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전체가 이루어낸 완봉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투수 애런 윌커슨(35)이 눈부신 완봉승을 따냈다. 희생양은 선두였다. 4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9회까지 108구를 던지며 5피안타 9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의 완벽투로 6-0 승리를 이끌었다.
올해 리그 1호 완봉이었다. 그것도 2022년 6월11일 롯데전에서 고영표의 무사사구 완봉 이후 2년만에 나온 값진 기록이었다. 롯데선수로는 2021년 6월4일 KT전에서 박세웅 이후 3년 만이었다. 롯데 외국인 투수로는 2019년 5월14일 LG전 톰슨 이후 5년만이다.
타선이 1회 선제점에 이어 2회 유강남의 3점홈런으로 일찌감치 힘을 실어주었다. 실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회말 1사후 김도영에게 좌익수 옆으로 빠지는 2루타를 맞았다. 3회도 선두타자 최원준을 내야안타로 출루시켰다. 그때마다 위력적인 체인지업과 커터, 직구를 섞어 후속타자들을 제압했다. 발 빠른 주자들이었으나 베이스에 꽁꽁 묶었다.
최대 위기는 5회였다. 1사후 한준수에게 중월 2루타를 맞았다. 최원준에게 또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1사1,3루 실점 위기에 봉착했다. 차분하게 박찬호를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게다가 리터치를 하던 3루주자 한준수를 좌익수 레이예스의 정확하고 빠른 홈송구를 잡아냈다. 완봉을 직감시키는 호수비였다.
힘을 얻은 윌커스는 이후 6회부터 9회까지 4이닝동안 12타자를 퍼펙트로 제압하고 완봉을 결정했다. 나흘간격으로 일요일(9일) 등판이 예정됐는데도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기어코 완봉을 달성했다. 완봉의 에너지는 극강의 제구력이었다. 체인지업(40개), 커터(34개), 직구(26개), 커브(5개), 슬라이더(3개)를 포수가 원하는 곳에 정확히 배달했다.
유강남과의 호흡도 좋았다. "지금까지 유강남과 호흡을 많이 맞췄다. 특히 오늘은 머리를 흔든 것이 딱 한 번 밖에 없었다. 그만큼 서로 호흡이 잘맞았다. 좋은 리드를 해주어 앞으로도 좋은 모습 계속 이어갈 것이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유강남도 "워낙 구위도 뛰어났고 제구가 좋았다. 스크라이크존 외곽라인으로 던진다. 타자들이 노려도 치기 어려웠다"며 완봉 비결을 설명했다.
경기후 윌커스는 "팬들이 없었다면 오늘 같은 경기가 나왔을 수 없다. 원정경기에 와주셔서 응원을 해주셨기에 완봉같은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선발로 나가면 항상 내가 끝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일요일은 일요일에 생각하는 것이고 최대한 완봉을 해보려고 했다. 몸 상태도 좋아 계속 올라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 두 타자가 중심타자여서 (풀카운트)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체인지업이 잘 먹혀 삼진을 잡을 수 있었다. 팀 전체가 함께 이루어낸 완봉이었다. 나 뿐만 아니라 동료들이 좋은 모습을 보였다. 타선이 좋았고 레이예스가 좋은 홈 송구를 하는 등 수비에서도 도와주었다"고 각별한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동료들의 물세례에) 스파이크가 물에 꽉 찼다. 오늘 새 신발이다. 물을 다 빼내야한다. 고민이다"며 웃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