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팀의 베테랑 중심타자가 팀보다 개인을 우선시하며 살 길을 찾아 나선 KT 위즈. 선수단 동요는 없을까.
프로야구 KT 관계자는 28일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박병호가 지난 주말 구단에 방출을 요청했다. 박병호의 거취와 관련해 구단 내부적으로 여러 방면의 검토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박병호는 지난 25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4-2로 앞선 8회말 1사 2루 찬스에서 조용호의 대타로 타석에 등장했다. 달아나는 쐐기 타점이 필요한 순간이었지만 박병호는 키움 오석주 상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역할을 하지 못했다.
KT 관계자에 따르면 박병호는 25일 경기가 끝난 뒤 구단에 웨이버 공시 등을 통한 방출을 요청했다. 적은 출전 시간과 좁아진 입지를 이유로 다른 팀을 찾아 나서겠다는 의도였다.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기사에 나온 그대로다. 딱 그 상황이다. 본인이 방출을 요구했고 그 이외 진행 상황은 듣지 못했다. 구단이 생각 중이라고 하더라.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여기까지다”라고 말을 아꼈다.
KT는 시즌 초반 방황을 끝내고 최근 6경기 5승 1패 상승세를 타며 마법의 여정을 써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박병호의 충격적인 방출 요청이 터졌고, 이로 인해 자칫 팀워크에 문제가 생기지 않겠냐는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감독은 “동요는 없어 보인다. 우리 선수들 멘탈이 원래 강하다”라고 웃으며 “두산, KIA를 만나는 이번 주만 잘 버티면 될 거 같다. 윌리엄 쿠에바스가 나가는 화요일, 일요일은 꼭 이겼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국민거포’ 박병호는 한국프로야구 홈런 부문의 살아있는 역사다. 200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 1차 지명을 받은 뒤 지난해까지 19시즌 동안 무려 380홈런을 쏘아 올렸고, 에이징 커브가 의심되던 2022년 KT와 3년 30억 원 FA 계약 후 35홈런을 치며 통산 6번째(2012, 2013, 2014, 2015, 2019, 2022)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박병호는 당시 래리 서튼 전 롯데 감독의 2005년 최고령(만 35세) 홈런왕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리고 ‘통산 홈런 1위’ 이승엽 두산 감독(5회)을 넘어 역대 최다인 홈런왕 6회 수상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박병호는 FA 계약 마지막해를 맞아 44경기 타율 1할9푼8리 3홈런 10타점 장타율 .307 출루율 .331의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4번타자, 국민거포라는 별명에 걸맞지 않게 득점권 타율 또한 1할3푼9리로 상당히 저조한 터. 시즌에 앞서 “KT에서 꼭 우승반지를 차지하겠다”라는 각오를 밝힌 것과 달리 급격히 기량이 쇠퇴했고, 만년 대타 요원에게 자리를 내주기까지 이르렀다. 현재 KT의 4번타자 1루수는 시즌 타율 3할7리 9홈런 21타점의 문상철이다.
박병호는 결국 지난 26일 허리 통증을 이유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이는 부상보다 거취 문제로 불거진 엔트리 변화에 가까웠다. KT 관계자는 “현재 박병호 거취와 관련해 선수 설득, 웨이버 공시, 트레이드 등 다방면으로 검토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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