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재동 객원기자] 1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커넥션’ 4회에선 박태진(권율 분)과 원종수(김경남 분)가 필오동 바이오산업단지 개발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혹시 외부에서 개인투자자나 자금 유입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박태진)
“왜 누구 있어?(원종수)”
“물어보면 의향은 있을 것 같아서”(박태진)
“야, 최소 100억은 넘어야 돼. 야 태진아, 이런 거는 있잖아. 몇 백 억 날려도 다시 몇 천 억은 벌 수 있는 사람들이 하는 베팅야.”(원종수)
“그냥 백억정도 캐시로 들고있다고 하면 그게 누구건 넣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어서. 니 의향 물어본 것 뿐이다. 임마.”(박태진)
“그러면 백억 들고 나한테 와가지고 머리 조아리고 부탁해 보면 내가 고민해 볼게.(원종수)
원종수의 그 말을 듣는 박태진의 표정이 씁쓸하다. 그리고 이 장면이 어쩐지 사건의 핵심을 찌르는 대목같아 신경이 쓰인다.
당초 드라마는 안현시가 지자체 중 최초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시작된다. 그 성과로 안현시를 장악하고 있던 마약유통조직 오거미파가 공중분해된다. 하지만 빠르게 그 공백을 메운 것이 레몬뽕. 신규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기존 시장이 철폐되는 모양새다.
레몬뽕의 공급책은 세칭 ‘닥터’란 인물. 이 인물은 공진욱(유희제 분)을 통해 레몬뽕을 유통책 윤사장(백지원 분)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공급을 끊어버려 공진욱과 윤사장을 갈등하게 만든다. 그리고 윤사장의 협박이 턱밑을 찌를 지경이 되어서야 공진욱은 닥터에게 연락한다. 그 순간 공진욱은 깨닫는다. “닥터가 바뀌었어!”
닥터가 바뀌는 동안 박준서(윤나무 분)가 죽는다. 자살로 보이는 죽음이다. 근데 박준서가 남긴 유서가 께름칙하다. 자신이 든 생명보험 50억원을 자신이 만든 회사 오디오파일이 인수하고 그 지분은 장재경(지성 분)·오윤진(전미도 분)·이명국(오일영 분)이 동일비율로 승계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해석은 박준서의 아내 최지연(정유민 분)이 내놓는다. 경찰인 장재경과 기자인 오윤진에게 자신의 죽음을 밝혀달라는 미끼 아니겠냐는. 박준서의 죽음이 자살로 종결되면 보험금은 지급되지 않으니 자살이 아님을 증명하라는 독촉일 것이란 추론이다. 그리고 남은 한 인물, 이명국은 시신으로 발견된다.
이명국에 대해선 먼저 박태진이 원종수와 오치현(차엽 분)에게만 말한다. “준서 유서에 우리 모두가 아는 한 명이 더 있었어. 이명국!”
그 인물에 대해선 오윤진도 말한다. 금형약품 회사내부비리 제보자였다고. 폐암 말기란 소리에 약속을 잡았지만 인터뷰하기로 한 날 안나왔으며 그 날이 실종 다음 날이란 소리를 나중에 들었다고.
그 이명국은 7개월 전 살해돼 실종처리됐으며 냉동보관-매장을 거쳐 자신의 집 안방에 돌아와 있다가 찾아나선 장재경 오윤진에게 발견된다.
이상의 정황상 레몬뽕의 출처는 금형약품, 개발자는 이명국이며 이명국의 살해-냉동보관-매장엔 원종수·박태진·오치현이 연관있어 보인다.
또 하나의 죽음 박준서는 어떤가. 박준서의 부검이 결정된 후 원종수와 박태진이 나누는 대사도 의미심장하다. 멱살을 거머쥐며 부검 못막은 박태진을 공박하는 원종수에게 박태진은 말한다. “너랑 나랑 거기 같이 있었잖아. 같이 봤잖아. 준서 몸에서 나올 것 없어.” 결국 박준서의 죽음에도 최소 두 사람은 연관이 있다는 얘기다.
