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재개봉한 가운데 강제규 감독과 주연 배우 장동건이 영화의 20주년을 기념해 이제야 밝힐 수 있는 비밀들에 대해 솔직하게 풀어냈다.
30일 서울시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감독 강제규) 재개봉을 기념한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작품을 연출한 강제규 감독과 배우 장동건이 참석해 국내 취재진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두 형제의 갈등과 우애 그리고 전쟁의 비극을 그린 영화다. 지난 2004년 개봉해 1174만 6135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천만 영화'가 된 것은 물론 지금까지 한국 영화 역대 흥행 순위 21위에 올랐다.
148억 원이라는 지금도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태극기 휘날리며'는 여전히 웅장한 규모로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올해로 영화가 개봉 20주년을 맞은 가운데 롯데시네마에서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재개봉을 결정했다.
관객들과 같은 작품으로 다시 만나는 게 흔치 않은 경험일 터. 강제규 감독은 "사실 늘상 하는 이야기이지만 세월이 너무 빠르다. 오랜만에 4K 리마스터링 된 것을 뒤쪽에 앉아서 1시간 넘게 봤다. 그 때가 정말 얼마 전처럼 느껴졌다. 내가 현장에서 연기자들, 스태프들과 같이 교감하고 시간을 나누고, 찍어도 찍어도 끝이 없는 촬영 회차가 150회 가까이 됐기 때문에 사계절 내내 고생하며 찍은 기억 때문에 지금도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생생함이 내 마음속에 뜨겁게 남아 있는데 그게 20년이 지났다는 게 새로웠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이번 20주년 재개봉의 의미는 제가 볼 때는 그런 것 같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20년 동안 못 만났던 옛날에 친했던 친구를 다시 만나는 기분 같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변해있지 궁금한 거다. 20년이 지난 친구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생각할 수 있겠더라. 여러분들 께서도 재개봉의 의미를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10대, 20대 분들 입장에서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많이 보신 기회가 적었을 거다. 그렇지만 우리 현대사를 이해함에 있어서 한국 전쟁을 디테일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 않나 싶다. 이번 기회에 10대, 20대 관객 분들께서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장동건 역시 "감독님 말씀처럼 아직도 현장이랑 그 때가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것들이 맣다. 그런데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는 게, 감독님 뵙고도 말씀드렸지만 정말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실감이 안 날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 재개봉이 의미가 있는 것이 제가 이제 찍었던 영화들 중에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영화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재개봉을 해서 아들을 데리고 극장에서 영화를 같이 볼 수 있게 돼서 개인적으로는 좋은 계기가 돼서 기쁘다"라며 웃었다.
한국 영화 역사상 두 번째로 '천만 관객'을 달성한 '태극기 휘날리며'. 돌파 당시 기분은 어땠을까. 강제규 감독은 "지금은 천만이라는 숫자가 큰 의미가 없다. 너무 많은 영화들이 천만이라는 고지를 넘었고 앞으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거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제가 '쉬리'를 하고 6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고 그 뒤에 우리 동건 씨도 나온 영화 '친구'가 800만 넘게 흥행에 성공하면서 좋은 기록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촬영하고 있을 때 홍보팀에서 와서 이 영화가 얼마나 관객이 들지 노골적으로 물어보고 갔다. '천만은 넘겠지'라고 말했는데 그 당시엔 천만은 감히 입에 올릴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감독이 욕심이 많네라는 생각을 했을 텐데 그 당시에도 확신이 있었을 것 같다"라며 웃었다.
이어 "영화를 찍어가면서 생기는 자신감들,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제 영화를 보고 있는 같은 스태프들도 이건 느낌이 조금 큰 방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보인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결과들이 있지 않을까 했지만 막상 개봉을 하고 그런 결과가 나오니까 그때 제가 가진 생각 중 가장 컸던 부분은 대한민국에 관객들이 어떻게 5천만 국민 중에 1천만이 넘는 관객이 볼 수 있는 것인지 싶더라. 영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애정 사랑들이 정말 큰 민족이라고 느꼈다. 지금도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며 "사실은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에 20년 동안 20편이 넘는 천만 영화가 나오고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니 앞으로 20년도 더욱 큰 성장을 할 것"이라고 했다.
