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에도 얼리 드래프트가 있다면 지금도 상위 픽을 받을 수 있을 정도다.”
지난 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제2회 한화 이글스배 고교-대학 올스타전’에서 가장 어린 선수는 2007년생 외야수 오시후(17·덕수고)였다. 고교 올스타 24명 중 유일한 2학년생으로 발탁됐는데 선배들 사이에서 4번타자 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185cm, 85kg으로 벌써 프로 선수급 체격을 갖춘 좌투좌타 외야수 오시후는 올해 이마트배, 황금사자기를 제패하며 ‘고교 최강팀’으로 자리매김한 덕수고에서 4번타자를 칠 만큼 타격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고교 21경기에서 타율 4할3푼1리(65타수 28안타) 2홈런 33타점 15득점 20사사구 7삼진 출루율 .539 장타율 .677 OPS 1.216으로 활약 중이다.
이마트배 결승에서 ‘파이어볼러’ 정우주(전주고)에게 동점 투런 홈런을 터뜨린 뒤 결승 2루타까지 친 오시후는 황금사자기에서도 대회 최다 7타점을 올렸다. 여세를 몰아 이날 올스타전에서도 4타수 1안타 3타점 1사구로 활약하며 고교팀의 12-2 대승을 이끌었다. 유일한 2학년인데 대회 MVP에도 선정됐다.
첫 타석부터 강렬했다. 1회 1사 1,2루에서 대학팀 선발 한지헌의 높은 직구를 받아쳐 우중간 펜스를 직격하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선제 2타점 2루타로 이날 경기 결승타. 이 모습에 KBO리그 한 시대를 풍미한 대타자이자 한화의 영구 결번 레전드 김태균 KBSN스포츠 해설위원이 놀랐다.
이날 ‘이글스TV’에서 해설을 맡은 김태균 위원은 “스윙이 굉장히 부드럽다. 프로에 와서도 힘을 빼는 데만 5~10년 걸린다고 하는데 오시후는 힘들이지 않고 가벼운 스윙, 몸의 밸런스로 쳤다. 임팩트 순간 팔로스루로 넘어가는 과정도 좋아 굉장히 완성도가 높다”고 코멘트했다.
오시후가 2학년생이라는 말에 김태균 위원은 “그게 더 충격적이다. 고교야구에도 얼리 드래프트가 있다면 지금도 상위 픽을 받을 수 있을 정도”라고 높게 평가했다. 실제 스카우트들도 내년 시즌 야수 최대어로 오시후에게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2회 1사 1,2루에선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추가했다. 김태균 위원은 “상황에 맞는 타격도 보여줬다. 힘을 써야 할 때와 가볍게 외야 플라이를 만들어내야 할 때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들어갔다. 4번타자로서 홈런도 중요하지만 득점권 상황에서 득점을 내줘야 할 4번타자 임무를 확실히 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MVP 수상 후 오시후는 “유일한 2학년이라 부담됐는데 형들이 잘 챙겨주고 격려해줘서 좋았다. 4번 타순에 배치될 줄 몰랐는데 감독님이 나를 믿어줬고, 맡은 역할을 열심히 하겠다고 했는데 MVP까지 받았다. 좋은 경험이었고, 자존감도 올라갈 것 같다”며 기뻐했다.
이마트배 결승전에서 인천 SSG랜더스필드를 넘긴 오시후는 이날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도 넘길 뻔했다. “처음 맞았을 때 ‘갔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펜스도 높고 깊었다. 랜더스필드보다 약간 멀어 보이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한 오시후는 “큰 무대에 가기 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시후가 꿈꾸는 큰 무대란 청소년대표팀이다. 아직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하반기 대만에서 U-18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예정돼 있다. 오시후는 “국가대표로 뽑아주시면 잘하겠다. 태극기를 달고 나가면 압박김이 있을 것 같은데 형들을 믿고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한일전을 뛰어보면 설렐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