시놉시스에서 원종수를 설명하는 대목이 있다. “회사 내 한 연구원이 신종마약을 개발한다. 대학 시절부터 종종 마약을 했던 종수는 그 성능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았고, 혼자 즐길 목적으로 마약을 제조한다.”
그렇게 레몬뽕은 탄생했을텐데 그 시장성을 알아본 인물이 박태진이라면? 박태진은 말했다. “우리 친구들 목표는 널 금형그룹 회장 만드는 거야.” 그리고 그 목표를 앞세워 박서준과 오치현을 끌어들였다면? 박서준의 경우 희귀병 딸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닥터'역을 맡았다면?
필오동 개발사업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이 사업의 성패는 원종수의 금형그룹 회장 등극에 결정적이다. 하지만 레몬뽕 유통에 원종수는 무관해 보인다. 박태진에게 “자금계획은 이구그룹하고 상의해야지. 금형만으로는 어려우니까.”라 말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박태진이 말한 ‘캐시로 백억쯤 들고있는 사람’은 박태진 본인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한편 박준서의 죽음은 닥터의 공백기와 맞물린다. 박준서는 죽기 하루 전 장재경을 찾아와 “다시 제 자리로 돌려놓겠다.”고 말한 바 있다. 유서의 말미에 이명국의 이름을 적어놓은 것은 동아리 오디오파일 선배이기도 한 이명국의 죽음도 규명해달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공진욱 루트를 뚫은 최초의 ‘닥터’는 박준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던지기 첩보를 제공하며 장재경과 둘만의 SOS ‘1882’를 남긴 것도 박준서일 것으로 보인다. 공진욱을 타고 들어가 레몬뽕 유통망을 박살내라는 취지의 제보일 테다. 하지만 이후 장재경이 중독되는 동영상을 보내며 ‘약 챙겨 드시고 조만간 봅시다’ 이후의 문자에서 1882는 사라진다. 사람이 바뀐 셈이다.
현재의 닥터는 그럼 누굴까? 공진욱이 할 수 없이 전화를 걸었을 때 “다들 참을만 했나 봐요? 이제 전화하는 것 보니까. 다시 장사 시작합시다.”고 말한다.
먼저 연락하는 순간 닥터와의 거래는 끝인 줄 알고 있던 공진욱보다 정작 닥터 쪽이 장사에 목을 매는 인상을 준다. 등장인물 중 돈이 급한 인물은 누굴까?
이번 닥터는 공진욱뿐 아니라 장재경을 중독시키는 조건으로 윤사장과의 직거래도 텄다. 빠른 시간 안에 많은 돈이 필요한 인물이다. 아울러 약간의 원한 관계가 얽힌 마약반 에이스 장재경의 팔다리도 묶어놓을 필요가 있는 인물.
사실 시장을 장악하던 오거미파를 밀어내는데 장재경은 잘 드는 칼이었지만 새롭게 조성한 시장에서도 장재경이 날뛰는 건 불안 요인일 뿐이다.
여기에 또 다른 세력도 있어 보인다. “다시 제 자리로 돌려놓겠다.”던 박준서와 뜻을 같이 하는 측. 그들은 이명국의 죽음 실체가 밝혀지길 원해 장재경이 찾을 수 있게 이명국의 시신을 원상복귀시켰을 수 있다.
4회에선 이런 흐름 속에 정윤호(이강욱 분)의 돌발행동이란 변수도 배치했다. 3회에서 정윤호는 정상의(박근록 분)에게 묻는다. “준서 죽은데가 어디라고?” 필오동 패션타운 자리라는 소리를 듣고는 놀라 되묻는다. “패션타운? 필오동 3거리 공사하는데?”
택시기사로 남는 시간 현장을 지키던 정윤호는 장재경이 떡방앗간 CCTV를 확인하는 모습을 훔쳐보다 장재경이 자리를 비운 틈에 주인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메모리를 불태운다. 하지만 주인이 백업받아놓은 USB는 장재경의 손에 넘어간다.
너무 앞서 나가 문제를 일으키는 편인 정윤호가 사건현장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지, 6개월 전의 박준서는 왜 떡방앗간의 CCTV를 복사해 갔는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 덕에 추리하는 맛이 제법이다. ‘커넥션’이 흥미진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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