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에서 KT 위즈로 이적하게 된 오재일이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에게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남겼다.
오재일은 두산 시절 원태인의 천적이었다. 타율 6할1푼5리(13타수 8안타) 5홈런 15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오재일이 2020년 12월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천적이 아닌 승리 도우미로 탈바꿈했다.
원태인은 오재일이 삼성으로 이적한 뒤 "소문은 많았는데 진짜 오실 줄 몰랐다. 삼성 유니폼을 입은 오재일 선배님의 사진을 보니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숨길 수 없을 정도였다"면서 "아마 오재일 선배님보다 제가 축하 메시지를 더 많이 받지 않았을까. 제게 친 만큼 베풀어주실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2020년까지 오재일만 만나면 고개를 떨궜던 원태인은 2021년 14승 7패(평균 자책점 3.06)를 거두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완성했다. 오재일의 삼성 이적이 원태인의 커리어 하이 달성에 한몫했다는 평가.
오재일이 KT로 이적하면서 원태인과 적이 되어 다시 맞붙게 됐다. 오재일은 28일 대구 키움전이 끝난 뒤 동료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정들었던 선후배들과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아쉬움에 눈물을 쏟아낼 뻔 했던 그는 원태인을 보자마자 장난 섞인 한마디를 던졌다. “넌 이제 죽었어. 얼마나 성장한지 한번 보자”.
주장 구자욱은 “재일이 형 덕분에 라팍에서 처음으로 가을 야구를 할 수 있었고 젊은 선수들도 많이 성장했다. 특히 그라운드 안팎에서 후배들을 정말 잘 챙겨줬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또 “재일이 형이 계속 타격감이 올라오고 있었는데 아쉽다. 새 팀에서 무조건 잘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오재일은 선수단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을 나오기 전 “삼성 라이온즈 선수라서 자랑스러웠다. 그동안 고마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