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7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현역 은퇴를 앞둔 ‘국민타자’ 이승엽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거물급 타자 영입을 추진했다.
삼성의 레이더망에 들어온 인물은 미네소타 트윈스 소속 박병호였다. 빅리그 진출 첫해인 2016년 62경기에 나서 타율 1할9푼1리(215타수 41안타) 12홈런 24타점에 그친 박병호는 2년 차 들어 트리플A에만 머물며 의욕이 저하된 상태였다.
삼성은 타향살이에 지친 박병호가 타자 친화형 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안방으로 사용할 경우 2년 연속 50홈런을 터뜨렸던 괴력을 다시 발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삼성은 박병호와 아주 친한 내부 관계자를 통해 박병호의 의사를 확인했고 박병호의 원소속 구단인 넥센과 트레이드를 논의했다. 성사 직전까지 갔으나 넥센이 마음을 돌리는 바람에 없던 일이 됐다.
만날 인연은 다시 만난다고 했던가. 박병호는 결국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됐다. 올 시즌 거듭된 부진과 함께 입지가 좁아진 박병호는 최근 구단에 면담을 신청했고 웨이버 공시 등을 통한 방출을 요청했다. 예년보다 출장 기회가 줄어들고 입지가 좁아졌다는 이유로 다른 팀을 찾아 나서겠다는 의도였다.
삼성은 28일 KT와 1대1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오재일을 내주고 박병호를 영입하는 조건이었다. 삼성은 트레이드 발표 직후 “팀에 필요한 오른손 장타자로서 팀타선의 좌우 밸런스를 공고하게 함은 물론 월등한 홈런 생산성이라는 장점을 펜스 거리가 짧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병호는 한국 프로야구의 리빙 레전드다. 성남고를 졸업한 뒤 2005년 LG 트윈스의 1차 지명을 받은 뒤 지난해까지 19년간 무려 380홈런을 터뜨렸고 에이징 커브가 의심되던 2022년 KT와 3년 30억 원 FA 계약 후 35홈런을 치며 통산 6번째(2012, 2013, 2014, 2015, 2019, 2022)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박병호는 당시 래리 서튼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의 2005년 최고령(만 35세) 홈런왕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리고 ‘통산 홈런 1위’ 이승엽 두산 감독(5회)을 넘어 역대 최다인 홈런왕 6회 수상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올 시즌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마음의 상처가 컸던 박병호. 새로운 무대에서 국민거포의 위용을 뽐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