 리얼무토는 9일 ‘폭스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수아레즈의 공을 받는 게 정말 재미있다. 솔직히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 같다”는 표현을 쓰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리얼무토는 “그가 던지고 싶어 하는 걸 입력만 하면 실행을 한다. 속도를 조절하고, 로케이션도 아주 잘 바꾼다. 워낙 많은 구종을 갖고 있는데 다양한 곳으로 던진다. 타자들의 밸런스도 쉽게 무너뜨린다. 그는 내가 하는 일을 정말 재미있게 해준다”며 수아레즈의 활약을 자신도 즐긴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