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새 사령탑으로 김경문(66) 전 야구대표팀 감독이 선임됐다.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한화가 처음부터 김경문 감독을 낙점한 것 아니었냐’는 의심도 있지만 단독 후보는 아니었다. 형식적인 면접 과정은 더더욱 아니었다.
한화는 지난 2일 제14대 사령탑으로 김경문 감독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2026년까지 계약 기간 3년으로 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씩 총액 20억원 조건으로 계약했다. 이로써 김경문 감독은 지난 2018년 6월 NC에서 물러난 뒤 6년 만에 KBO리그 현장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27일 최원호 전 감독이 물러난 뒤 6일 만에 한화의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이 완료됐다. 그 사이 한화는 최원호 전 감독과 함께 동반 사퇴한 박찬혁 대표이사 후임으로 박종태 신임 대표이사도 31일 취임했다.
시즌 도중 감독 교체와 새 감독 정식 선임 과정을 거쳤지만 비교적 빠르게 수습이 이뤄졌다. 이로 인해 ‘김경문 감독이 처음부터 낙점된 상태로 감독 면접은 요식 행위 아니었냐’는 얘기가 나왔다. 과거에도 몇 차례 한화 감독설이 나온 김경문 감독인데 손혁 단장과 같은 공주고-고려대 출신으로 두산 시절 감독과 선수로 함께한 인연이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의혹이 일각에서 불거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 아닌 오해다. 이번 한화의 감독 선임 주체는 구단이 아닌 그룹이었다. 버텀업이 아닌 톱다운 방식으로 그룹이 추천한 후보들을 손혁 단장이 만나 면접 과정을 거쳤다. 손혁 단장이 후보들을 만나긴 했지만 감독을 직접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은 없다. 한 관계자는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구단에서 개인 한 명이 감독을 선택할 순 없다”고 말했다.
손혁 단장은 그동안 최원호 전 감독과도 사촌 동서지간이라는 이유로 오해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손혁 단장이 2021년 12월 한화에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로 오기 전 이미 최원호 전 감독이 2019년 11월 퓨처스 사령탑으로 2년 먼저 한화에 왔다. 지난해 5월 카를로스 수베로 전 감독을 경질하고 최원호 전 감독을 1군 감독으로 승격한 것도 손혁 단장 혼자 주도적으로 나서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외부에서 근거 없는 비판을 했고, 불필요한 오해들이 불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경문 감독이 선임돼 손혁 단장과의 관계가 부각되는 것에 대해 한화는 무척이나 조심스런 모습이다. 손혁 단장은 물론 이제 막 시작하는 김경문 감독에게도 자칫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감독 발표 후 한화는 보도자료에서 구단 입장을 첨부해 “우리 구단 주요 인사는 특정 단독 후보로 진행되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하면서 “통상 3~5명의 후보 리스트를 추리게 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역량 있고, 영입 가능한 여러 후보가 대상자로 올랐다. 신임 감독이 선임된 만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화가 만난 역량 있는 감독 후보에는 선동열(61) 전 야구대표팀 감독도 있었다. 처음부터 한화가 카리스마 있고, 야구계에서 명망이 높은 리더를 찾으면서 김경문 감독과 함께 선동열 전 감독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하지만 선동열 전 감독이 한화와의 면접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지자 ‘한화가 싫어서 거절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최근 4명의 감독이 연이어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중도 하차하면서 한화는 ‘감독들의 무덤’이란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하지만 선동열 전 감독이 고사한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 현장에서 팀을 이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한화에 대한 불호로 고사한 건 더더욱 아니었다. 연락은 했지만 면접에 응하지 않아 계약 조건이나 다른 문제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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