장동건은 "지금 생각나는 장면은 제가 그 때 당시에 촬영이 고되고, 길고, 그러면서 조금 지쳐갈 때 쯤에 그 때 당시엔 당연히 필름으로 찍은 영화였고, 요즘은 현장 편집부터 그날 촬영한 분위기나 느낌을 바로 촬영하며 확인할 수 있는데 그 때는 '이게 잘 가고 있나'하는 불안감이 지금보다 더 컸을 때였다. 그럴 때 즘 현장으로 지금까지 찍은 장면들을 현장에서 모든 스태프들이 모여서 한 번 본적이 있다. 그걸 보고 모두가 환호하면서 박수치고, 우리가 잘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들면서 그 이후로 굉장히 힘 내면서 에너지가 모아지는 경험을 했던 것이 지금도 생생하게 생각이 난다. 그 때 관객들이 이 영화를 우리가 생각하는 기대 이상으로 좋아해주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또한 "당시에 '한국형 블록버스터' 이런 말들이 나오기 시작할 때였다. 감독님이 하신 '쉬리'가 가장 큰 계기가 됐다. 그 당시에 100억 넘는 제작비라는 것이 굉장히 거대한 제작비였다. 주연 배우도 그렇고 감독님도 더 걱정하셨겠지만 내심 그런 부담감을 짊어지고 그런 현장의 주인공으로 해나가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그날 찍어놓은 것들을 보면서 다시 이렇게 다잡고 힘을 낼 수 있던 게 떠올랐다. 현장에서 후회 없었고, 그런 게 관객 분들께 잘 전달이 된 것 같다. '천만'은 정말 상상하기 힘들었는데 현실이 돼가는 게 믿기지 않았다"라고 거들었다.
'한국 전쟁'을 다룬 아이콘적인 영화로 남은 '태극기 휘날리며'. 오랜 시간 그 이미지를 공고히 할 수 있던 비결은 무엇일까. 강제규 감독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거다. 그런데 제가 '태극기 휘날리며'를 만들면서 촬영장에 갈 때마다 아침에 늘 마음속으로 한 생각과 기도가 있었다. 꼭 내가 1950년 그 시대 상황으로 오늘 촬영도 돌아가게 해달라는 생각을 매일 했다. 촬영 현장을 촬영 현장으로 생각하지 말고, 1950년 그 시대에 같이 머물면서 같이 공감할 수 있도록, 동화될 수 있도록 제 스스로를 담금질 했던 기억이 난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결국 우리 시대의 아픈 역사, 현대의 역사를 담고 있지만 '가족 얘기'다. 또 희생에 대한 이야기다. 왜 많은 분들이 한국 전쟁사를 다루고 있지만 그 속에서 정치적인 이슈나 히어로물이거나 가해자와 피해자 이런 개념의 전쟁영화를 했다면 세월이 지나도 많은 분들이 그래도 한번 상영을 하면 다시 보고 싶은 충동이 드는지 생각해 보면, 제가 시나리오를 직접 썼지만 많은 영화를 연출하지 않았지만 내 개인의 서사나 주변에 있는 인물들, 저희 아버님과 가족들의 파편들을 가장 많이 녹여낸 작품인 것 같다"라고 자평했다.
이어 그는 "거기에 나오는 국숫집, 형과 동생의 관계성 등 그런 가족와 희생의 이야기였다. 결국 오늘날 우리가 조금 더 평온하게 생활할 수 있던 이면에는 정말로 소중한 사람들의 큰 희생과 아픔이 있고 그렇기에 오늘날 번영을 누릴 수 있다고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다. 그런 보편적인 주제들을 우리 관객들이 좋아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이건 전쟁과 민족의 아픈 역사이지만 가족을 통해 열심히 증명하고 보여줬다는 점에서 관객 분들이 좋아하시지 않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개봉 당시로는 상상하기 힘든 148억 원의 제작비가 투자된 '태극기 휘날리며', 특별한 에피소드도 있을까. 강제규 감독은 "제가 1999년에 '쉬리'를 하고 난 이후 한국에 대작 붐이 일었다. 그래서 정말 많은 영화들이 그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는 제작비 70억, 80억원이 넘는 한국 영화 산업의 밸런스를 놓고 볼 때 상상할 수 없는 규모였는데 너 나 할 것 없이 큰 기획을 하고 성공하지 못했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136억 원이 1차 순수 제작비였는데 단 1원도 파이낸셜하지 못했다. 장동건, 원빈 배우를 캐스팅을 해놓고 모든 스태프와 시나리오가 준비돼 첫 촬영을 해야 하는 상황에도 제작비를 구하지 못했다. 제가 극장도 하고 이런 상황에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금액을 모아서 63~64억 원 정도의 돈으로 '태극기 휘날리며'가 시작될 수 있었다. 많은 분들이 반대를 했고, 이 걸 겨울 장면을 찍고도 추가 파이낸셜이 시작하지 못하면 이 영화는 역사 속에 폐기될 것이고 재기 할 수 없다고 생각해 반대가 많았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그럼에도 이 영화를 현대사에 남기지 못하면 영화인으로 직무유기라고 생각해 제작에 임했고 칸느에서 5분짜리 트레일러를 통해 여러 나라의 관심을 받고 투자가 이뤄지고 나머지 촬영을 완성할 수 있었다. 여전히 20주년이 되다 보니 그 당시에 절박했던 순간들이 그 당시엔 옳은 결정을 했다는 걸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라며 "그 당시에 촬영할 때 태풍 매미가 전국을 강타했다. 순수 제작비 중 7억 정도가 세트가 다 무너져서 오버됐다. 일부만 재건했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데에 쓰러진 세트가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가 하면 강제규 감독은 작품의 또 다른 주연인 원빈이 재개봉을 함께 기념하지 못한 것에 대해 "원빈도 같이 참석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동건씨도 저도 똑같다. 제가 해외 출장 중일 때 개봉 소식을 늦게 들었다. 적어도 동건 씨 원빈 씨는 참석을 하면 좋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연락을 취했는데 원빈 씨는 요즘 활동을 잘 안하시니까 연락을 한지가 꽤 됐다. 4~5년은 된 것 같다. 보니까 전화번호가 바뀐 것 같더라"라며 웃었다.
