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이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몇몇 유망주들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고승민 역시 김태형 감독이 찍은 재능있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부임과 동시에 치른 마무리캠프에서 입단 당시 포지션이었던 2루수로 재전향을 시켰다. 2루수 고승민에 대해 의문도 있었지만 스프링캠프를 치르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지만 수비적인 안정성을 채우기에는 2019년 입단 이후 외야수 1루수 등 여러 포지션을 오가면서 방황한 시간들이 길었다. 2루수 고승민에 대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알면서도 실전 투입은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시즌을 앞두고는 주전 좌익수로 고려했던 김민석의 부상으로 좌익수로 이동해 시즌을 맞이했다. 수비에 대한 물음표가 있음에도 고승민의 타격적인 재능을 무시하기 힘들었다. 개막 이후 첫 8경기에서는 슬럼프에 휩싸이면서 한 차례 2군에 다녀오기도 했다. 고승민의 스윙 폭과 다리 넓이 등을 지적했고 수정 보완을 지시했다. 그리고 2군에서 2루수 플랜을 다시 꺼냈다.
4월4일 1군에서 말소되기 전, 고승민은 8경기 타율 1할6푼7리(30타수 5안타) 1홈런 4타점 OPS .552에 머물렀다. 2군에서 3주 넘게 머물렀고 4월26일 다시 1군 무대를 밟은 뒤 2군으로 다시 내려가지 않았다. 4월 26일 다시 1군에 올라온 뒤 타율 29경기 3할4푼6리(104타수 36안타) 2홈런 24타점 15득점 OPS .917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지난 2일 사직 NC전은 고승민의 한 방이 승부를 좌우한 날이었다. 득점의 순간, 고승민이 있었다. 0-3으로 끌려가던 4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해 우전안타로 출루했다. 이정훈의 2타점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고승민은 이렇게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향해 가고 있다. 주전 2루수로 거듭난 것은 물론, 좌익수 우익수 1루수 등 과거 자신이 해봤던 포지션까지 다양하게 소화하며 롯데 야수진에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2루수로 24경기(20선발) 172⅓이닝, 1루수로 4경기(0선발) 9이닝, 우익수 3경기(2선발) 16이닝, 좌익수 13경기(12선발) 86이닝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며 출장 기회가 늘어났다. 경기 출장과 비례해서 경험이 쌓이고 있고 잠재력을 서서히 터뜨리고 있다.
여러 포지션을 오가는 것에 대해 “계속 내야로만 출전하면 외야보다는 부담이 된다. 하지만 한 번씩 외야를 나가면서 심적으로 편해지는 것 같다”라면서 “제가 수비를 잘 못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지금도 아직 잘 못 하는 것 같고 어설프다. 주변에서 커버를 잘 해주는 형들이 있기 때문에 좋게 보이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고승민은 좌투수 상대로 타율 2할3푼5리(51타수 12안타) OPS .604를 기록 중이다. 우투수 상대 타율 3할3푼8리(74타수 25안타) 3홈런 20타점 OPS .980, 언더핸드 상대 타율 4할4푼4리(9타수 4안타)에 비해 약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난해 시즌을 통틀어 좌투수 상대로 59타석 밖에 들어서지 않았다면 시즌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지난해 못지 않은 58타석을 소화했다. 좌투수 상대로도 빠지지 않고 기회를 받고 또 차츰 경험을 쌓으며 성과를 만들고 있다.
고승민은 그동안 플래툰의 굴레에 대해 “원래 좌투수 공이 치기 괜찮았다. 하지만 좌투수에 약하다는 소리를 계속 듣다 보니까 부담을 가졌었고 그래서 더 성과가 안나왔던 것 같다”라고 속내를 털어놓으며 되돌아봤다. 플래툰 시스템이 고착화 되면서 좌투수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선발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었고 이러한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더더욱 부담으로 다가온 셈이다.
그러면서 “지금은 정말 재밌는 것 같다. 그동안 플래툰 시스템이 있었지만 지금은 똑같이 경기에 임하고 감독님께서 기회를 많이 주셔서 그 기회에 보답해드리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 나가면 더 잘 쳐야 겠다는 생각만 하고 들어간다”라면서 “경기를 많이 나가면 저에게도 경험이 되고 경기에서더 안 빠지고 제 자리를 찾기 위해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김태형 감독 체제 하에서는 플래툰은 없었다. 한 번 싹수가 보이고 재능이 있으면 우선적으로 믿음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안 좋은 모습들이 나오면 교정 기간을 가지기도 했다. 고승민은 이러한 김태형 감독의 조련을 거치면서 풀타임 주전으로 거듭나고 있다. 과연 올해 기회를 받으면서 쑥쑥 크는 풀타임 고승민은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