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는 지난 2020년 4월, 이사회에서 신인 지명권 트레이드를 허용했다. 당시 이사회는 ‘구단은 다음 연도 지명권을 2명 이내로 선수와 교환하는 방식으로 다른 구단에 양도할 수 있다’라는 내용의 규약 변경을 결의했다.
이 해 12월, 처음으로 지명권 트레이드가 단행됐다. 롯데와 KT가 주인공. 롯데는 내야수 신본기와 투수 박시영을 KT로 보내면서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왔다. 그리고 당시 유망주에 불과했던 투수 최건을 데려왔다.
최건은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지명을 받았던 강속구 유망주. 1군에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트레이드 당시에는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해결하고 있었다.
2021년 말, 소집해제를 한 뒤 2022년부터 롯데에서 본격적인 활약을 펼치기 위해 준비했다. 그 사이 반대급부였던 신본기와 박시영은 2021년 KT 위즈의 통합 우승의 주역이 됐다.
그리고 함께 건너온 투수 최건은 현재 최이준으로 개명을 했고, 올해 1군에서 비로소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한 차례 2군에 다녀오긴 했지만 꾸준히 1군에 머물고 있다. 2022년 병역을 마치고 돌아온 뒤 첫 시즌 기대대로 강속구를 뿌리며 필승조 후보로도 꼽혔지만 족저근막염 부상과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다시 중용을 받기 시작했지만 결국 28경기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6.83(29이닝 22자책점) 20탈삼진 21볼넷의 성적에 그쳤다.
올해도 최이준은 기대를 받는 유망한 투수였다. 스프링캠프에서 MVP를 받으며 기량 발전을 증명하기도 했다. 비록 최이준의 보직은 추격조에 가까웠고 들쑥날쑥했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달 말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5월 26일 사직 삼성전, 선발 찰리 반즈가 갑작스러운 내전근 통증으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급히 몸을 풀고 마운드에 오른 최이준이었고 당시 1-1로 맞선 2사 만루 상황을 처리했다. 1⅔이닝 동안 3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치면서 팀의 9-1 역전승을 이끌었다. 반즈가 조기 강판된 상황을 완벽하게 정리했고 최이준이 구세주로 등극한 순간.
지난달 26일 삼성전 처럼 최이준이 급한 불을 끄자 롯데의 분위기도 살아났다. 6회말 대거 7득점에 성공하면서 역전했고 최이준은 7회까지 탈삼진 4개를 곁들이며 2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13-4로 팀이 승리하며 최이준은 다시 한 번 승리 투수가 됐다. 최이준의 시즌 성적은 15경기 2승 평균자책점 3.78(16⅔이닝 7자책점) 12탈삼진 11볼넷이다.
최이준 덕분에 거둔 승리가 벌써 2차례나 됐다. 이 승리들이 없었으면 롯데의 성적과 분위기는 더 가라앉을 수도 있었다. 2일 경기가 끝나고 김태형 감독 역시 “최이준 덕분에 역전을 할 수 있었다”라면서 역전승의 주역이라고 치켜세웠다.
현재의 상황이라면 롱릴리프부터 필승조 역할까지 두루 소화할 수 있는 마당쇠로 중용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구승민 최준용 등 기존 필승조로 생각했던 선수들의 부진으로 불펜진 구상이 어긋났는데 최이준의 분투가 불펜진에 숨통을 트이게 했다.
최이준은 서서히 벤치의 믿음을 얻어가면서 1군 불펜진의 한 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트레이드 4년차에 접어든 올해, 롯데는 비로소 트레이드의 정산서를 받아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