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거슬러 올라 지난 1997년 아시아 지역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했던 외환 유동성 위기는 아이러니하게 e스포츠 급성장의 계기가 됐다. 외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육성된 정보산업으로 네트워크 분야의 급성장과 함께 새로운 유망 업종으로 1998년 PC방 붐이 일어나면서 빠르게 젊은 1020세대의 일상으로 파고들었다.
여기에 스타크래프트 열풍은 e스포츠의 태동으로 이어지게 됐다. 세월이 흘러 국내 e스포츠 시장은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발로란트 등 새로운 대세종목들이 나오는 가운데 어느새 e스포츠는 아시안게임 정식종목까지 포함되면서 위상이 과거와 사뭇 달라지게 됐다.
시대에 흐름에 발맞춰 종목도 다양해지게 됐다. 국내 게임사들의 생각도 과거와 달라지면서, 지역 상생 e스포츠를 목적으로 기획된 대회들이 나오게 됐다. 꼭 프로에 국한되지 않아도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e스포츠라는 취지를 내세워 대중들 속에 녹아들게 됐다.
대표적인 주자가 넵튠의 자회사 님블뉴런이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와 함께 서비스 중인 ‘이터널 리턴’이다. 정식 서비스 론칭 이전에도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전국 단위 내지는 지역 단위 대회를 개최한 바 있던 ‘이터널 리턴’은 최근 고양시 킨텍스에서 폐막한 2024 플레이엑스포에서도 단독부스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2024 플레이엑스포에서 시즌 파이널을 개최한 ‘이터널 리턴’은 현장에 준비된 좌석 이상으로 관객 운집에 성공했다. 일부 팬들은 통로에 서서 ‘이터널 리턴’의 중계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때마침 현장은 LOL 전 프로 e스포츠 선수인 ‘너구리’ 장하권, ‘로컨’ 김동욱, ‘호잇’ 류호성까지 찾아와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장하권은 본인이 주로 플레이하는 실험체인 ‘쇼이치’로 대회에서 활약 중인 ‘Byte Breakers’ 팀의 ‘Luminal’ 선수의 개인 방송을 챙겨볼 정도라며 응원을 남기기도 하였다.
OSEN은 ‘이터널 리턴’ e스포츠의 브레인이라고 할 수 있는 윤서하 (직책 표기)팀장을 플레이엑스포 개막에 앞서 성남시 분당 님블뉴런 사무실에서 만났다.
카이스트 시절부터 e스포츠의 푹 빠져 전국대학 e스포츠 동아리 ‘에카(ECCA)’의 회장을 역임했던 윤서하 팀장은 11년전 처음 e스포츠 세계에 입문하던 시절의 열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향후 ‘이터널 리턴’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역 연고제를 통해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그동안 대전시와 부산시를 통해 지역 연고제를 시도했던 ‘이터널 리턴’은 전국 단위 대회로 오는 6월부터 진행하는 ‘이터널 리턴 시즌 4’와 9월부터 진행되는 ‘시즌 5’ 기간에 걸쳐 약 6개월간 진행되며, 8주 16회의 정규 시즌 경기와 1회의 결선 경기로 구성된다. 결선 경기는 12월 중 대전 이스포츠 경기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리그는 파일럿 시즌 형태로 운영 예정이며, 총 8개 팀까지 참가팀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프로 e스포츠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프로팀과 실업팀 구분 없이 참가가 가능하다. 2025년 정식 시즌으로 승격 시 참가팀 수를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먼저 간단히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이터널 리턴을 서비스하고 있는 님블뉴런에서 이스포츠를 담당하는 윤서하 팀장입니다. 님블뉴런에 합류하기 전에는 작은 프로게임단 단장이나 이스포츠 대회 운영 대행을 주로 해왔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스타크래프트를 보고 자란만큼 이스포츠는 어릴 적 부터의 꿈이었고, 지금은 가장 재밌게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에서 이렇게 이스포츠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카이스트에 다닐 시절 전국 대학교 이스포츠 동아리/동호회(에카) 회장을 역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취미 생활이 직업이 됐는데. 이스포츠 업계에 뛰어든 이유가 궁금하네요.