이어 "그래서 조금 이번에 제대로 소통이 돼서 같이 자리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저도 있다. 대신에 20주년이 올해이고, 이번에 제천 영화제에서도 자리를 만들려고 준비하는 게 있다. 그 때 영화제 때는 사전에 원빈 씨에게 연락을 해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여 기대감을 더했다.
'태극기 휘날리며' 개봉 2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영화계는 유독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강제규 감독은 "이유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다각적 해석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 이 자리에서 그 애기를 나누기에는 짧은 시간일 것"이라면서도 "분명한 것은 굉장히 다양한 문제들이 포진돼 있다. 그런 측면에서 결국은 우리처럼 영화를 직접 생산하고 만드는 사람들의 의식과 사고의 전환이 너무 가장 절실하다. 그 부분이 가장 큰 이슈"라고 힘주어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그것이 전제로 된 상황에서는 결국 여건, 환경일 거다. 여건과 환경이 지금 제도적으로 크게 뒷받침 되고 있지 못하다. 어떻게 보면 콘텐츠의 중심에 있는 스태프, 배우, 작가 이런 창작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생각과 의자가 개선된다는 전제조건에 조금 더 집중하고 조금 더 관객와 큰 변화 속에서 깊이 집중한다는 전제조건에서 산업적 기반과 구조가 상대적으로 K-컬처가 오늘날 성장한 것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이 취약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강제규 감독은 "정부가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어떤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특정한 대기업이 발을 빼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 생태계가 너무 쉽게 흔들린다. 우리 한국 영화가, 콘텐츠 산업 기반 자체가 공고하지 않다"라며 "법적 제도적으로 분명히 위기가 와도 안전장치가 만들어져서 조금 위기가 와도 극복하고 해소할 시스템들이 구축이 돼 있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더불어 "그런 면에서 너무 취약하다. 우리 영화인들, 같은 콘텐츠 업계 종사자들이 지혜를 모아서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 정부도 그에 걸맞게 관심을 갖고, 미디어 쪽에서도 관심을 갖고 다시 활성화되고 과거에 생산적인 현장이 뜨겁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라고 호소했다.
장동건 역시 이에 공감했다. 특히 그는 "플랫폼과 채널이 다양화 되면서 과연 지금 관객들이 극장에서 굳이 이 영화를 봐야하는지를 따지는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보다는, 듣고 싶은 얘기 위주의 작품들을 생산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영화는 여러가지 기능들을 하니까 단순히 재미를 위한 영화도 영화이고, 또 뭔가 철학적이고 지루함을 견뎌야 하는 감동이 있는데 이제는 관개들이 그 순간을 기다려주지 않으니 만드는 사람들은 영화가 우리가 바라는 어떤 질적인 것들, 예전의 영화에서 재미 이외에 얻을 수 있던 어떤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기도 하고 그런 작품들이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은 좀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극장의 기능'에 대해 "영화를 혼자서 TV를 통해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어떨 때는 이미 개봉한 영화들은 비행기 안에서 헤드폰을 쓰고 볼 수 있는데 영화가 다른 느낌을 주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극장은 여러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서 어떤 한 작품을 보면서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소통하진 않지만 그 감정들이 극장에서 떠다니면서 영화가 주는 어떤 큰 작용을 하게 된다. 우리가 월드컵 때 집에서 혼자 티비를 보는 것보다 여러명이 같이 나와서 보면 다른 느낌이 오는 것처럼. 그런 극장의 기능도 있기 때문에 지금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여러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조금 더 현명하게 하면 관객의 입장에서나 만드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좋은 지점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20년이 지난 지금에야 말할 수 있는 비화도 있었을까. 장동건은 "그 때 참호 전투 장면이 있었다. 제가 왼쪽 무릎 연골이 찢어져서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앞으로도 전쟁 장면이 주구장창 남아있고 현장에서 스태프들 사기에 영향을 미칠까 봐 감독님께만 말씀드리고 군복 안에 두꺼운 무릎 아대를 철로된 걸 차고 했다. 전쟁 장면이니까 절뚝거리며 찍어도 티가 안 나서 끝까지 촬영을 마쳤다"라며 웃었다.
