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파 1군 엔트리에서 빠졌던 박병호(삼성)는 선발, 전날 홈런을 때려낸 오재일(KT)은 벤치 대기다. 무슨 사연일까.
프로야구 KT 위즈 이강철 감독은 2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8차전에 앞서 ‘트레이드 이적생’ 오재일을 1군 엔트리에 등록하고, 좌완투수 성재헌을 말소했다.
KT는 지난 28일 두산전을 12-3 완승으로 마친 뒤 “삼성 라이온즈에 박병호(38)를 내주고 반대급부로 오재일(38)을 데려오는 1대1 트레이드에 합의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거듭된 부진과 함께 입지가 좁아진 박병호는 지난 주말 KT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 25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 4-2로 앞선 8회말 1사 2루 찬스에서 조용호의 대타로 등장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뒤 구단에 면담을 신청했고, 그 자리에서 웨이버 공시 등을 통한 방출을 요청했다. 적은 출전 시간과 좁아진 입지를 이유로 다른 팀을 찾아 나서겠다는 의도였다.
KT 나도현 단장은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토요일 방출 요청 이후 함께 가자는 의견을 잘 전달했는데 월요일 오전까지 선수 의지가 완강했다. 그래서 웨이버 공시 고민도 했지만 박병호 같은 레전드급 선수한테 방출은 아닌 거 같아서 몇몇 구단에 연락을 돌렸다. 그런데 삼성에서 28일 오후 관심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트레이드로 선수를 보내게 됐다”라고 트레이드 막전막후를 전했다.
박병호와 1986년생 동갑내기인 오재일은 2021시즌 삼성과의 4년 총액 50억 원 FA 계약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었다. 올 시즌 박병호와 마찬가지로 22경기 타율 2할3푼4리 3홈런 8타점 부진을 겪고 있었는데 트레이드를 통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현대, 히어로즈, 두산, 삼성에 이은 오재일의 5번째 팀이다. 오재일의 1군 통산 성적은 1408경기 타율 2할7푼5리 1172안타 207홈런 836타점이다.
29일 현장에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카드가 잘 맞아 트레이드가 잘 이뤄졌다. 트레이드를 하면 팀 성적이 오르더라”라며 “오재일을 만나 마음 편하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해줬다. 현재는 일단 문상철이 먼저 1루수로 나서지만 향후 기분 상하지 않게 잘 기용할 것이다. 오재일은 만루 찬스가 걸리면 여전히 무서운 왼손 거포다. 수비는 워낙 잘한다. 문상철과 함께 시즌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라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다만 오재일은 전날 대타 홈런포 가동에도 이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KT는 멜 로하스 주니어(우익수)-천성호(2루수)-강백호(지명타자)-문상철(1루수)-김민혁(좌익수)-황재균(3루수)-장성우(포수)-배정대(중견수)-김상수(유격수) 순의 선발 명단을 꾸렸다.
이 감독은 “오늘 올라와 피곤할 거라 사실 엔트리에도 등록하지 않으려 했는데 경기 후반부에 나갈 수 있다고 해서 등록했다”라며 “이제 본인이 하기 나름이다. 잘하면 1년 더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동안 보면 수원에서 잘 치는 거 같다. 두산 시절 홈런도 쳤던 기억이 있다. 좋은 기운이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오재일의 활약을 기원했다.
오재일은 “난 운이 좋은 사람이다. 착하게 살았기 때문이다. KT는 올라갈 것이다. 이제 우승해야 한다”라고 좋은 예감을 전했다.
한편 대구로 향한 박병호는 이날 키움 히어로즈전 선발 명단에 6번 지명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박병호는 지난 26일 허리 부상을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태였지만 사전 훈련에서 몸 상태에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으며 이적 첫날 데뷔전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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