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밉다. 아니 어쩌면 믿었던 맨체스터 시티가 더 미울지도 모르겠다.
영국 '더 선'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첼시는 맨유의 FA컵 우승으로 700만 파운드(약 123억 원)의 손실을 입었고, 향후 수익까지 줄어들게 됐다. 이로써 더 많은 재정적 어려움에 빠졌다"라고 보도했다.
첼시는 우여곡절 끝에 2023-2024시즌 프리미어리그 6위를 기록했다. 물론 개막 전 기대감에 비하면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이다.
첼시는 2022-2023시즌 리그 12위까지 추락했고,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데려오면서 재건에 나섰다. 여기에 모이세스 카이세도와 콜 파머, 크리스토퍼 은쿤쿠, 니콜라 잭슨 등을 영입하며 선수단 보강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첫 6경기에서 1승만 거두며 부진했고, 한때 12위까지 미끄러지기도 했다.
다행히 후반기는 전반기보다 훨씬 나았다. 갈수록 공격력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특히 파머의 득점력이 불을 뿜었다. 결국 첼시는 막판 5연승을 달리며 6위로 시즌을 마쳤다. 어려워 보였던 유럽대항전 티켓도 손에 넣었다. PL 6위 팀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진출권까지 주어진다.
하지만 첼시는 다음 시즌 UEL 무대를 누빌 수 없게 됐다. 바로 맨유가 맨시티를 꺾고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을 우승하는 파란을 일으켰기 때문. 맨유는 FA컵 결승에서 맨시티를 2-1로 제압하며 통산 13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부순 승리였다. 맨유는 시즌 막판 부진에 빠지면서 리그 8위까지 추락했고, 맨시티는 역사적인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달성하며 두 시즌 연속 더블을 정조준했다. 당연히 맨시티의 2시즌 연속 FA컵 제패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알레한드로 가르나초가 상대의 치명적인 실수를 놓치지 않고 선제골을 터트렸고, 코비 마이누가 추가골까지 뽑아냈다. 후반 막판 제레미 도쿠에게 추격골을 허용하긴 했으나 거기까지였다. 맨유는 남은 시간을 잘 버텨내며 지난 시즌 FA컵 결승전 패배를 그대로 되갚아 줬다.
그 덕분에 맨유는 리그 8위에 그치고도 FA컵 정상에 오르며 UEL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 대신 첼시가 UEFA 컨퍼런스리그(UECL)로 밀려났고, 7위 뉴캐슬은 유럽대항전 출전 자격을 잃었다. 첼시로서는 어렵게 리그 6위를 차지하고도 UEL보다 한 단계 낮은 UECL에 나서야 하게 됐다.
이는 첼시 재정에도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더 선은 "맨유와 첼시 둘 다에게 연쇄적으로 상당한 재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첼시는 지난 2년간 10억 파운드(약 1조 7650억 원)에 달하는 이적료를 사용한 뒤 장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UEFA는 UEFA 챔피언스리그(UCL)와 UEL, UECL 3개 대회에 총 28억 2000만 파운드(약 4조 9774억 원)의 상금을 분배한다. 대부분이 UCL 몫이며 UEL 상금은 4억 8100만 파운드(약 8490억 원), UECL 상금은 2억 4300만 파운드(약 4300억 원)에 불과하다.
더 선에 따르면 UEL에 나서는 맨유는 최소 1280만 파운드(약 226억 원)를 벌어들이며 최대 2130만 파운드(약 376억 원)를 더 획득할 수 있다. 반면 UECL에 출전하는 첼시가 보장받는 금액은 530만 파운드(약 93억 원), 최대 금액도 1730만 파운드(약 305억 원)에 그친다. 첼시로서는 최소 750만 파운드(약 132억 원)가 넘는 돈을 손해 본 셈.
첼시는 이적시장에서도 투자 규모를 줄일 전망이다. 오랫동안 노렸던 빅터 오시멘(나폴리) 영입도 이적료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첼시는 재정적 페어플레이 규정(FFP)을 지키기 위해 기존 선수들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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