사실 이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즈음 스타크래프트2가 발매되고, 기숙사에서 동기들이 북미롤을 하는 것을 보면서 게임에 다시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는데, 대학교에 가서 뜻이 맞는 학우들과 함께 이스포츠 동아리를 만들게 되면서 이스포츠 쪽에 발을 걸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게임이 좋아서 시작하게 되었지만, 이스포츠 업계의 다양한 영역들을 경험하면서 내가 이스포츠에 무언가 기여할 수 있는게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그렇게 취미가 직업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대학교 시절부터 지금까지 프로게임단 단장, 방송 제작진, 대회 기획자 등 다양한 경험들을 고루 쌓을 수 있었는데, 이런 경험들이 지금 이터널 리턴 이스포츠팀에서 일하면서도 도움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생각하고 이상이 다를 수 있죠. 어떤 차이점이 있고, 어떤 식으로 꿈을 이뤄가고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일단 필드 자체가 역사가 그렇게 길지 않다보니 참고할 수 있는 사례들이 많지는 않고, 빠르게 격변하는 시장인 만큼 과거에는 정답이었던 솔루션이 지금은 정답이 아닌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이스포츠는 게임을 기반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격을 많이 띄고 있는데, 게임업계의 영향을 받는가 싶으면서도 또 독자적인 영역이 있다는 점이 어려운 것 같네요.
결국 저희는 후발주자인 만큼 공부를 굉장히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다른 종목 대회들을 열심히 참고하기위해 찾아보기도 하고, 다른 게임에서 발생한 다양한 문제들을 큰 게임사들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스터디하기도 한다. 또 쉬는 시간에는 게임도 열심히 플레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이스포츠를 하는 이상 최상위권 유저들과 소통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겜알못’이라면 그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 게임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 뿐만이 아니라 팀원들 모두 어느 정도 랭크 게임에 시간을 할애해서 경쟁적인 마인드를 탑재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구요. 물론, 업무가 많다보니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번 시즌에는 연휴가 많아 미스릴 티어까지는 올리는데 성공했습니다. 가끔 매칭을 돌리다보면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랑 같이 걸릴 때가 있는데, 매번 저라는 통나무를 들어주는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네요(웃음).
이터널 리턴이라는 게임을 대중적인 이스포츠로는 생소해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게임과 이스포츠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이터널 리턴은 3명씩 8팀, 총 24명이 한 게임에 참여하여 마지막 한 팀이 살아남을때까지 싸우는 게임입니다. 시점은 L모게임과 비슷한 쿼터뷰이기 때문에 이스포츠로써는 가지는 장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옵저빙하기도 편하고, 게임을 잘 모르는 분들도 익숙한 시점이다보니 보는데 큰 어려움이 없더라구요.
게임 방식이 배틀로얄이고, 배틀로얄의 이스포츠는 다른 팀대팀 게임에 비해서는 좀 보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보니 저희도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그래서 다른 다전제 게임들처럼 조금 더 직관적으로 게임이 종료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쪽이 좋을 것 같아 소위 ‘폴란드 룰’이라고 많이 불리는 대회 방식을 이터널 리턴에 맞게 ‘체크포인트 룰’로 튜닝하여 적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자간 경쟁을 하는 대회이다보니 부정 행위 등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있어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터널 리턴 이스포츠는 아직 성장 중인 단계이지만, 그래도 길을 닦아주신 많은 다른 게임들의 발자취를 좇으며 우리만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프라인 현장에 오시면 이터널 리턴 이스포츠의 문화가 매력적이라는 것을 많이 느끼실 수 있는데, 정말 많은 유저분들이 오셔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응원하고, 함께 경기를 즐기는 모습만 봐도 즐거움이 느껴지는 만큼 기회가 된다면 오프라인 대회에 한 번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터널 리턴 이스포츠 팀은 주로 어떤 업무를 하나요.
