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투하면 안된다".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현역시절 타이거즈의 주축투수였다. 무적의 잠수함 투수로 무려 10년 연속 10승 기록을 세웠다. 잠시 FA 자격을 얻어 삼성으로 이적했으나 KIA로 복귀해 필승맨으로 활약했다. 투수코치로 변신해 많은 투수들을 길러냈다. 그 가운데 한 명이 양현종이다.
엄청난 구위에 비해 제구가 들쑥날쑥했다. 경기가 끝나면 수건 한 장을 들고 불꺼진 불펜에서 새도우 피칭을 했다. 원정경기면 호텔 옥상에 올라갔다. 월요일 쉬는 날에도 양현종과 함께 훈련을 함께했다. 172승을 따내고 2000탈삼진을 앞둔 지금의 양현종의 성장에 기여했다. 그래서 양현종은 KT와 경기가 열리면 항상 찾아뵙고 인사하는 등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감독도 가끔 기자들과 브리핑에서 양현종에 대한 멘트로 한다. 자신의 타이거즈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을 때도 호투로 승리를 따낼때도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상대팀 선수에 대한 평가는 조심스러워하지만 양현종에 대해서는 아니다. 그만큼 상대팀을 떠나 자신의 제자로 애정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광주를 찾은 이 감독은 양현종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었다. 5월31일 경기에서 1회 선제점, 2회 추격점을 뽑더니 6회는 장성우의 동점홈런과 1사 만루를 만들었고 로하스 만루홈런(피홈런은 김도현)까지 앞세워 승리했다. 결국 6회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갔고 5⅓이닝 6실점의 수모를 당했다. 마운드에서 유난히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범호 감독은 "지금까지 많이 던졌다. 200이닝 페이스이다. 왠만하면 6이닝을 지키려고 하는데 교체하러 올라갔을때 본인도 힘들었는지 그냥 볼을 주더라. 근래 많이 지쳤다"며 말했다. 당시 기준으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개막부터 다른 선발들의 이닝 소화력이 낮고 불펜진이 부하를 받자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려 노력했다. 지난 5월 1일 광주경기에서는 KT를 상대로는 완투승까지 따내기도 했다.
이강철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담은 당부를 했다. "우리나이로 37살이다. 210승까지는 쉽지 않겠지만 (기록을 향해) 계속 던지려면 한 경기에 적당한 이닝을 소화해야한다. 저번 완투를 할때 처럼 한 번에 많이 던지면 나중에 부담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도 39살까지 현역으로 뛰었다. 양현종은 한화 레전드 송진우의 2048탈삼진 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다. 송진우의 210승과 3003이닝 도전도 주목받고 있다. 그곳까지 도달하기 위해 한번쯤 곱씹을만한 조언이 아닌가 싶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