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해지려는 강박을 극복하니 완벽투 나왔다…'761일 만의 선발승' 김진욱은 드디어 깨달은 것일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4.06.01 05: 50

“자기 자신을 너무 틀 안에 가두려고 한다.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김진욱을 지켜본 김태형 감독, 그리고 구단 좌완 레전드 출신 주형광 투수코치가 김진욱을 향해 건넨 조언이었다. 2021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지명된 특급 좌완 유망주 출신 김진욱은 너무 완벽해지려는 생각이 많았다.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이 맴돌았고 틀에 갇힌 채 나아가지 못했다는 게 김진욱을 향한 진단이었다. 주위에서도 “잘해도 불안해 하고 못하면 더 불안해 했다”라고 말했다.
김진욱 스스로도 이러한 점들을 알고 있었다. “잘 던졌던 경기에서도 부족한 점을 찾았고 너무 완벽해지려고 했다”라면서 “생각을 많이 하고 파고든다. 이런 생각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나도 알고 있고 나만 달라지면 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올해는 분명 달라지려고 했지만 여전히 자신만의 강박에 빠져 있었다.

3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선발 투수 김진욱이 역투하고 있다. 2024.05.31 / foto0307@osen.co.kr

3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선발 투수 김진욱과 김태형 감독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4.05.31 / foto0307@osen.co.kr
모두가 김진욱의 구위와 재능은 인정했다. 심리적인 게 문제였다. 결국 지난 겨울부터 올해 스프링캠프까지, 김진욱은 이러한 생각을 바꾸고 완벽해지려는 강박을 극복하는 과정을 치렀다. 김태형 감독은 스스로 혼란스러워 하는 김진욱에게 무작정 믿음과 신뢰를 주지 않았다. 선발 투수라는 육성의 방향만 정해줬다. 그 다음은 심리적인 문제를 극복해서 1군에 올라오기를 바랐다. 완벽해지려는 강박은 곧 제구 문제, 밸런스 문제로 연결됐다. 심리 문제가 메커니즘 문제까지 이어졌다는 판단이었다.
입단 이후 줄곧 1군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성적 때문에 촉박할 수밖에 없었던 김진욱이었다. 올해는 2군에서 선발 기회를 꾸준히 받았고 경기를 거듭했다.완벽해지기 보다는 스스로를 믿으면서 당장 공 하나 하나에 집중했다. 미련없이, 후회없이 던지고 잊어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점점 나아졌다.
롯데 자이언츠 김진욱/ foto0307@osen.co.kr
지난 5월25일 사직 삼성전, 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 4⅓이닝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승리 요건도 갖추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이전처럼 마운드 위에서 많은 생각에 사로잡힌 채 방황하는 모습 없이, 후회를 남기지 않고 자신의 공을 던졌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사직 NC전에서 5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를 펼쳤다. 타선의 초반 대량 득점을 등에 업고 편한 상황에서 공을 던졌지만 스스로 무너지지 않고 임무를 모두 완수한 게 가장 큰 소득이었다. 13-5의 대승을 거뒀고 김진욱은 2022년 5월1일 잠실 LG전(6이닝 1피안타 1볼넷 1사구 4탈삼진 무실점) 이후 761일 만에 선발승을 따내는 감격을 누렸다.
1군 콜업 직전, 2군에서 던진 3경기에서 14이닝 동안 16개의 탈삼진을 뽑아냈고 단 1개의 볼넷만 내줬다. 김진욱이 거침없이 공을 던지자 성적은 따라왔고 제구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1군까지 이 분위기를 이어오면서 기대감을 품게 했다. 그리고 오랜만의 선발승까지 이어졌다.
강릉고 시절 특급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고 프로에 입문했다. 어느덧 4년차, 김진욱은 드디어 강박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은 것일까. 잠깐의 반등일 수도 있다. 하지만 스스로 문제를 깨닫고 달라지기로 마음 먹은 김진욱에게 올해는 성장의 벽을 깨기 위한 적기이다. 김진욱은 올해를 잠재력 폭발의 시기로 만들 수 있을까.
롯데 자이언츠 김진욱 / foto030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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