이어 "최민식 선배님이 북한군 장교 역할로 나오셨지 않나. 이제 진태가 그 장교를 납치함으로 인해서 무공훈장을 잡게 되는 계기가 되는데 최민식 선배님이 촬영 현장에 오셔서 다른 배우들은 전쟁 치르고 있는 사람처럼 이미 '쩔어' 있을 때였는데 선배님은 촬영을 마치고 '올드보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서 영화 잡지 표지를 촬영하러 가셔야 하는 상황이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영화 보셔서 알겠지만 진태와 몸 뒹굴고 권총 한 자루를 두고 몸싸움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때 합이 잘못 맞아서 총을 최민식 선배님 얼굴에 쏘고 말았다. 선배님도 컷 때까지 참고 있다가 끝나고 보니 파편들이 얼굴에 박혀 있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죄송했다"라고 털어놔 놀라움을 자아냈다.
또한 "그런데 선배님이 굉장히 흔쾌하게 너무 아무 일 아닌 것처럼 해주고 가셨다. 지금 같았으면 그런 안전사고도 덜했을 거다. 제가 최근에 영화 한편을 태국에서 4개월 정도 촬영하고 들어온지 한달이 채 안됐다. 거기도 총기 액션이 많이 나오는데 요즘은 가스총 같은 게 있어서 쏘면 반동은 있는데 앞에는 불빛만 나가더라. 거기에 CG로 총을 입히나 보더라. 처음 봤는데 그렇게 촬영하니까 실제 가까운 거리에서 상대 배우에게 총을 쏴도 안전에 이상이 없었다. 이번에 촬영하면서 선배님이 너무 떠올랐다. 이 자리를 빌어서 그 때 선배님께 죄송하고 감사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말해 웃음을 더했다.
강제규 감독은 "이번에 '태극기 휘날리며' 재개봉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극장이 조금 더 살아날 수 있을까. 최근에 '서울의 봄'이나 '파묘' 같은 성과들이 있었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다양한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그렇기 위해선 특정 영화가 사랑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다양한 작품들을 극장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보고 싶은 관객들도 있다. 이런 관객들을 위해서 재개봉을 포함해서 조금 더 다양한 장르, 다양한 소재의 영화들이 영화관을 통해 더 많이 소개되고, 극장이라는 공간을 통해 조금 더 보고 즐길 수 있는 여건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태극기 휘날리며' 같은 경우에도 이러한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들이 만들어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제가 최근에 감독들하고 모임이 있어서 주변 감독들이랑 자주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서 작품 얘기를 하는데 박찬욱 감독한테 참 부럽다고 했다. 어떻게 그렇게 쉬지 않고 작품을 하는지, 갖고 있는 보따리가 많아서 하나씩 풀어놓는 것들이 굉장히 부럽기도 하다. 요즘 대부분의 많은 감독들이 과거에 비해서는 작품을 많이 준비하는 것 같다. 요즘 투자받기도 어려운 시장 환경이고 OTT를 포함한 드라마 시장도 굉장히 경직돼 있기 때문에 한 두편 준비해서는 작품화 되는 과정이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저도 OTT를 비롯해 영화를 여러개 준비하고 있는데 어느 작품이 먼저가 될지는 모르겠다. 최소한 내년에는 촬영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나온 20년을 넘어 앞으로의 20년, '태극기 휘날리며'는 어떤 작품이 될까. 장동건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 영화니까 앞으로도 이 영화가 어떤 한국 전쟁을 다룬 영화의 바이블 같은 영화로 게속 관객들의 기억 속에 남아준다면 출연한 배우로서는 굉장히 영광일 것 같다"라고 평했다.
끝으로 강제규 감독은 "제가 '은행나무 침대'나 '쉬리' 같은 경우에는 순수하게 아이디어, 창의력을 갖고 만든 오리지날 시나리오로 한 창작물 유형의 작품이었다. 그런 영화는 그런 영화대로 가치가 있다. 역사를 다루는 영화에서는 영화인들의 배임이라는 말씀을 드린 것처럼 우리 역사 속에서 우리가 꼭 건드리고 얘기하고 같이 공유하고 그래야 하는 무엇은 반드시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 한국 전쟁은 우리가 두고두고 근현대사를 느껴가는 우리들에게 '이 것이 무엇이었나, 어떤 영향을 받았고, 미래에는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계기들이 역사적 사실을 다룬 영화들을 통해 분명히 있을 거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한국전쟁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어떻게 변해갈지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꼭 했으면 한다. 앞으로도 매진해서 좋은 작품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현충일인 오는 6월 6일 관객들을 다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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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최규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