일반적으로 이스포츠 팀이라고 생각하면 하는 기본적인 업무로는, 이터널 리턴으로 진행되는 각종 대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스트리머나 파트너 관리를 비롯해 각종 오프라인 행사…의외로 이스포츠가 아닌 콜라보 카페나 굿즈 제작 쪽도 이스포츠 팀이 관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이스포츠에 한해서 이야기해보자면 대회의 기획부터 진행을 비롯하여, 각종 방송이나.. 대회 관련된 콘텐츠도 직접 제작하여 업로드 하고 있습니다. (썸네일 등도 제가 직접 작업하고 있네요) 말그대로 대회에 들어가는 모든 세세한 부분이 ER 이스포츠 팀의 손 끝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외에도 대회 레벨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들을 정리하여 개발팀에 공유한다던지, 관전 UI 등의 개선점을 제시한다던지 게임이 조금 더 이스포츠 친화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협업하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특히나 커뮤니티에서 대회에 주시는 많은 피드백들도 항상 감사하게 잘 보고 있습니다. 관전 UI라던지 대회 방식이라던지 각종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라던지… 하나하나 다 반영하고 싶고, 저희도 시도하고 싶은 아이디어들이 많지만 현재로써는 다 할 수가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네요. 저희 팀에는 저 포함 3명뿐이라…정 안되면 제가 잠을 줄여서라도 더 노력해보겠습니다(웃음)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들려주실 수 있어요?
정식 오픈을 준비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때 정식 오픈 직전 점검을 위해 약 3일정도 서버를 닫았는데, 그 3일의 시간을 이스포츠 팀에서 편성한 각종 방송으로 채우기로 했습니다. 그 때 당시 준비했던 콘텐츠인 ‘우주로 윌슨’ 등이 좋은 반응을 얻어 게임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려준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우주로 윌슨’의 경우 촬영이나 편집도 직접 진행했었는데, 풍선을 날리고 회수하러 산까지 올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우주로 윌슨’을 뛰어넘는 콘텐츠를 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하고… 정말 타이밍과 모든 것들이 맞아떨어져서 잘 나온 콘텐츠였던 것 같네요.
그 외에는 정식 오픈 후 첫 번째 시즌 파이널이 기억에 남습니다. 대전 이스포츠 경기장에서 진행이 되었는데, 원래도 시즌 파이널에는 관객분들이 정말 많이 찾아주시는데 정규 시즌1의 파이널에는 정말 상상 이상으로 많이 와주셨습니다. 방송 중간에 잠깐 부조실에서 내려와서 주 경기장 관객석을 지나가는데, 복도에 관객분들이 정말 꽉꽉 채워서 앉아 경기를 관람해주시고 있었네요. 그 광경을 보고 우리가 더 잘 돼서 팬분들께도 더 쾌적한 관람 환경을 제공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지역연고 대회인 '내셔널 리그'를 발표했습니다, 그 배경은?
