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안경 에이스’ 박세웅(29)은 10시즌 통산 67승을 거뒀다. 데뷔 첫 팀이었던 KT에 통산 13승을 거두는 등 8개 팀을 상대로 5승 이상 고르게 수확했다. 그런데 딱 한 팀, 한화 상대로는 1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무려 8점대(8.51) 평균자책점으로 투구 내용도 좋지 않은데 한화의 홈구장 대전에서 최악의 투구를 하고 말았다.
박세웅은 지난 28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등판, 4⅔이닝 11피안타(1피홈런) 3볼넷 1사구 4탈삼진 10실점(9자책)으로 크게 무너졌다. 10실점은 개인 한 경기 최다 기록으로 종전 9실점(2016년 8월26일 잠실 두산전)보다 1점 더 많았다. 경기 전까지 3.59였던 시즌 평균자책점은 4.62로 한 번에 1점 이상 치솟았다.
1회말 시작부터 요나단 페라자에게 2루타, 안치홍에게 볼넷을 내준 박세웅은 채은성에게 적시타를 맞아 선취점을 허용했다. 롯데 타선이 3회초 3점득을 내며 역전했지만 3회말 페라자에게 좌월 솔로포를 맞았다. 2구째 시속 146km 직구가 바깥쪽 높게 들어가 비거리 110m 홈런으로 이어졌다.
4회를 삼자범퇴로 정리했지만 3-2 리드 상황에서 선발승 요건이 걸린 5회 순식간에 무너졌다. 선두타자 김태연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시작하더니 페라자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1루에 내보냈다. 노시환에게 좌전 안타를 맞으면서 이어진 무사 만루에서 안치홍을 투수 땅볼 유도하며 3루 주자를 홈에서 잡아냈다.
한숨 돌리는가 싶었지만 계속된 1사 만루에서 채은성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밀어내기 실점을 했다. 이어 이도윤에게 던진 2구째 몸쪽 직구가 깊게 들어가 몸에 맞는 볼. 연속 밀어내기 실점으로 역전을 허용하더니 와르르 무너졌다. 최재훈에게 1타점 중전 적시타, 황영묵에게 우측 2타점 2루타, 장진혁에게 2타점 우전 적시타, 김태연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순식간에 6점을 내줬다.
전부 다 슬라이더를 던지다 공략당했다. 직구보다 변화구 위주로 승부한 게 통하지 않으면서 집중타를 맞았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타자 일순이 된 뒤에도, 투구수 100구를 넘긴 뒤에도 박세웅을 빼지 않았다. 하지만 이닝 11번째 타자 페라자에게도 슬라이더를 던지다 중전 안타를 허용하자 한현희로 투수를 교체했다.
총 투구수 112개로 스트라이크 67개, 볼 45개. 스트라이크 비율(59.8%)이 60%를 넘지 못할 정도로 평소 박세웅의 제구가 아니었다.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50km, 평균 148km 직구(26개)보다 슬라이더(59개) 구사 비율이 두 배 이상 높았다. 커브(18개), 포크볼(9개)도 섞었지만 5회에만 무려 25개 슬라이더를 던지다 6안타 2볼넷 1사구로 8실점 빅이닝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로써 박세웅은 한화전 통산 17경기(16선발·80⅓이닝) 1승9패 평균자책점 8.51을 기록하게 됐다. 한화전을 제외한 통산 평균자책점은 4.32. 나머지 8개 팀을 상대로는 4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으로 막았지만 한화만 만나면 말도 안 되게 무너졌다. 지난 2022년 4월20일 사직 경기에서 7⅓이닝 5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한화전 첫 승을 거두기 전까지 7연패를 당했고, 다시 2연패에 빠졌다. 특히 대전 원정에선 9경기 8패 평균자책점 9.00으로 더 좋지 않았다.
참으로 기이한 천적 관계가 아닐 수 없다. 박세웅 정도 되는 투수가 특정팀한테 이렇게 약한 것도 놀라운데 그 팀이 수년간 하위권을 맴돈 한화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10년 사이 선수 구성도 많이 바뀌었는데 천적 관계가 좀처럼 청산되지 않는다. 현재 한화 선수 중 박세웅 상대 5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중 장진혁(.667), 정은원(.462), 하주석(.385), 노시환(.375)이 고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28일 경기에선 정은원과 하주석이 없었지만 처음 만난 페라자에게 홈런 포함 3타수 3안타로 집중 공략당했다. 이 정도 천적 관계라면 앞으로 한화전 등판을 가급적 피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날 등판 전까지 박세웅은 2년, 57경기 동안 한화를 상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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