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내야수 안치홍(34)이 4번타자로 자리잡으며 FA 모범생으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한화는 지난해 11월 FA 시장에서 안치홍을 4+2년 최대 총액 72억원에 영입했다. 수년간 타선 약화로 어려움을 겪었던 한화는 어떻게든 강타자 보강이 필요했고, 정확성과 선구안에 중장거리 타격까지 가능한 안치홍을 주저하지 않고 데려왔다.
영입 당시 손혁 한화 단장은 “안치홍은 BQ(야구 지능)가 높은 선수다. 특히 타격에선 상황에 맞는 능력을 선보인다. 출루를 해야 할 때는 출루에 초점을 맞추고, 타점을 올려야 할 때는 그에 맞는 타격을 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기대했다.
시즌 초반 2·3·5번 타순을 오가며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17일 대구 삼성전부터 4번 타순에 들어간 뒤 해결사로 활약 중이다. 이 기간 10경기 타율 3할8푼5리(39타수 15안타) 3홈런 10타점 OPS 1.098로 요나단 페라자(1.108) 다음 가는 타격 생산력을 보이고 있다.
최원호 전 한화 감독도 지난주 안치홍에 대해 “타순에서 그 역할을 하려고 하는 생각이 강한 선수다. 2번에 놓으면 3번에 연결하기 위해 팀 배팅도 하는데 4번에 놓으니 해결을 하려 한다”며 “타격감이 살아나는 시점에 4번에 간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차피 올라올 선수라는 뜻이었다.
4월까지 31경기 타율 2할6푼5리(113타수 30안타) 1홈런 13타점 OPS .725로 시동이 다소 늦게 걸린 안치홍은 5월 들어 22경기 타율 2할7푼6리(87타수 24안타) 5홈런 14타점 OPS .790으로 엄청난 차이는 아니지만 꾸준히 상승 추세다. 홈런 증가 속에 시즌 전체 성적도 53경기 타율 2할7푼(200타수 54안타) 6홈런 27타점 OPS .753으로 올라왔다. 결승타도 5개로 팀 내 1위.
안타를 못 쳐도 인정받을 줄 아는 선수다. 지난 28일 대전 롯데전에선 3타수 무안타로 물러났지만 1회 2사 2루에서 롯데 선발 박세웅과 8구까지 가는 긴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냈다. 풀카운트에서 2번 연속 파울로 커트한 뒤 8구째 낮은 슬라이더를 참아냈다. 2사 1,2루 찬스를 연결한 뒤 다음 타자 채은성의 좌전 적시타로 한화가 선취점을 올렸다.
정경배 한화 감독대행은 “최근 들어 우리 팀이 중요한 순간 볼넷으로 나가려는 비율이 높아졌다. 어제(28일) 치홍이도 안타는 못 쳤지만 1회 8구까지 가서 볼넷으로 나간 뒤 은성이 타점이 나왔다”고 주목했다.
29일 롯데전에도 안치홍은 1회 첫 타석에 선제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특히 1회 무사 1루에서 페라자가 병살타를 치며 흐름이 끊길 뻔한 상황에서 노시환의 안타 이후 안치홍의 기선 제압 홈런이 터졌다. 롯데 선발 애런 윌커슨과 8구 승부에서 바깥쪽 높게 들어온 시속 141km 커터 잡아당겨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5m, 시즌 6호 홈런. 한화의 3-0 승리와 4연승을 이끈 결승포였다.
경기 후 안치홍은 “연승에 힘을 보태는 홈런을 쳐서 기분이 좋다. 다른 건 생각 안 하고 최대한 불필요한 힘을 빼고 가볍게 치자는 생각으로 나가면서 최근 안타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대구 삼성전, 21일 대전 LG전에 이어 최근 3개의 홈런 모두 1회 2사에서 터뜨린 것에 대해선 “어려운 공들을 커트해 가면서 치기 좋은 공이 들어올 때까지 버틴다. 오늘(29일)도 그렇게 버티다 높은 쪽 커터가 들어와 홈런을 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경배 감독대행도 경기 후 “안치홍이 현재 100% 컨디션이 아님에도 베테랑으로서, 4번타자로서 제 역할을 해냈다”고 칭찬했다. 안치홍의 활약 속에 한화도 최근 8경기 7승1패로 반등하며 5위 NC와 격차를 3.5경기로 좁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