현재 ‘마스터즈’라는 대회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이터널 리턴 이스포츠가 한 단계 더 나아가려면 리그가 하나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에 진행했던 리그인 ERL보다는 확실하게 무언가 컨셉이 있으면 더 매력적인 대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최근 떠오르는 키워드인 지역연고제에 착안해서 내셔널 리그의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번 내셔널 리그가 다른 정부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것으로 오해하시는데, 내셔널 리그는 님블뉴런이 직접 타 지역들과 협업해서 진행하는 대회입니다. 따라서 지역을 설득하는 과정이 절대 쉽지 않았는데, 중앙 정부에서 진행하는 것도 아닌 한 게임사에서 진행하겠다는 대회에 얼마나 많은 지역이 손을 내밀어줄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실제로 작년부터 굉장히 많은 지역들을 만나 내셔널 리그가 진행된다면 참여해줄 수 있을지를 물어봤었고, 실제로 해당 시점에서는 충분한 팀이 모일 가능성이 높지 않았음에도 흔쾌히 믿어주시고 참여를 결정해주신 지역들이 있었기에 파일럿 시즌인 2024 내셔널 리그의 개최를 목전에 두고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님블뉴런은 한국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한국의 게임사인만큼,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보려고 합니다. 여태까지 협업을 자주 해왔던 경기도, 대전, 부산 등을 비롯하여 이스포츠 경기장이 있는 광주, 다양한 이스포츠 사업을 전개해오는 인천 등의 지역들이 이스포츠를 통해 도시가 알려지고 경제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면 앞으로 각 지역이 더욱 이스포츠에 많은 지원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셔널 리그가 국가에서 지원하는 사업이 아닌 게임사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대회이긴 하지만 각 지역의 관심도는 꽤 높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주말에 펼쳐진 시즌3 파이널 현장에 일부 지역 관계자들이 방문하여 선수와 미팅을 진행하거나, 저희에게 출전한 팀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요청해서 저희가 선수들에게 물어보고 답변을 드리거나 한 적도 있습니다. 이런 지역연고팀 선수 구성의 경우 지역과의 연결고리를 조금 더 강화하기 위해 거주지 등에 제약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대부분의 지역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과감하게 그런 제한을 두지 않고 팀을 구성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시즌3 파이널이 종료된 만큼 다음 시즌 마스터즈에서 시드권을 가질 팀들이 정해졌는데, 금주부터 더 많은 팀들이 구체적으로 선수들과 논의를 진행는 것으로 알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더 많은 팀을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팀이 언제 발표되는지 궁금해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저희로서는 조금 더 빠르게 선수단 구성을 마무리짓고 싶었으나, 대부분의 지역들이 다음 마스터즈에도 참여할 수 있는 시드권을 확보하는 팀들까지 확정이 되고 접촉을 하고 싶어하는 부분이 있어 시즌3 파이널까지 지켜보는 곳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3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BNK FearX의 경우 이미 2일차 직행 팀이었기에 시드권이 확정이었어서 빠르게 발표가 될 수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역연고 이스포츠가 잘 굴러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들이 분명 있을텐데, 이터널 리턴이 생각하는 해결책은 어떤건가요.
우선 내셔널 리그가 지역연고 이스포츠 대회라곤 하지만 대부분의 경기를 온라인에서 소화할 예정입니다. 이스포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지역 등의 제약 없이 경기를 치룰 수 있는 것인데 지역연고제가 이에 반하지 않냐는 피드백들이 많았지만, 오히려 온라인 경기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하더라도 지역연고제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제반 시설 등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더 많은 지역이 이스포츠를 통해 지역의 인지도를 높이고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요? 항상 처음이 중요한 법인데, 지역연고제의 처음을 이터널 리턴이 잘 열어보자는 생각으로 지역연고 이스포츠 대회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지역 이스포츠 경기장들이 계속 생기고 있는 만큼 추후에는 주요 경기들을 지역 경기장을 활용해서 진행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터널 리턴의 이스포츠는 처음부터 지역 경기장들과 함께해왔기 때문에 지역 경기장 활용만큼은 어떤 종목보다도 이터널 리턴이 가장 노하우가 많이 쌓여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각 지역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인 경기장의 가동률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내셔널 리그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터널 리턴 내셔널 리그가 표방하고 있는 것은 프로리그가 아닌 실업리그인 이유는요.
리그 구조를 짜며 현실적인 고민들을 많이 했습니다. 여태 이스포츠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현실적으로 우리보다 큰 규모의 게임들도 프로리그 운영이 안되거나, 프로팀이라고 하더라도 거의 월급 없이 합숙만 한다던지 생각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게임에 애정을 갖고 플레이해주는 선수들에게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을 제시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불확실한 화려한 미래보다는 조금은 현실적이고 지금보다는 한 단계 나은 미래를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지역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번 내셔널 리그가 실업리그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실제로 팀에 들어가는 지원들이 일반적인 프로팀에 비하면 규모가 부담스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프로팀처럼 합숙이 필수 조건이 아니고, 오히려 선수들이 학업이나 본업을 계속하면 참여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도 팀도 크게 희생하거나 투자하는 것이 없이 시작해볼 수 있습니다. 옆나라 일본이나 서양권에서는 실제로 전업 프로가 아닌, 이렇게 부업으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는 케이스들이 상당히 많은데 오히려 이것이 더 건전한 모델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옆나라인 일본에 FPS 프로팀이 굉장히 많은데, 대부분 합숙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많은 선수들의 경우 본인의 대학을 그대로 다니거나, 직장 생활이나 개인 사업을 영위하면서 프로 생활을 하고 있구요. 이런 구조나 분위기가 시작 단계에 있는 이스포츠 종목이 거쳐가야하는 단계, 혹은 요즘 많이 나오는 단어인 ‘지속가능성’을 위해 지향해야하는 방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선수 개인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전업으로 프로게이머가 되기 위해서 도전하는 시간들이 실제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때에 대한 리스크로 돌아오게 됩니다. 체육쪽과 비슷하게 프로게이머 또한 학업이나 본업을 아예 배제하고 연습에만 매진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는데, 자신이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올인하는 것은 어지간한 확신이 없는 한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터널 리턴과 같이 아직 큰 규모로 이스포츠를 하지 않는 게임은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다만, 이 중간 단계를 실업팀 구조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로팀과 실업팀, 아마추어 팀의 구조가 탄탄하게 다져진다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합니다. 어떤 선수가 마스터즈 등 오픈 대회에서 활약하고 실업팀에 입단한다고 했을 때, 학업이나 본업을 병행하면서 선수 생활을 하다가 다시 게임을 그만두고 학업이나 본업에 전념할 수도, 아니면 자신의 가능성을 보았을 때 일부 전업 프로팀에서 활동할 수도 있습니다. 전업 프로팀에서 은퇴를 하는 선수들이 발생했을 때도, 자신의 미래 설계를 하면서 여태까지 해왔던 이터널 리턴 선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선택지가 실업팀이 될 수 있습니다. 혹은 개인 스트리밍을 하는 스트리머들도 이런 실업팀이라면 본인의 스트리머 생활을 병행하면서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스트리머들도 도전할 수 있는 그런 대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스포츠 프랜차이즈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수익 모델이 들어간다. 들어가게 된 배경이 있을까요?
우선 지금 활동하고 있는 선수들이나 운영되고 있는 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어쨌든 현재로써는 이스포츠 자체를 사업화하거나 그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선수나 팀에게 직접적인 지원이 되길 바라면서 만든 프로그램이고, 실제로도 플랫폼 수수료를 제외한 모든 금액이 선수/팀에게 지급될 예정입니다. 처음이다보니 얼마나 매출이 나올지도 예측이 안되는 부분이지만, 각 팀의 아이덴티티가 잘 살아있는 아이템들이 나와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팀들의 경우 수익사업이 아닌 지원사업 개념으로 접근하면서, 실질적인 선수들에게 들어가는 현금성 지원 면에서 이 프랜차이즈 서포트 프로그램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지역에서 운영하는 팀들은 수익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이 아이템 수익을 전액 분배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많은 변화들이 들어간 시즌4가 시작됩니다. 게임이 굉장히 빠른 주기로 변화하는데, 이스포츠를 운영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지 않은지요.
확실히 타 게임에 비해 대회를 운영하는 난이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대회에 영향을 주는 패치가 시즌 단위가 아니라 2주 단위로 들어오다보니 대응하기 어려울 때도 있고… 기본적으로 현재 패치와 동일한 패치로 대회를 진행하다보니 버그 등이 갑작스럽게 발견되었을 때 대응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빠른 주기로 변화한다는 점이 이스포츠에도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대회에서 필요한 기능도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게임의 큰 틀이 변화하는 지점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게임에 추가해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실제로 얼리 억세스 시절 대회에서 서로 가지고 있는 금지 구역 시간이 보이다보니 교전하지 않고 도망가서 상대를 폭사시키는 전략을 막기 위해 서로의 금지 구역 시간이 보이지 않도록 바꾼 사례가 있습니다. 또 이번 간담회에서 공개된 임시 금지 구역의 전장화와 사망한 팀원 부활 등은 대회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시즌2 파이널 종류 직후 저희 쪽에서 정리해서 제안했던 아이디어였는데, 워낙 게임 시스템을 많이 바꿔야하는 부분이라 선수들을 초청해 비공개 테스트를 하는 등 많은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되었고, 테스트에 참여했던 선수들도 비슷한 의견을 주셔서 최종적으로 이번에 공개된 시스템 쪽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준비하는 선수들에게는 살짝 어려운 부분일 수도 있지만, 결국 게임의 방향성이 이런 다양한 변수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회도 게임에 발맞추어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질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이터널 리턴 이스포츠에서 개선하고 싶은 점은?
방송에서 보여주는 정보들에 대한 개선 니즈가 꾸준히 있는데, 지금 비용 문제로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실시간 점수표라던지, 팀별 보이스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이라던지, 팬 분들이 주시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은 내부에서도 몇번이고 이야기가 된 부분들이지만 리소스가 당장은 부족하네요, 방송 예산이 빠듯해서… 다른 대형 대회들 하루 방송 제작비가 우리한테는 1주일 방송 제작 비용인 수준입니다. 방송에 참여하는 중계진들, 옵저버들, 제작진들을 비롯해 이스포츠 팀 팀원들도 이터널 리턴에 대한 애정으로 많은 부분들을 희생하고 있는데 정말 매번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지금 당장은 어렵겠지만 타 지역으로의 확장도 목표 중 하나입니다. 현재 대회에 출전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이지만, 작년 12월에 진행한 부산 이스포츠 글로벌교류전에서 몇몇 해외 선수들을 초청하여 한국에서 경기를 치뤘을 때 해외 선수들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님블뉴런이 이터널 리턴 이스포츠에 투자를 하는 이유는?
사실 많은 분들이 예상하는 것 보다는 대회에 엄청나게 큰 비용을 들이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갈 수 밖에 없는데, 현재로써는 이 모든 것이 이터널 리턴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데 필요한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로써는 이스포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거나 하는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당장은 이터널 리턴의 이스포츠를 통해 유저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드리고, 이스포츠의 구성원으로써 활동하는 선수, 팀에게는 안정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이터널 리턴과 이스포츠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개인으로써는 이터널 리턴이 정말 재미있어서 님블뉴런에 들어온만큼, 이터널 리턴의 이스포츠가 한국 이스포츠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도록 잘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배틀로얄 게임이라고 하면 보통 FPS를 떠올리는데, 이렇게 MOBA 장르로 배틀로얄을 하는 게임이라니 정말 유니크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유니크한 게임이 이스포츠로써 성공하면 앞으로 더 많은 게임들이 이스포츠에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하고 있구요. 게임과 이스포츠를 좋아하는 만큼 다양한 게임들이 저희처럼 이스포츠에 도전하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저희가 좋은 사례를 남기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터널 리턴 이스포츠를 지켜보는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온라인으로도, 오프라인으로도 정말 많은 분들이 매번 대회를 시청해주시고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에 플랫폼이 바뀌면서 시청자가 많이 떨어진게 아니냐고 걱정을 많이 해주시는데, 플랫폼별로 나뉘어서 그렇지 지금은 꽤 많이 복구한 상황이라 이전 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유의미한 시청자 수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대회를 즐겨주시는 한 저희는 앞으로도 재미있는 대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번 2024 플레이엑스포에서 시즌3 파이널이 성황리에 진행됐는데, 대전 외의 지역에서 열리는 첫 시즌 파이널 행사인 만큼 또 색다른 경험이 된 것 같습니다. 플레이엑스포 현장에 방문해주신 많은 팬 분들이 큰 소리로 선수들을 응원해주시고 즐겁게 관람해주셔서 보람있었고, 시즌4에 진행될 마스터즈를 비롯해 내셔널 리그 전반기, 8월 대전에서 진행될 시즌4 파이널에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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