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억 원에 잔류시킨 FA 유격수의 타율이 3할5푼7리, OPS가 1.026에 달한다. 김상수가 부상 이탈한 사이 신본기가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롯데 자이언츠 시절 이후 제2의 전성기를 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수원 키움 히어로즈전의 MVP는 단연 신본기였다.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4안타 2타점 1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3연승이자 키움전 6연승을 이끌었다. 3회말 중전안타, 5회말 우전안타로 일찌감치 멀티히트를 달성하더니 6회말 2사 3루와 8회말 2사 2루에서 연달아 1타점 적시타를 때려내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신본기의 한 경기 4안타는 롯데 시절이었던 2019년 4월 17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 이후 1865일 만이었다.
KT 이강철 감독은 “신본기가 4안타를 기록하는 등 공수에서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라며 “요즘 너무 잘해주고 있다. 수비면 수비, 방망이면 방망이 모두 좋다. 어떻게 보면 (김)상수보다 더 잘 쳐줬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본기는 경남고-동아대를 나와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 2라운드 14위로 프로의 꿈을 이뤘다. 롯데에서만 706경기를 뛴 원클럽맨이었던 그는 2020년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부산을 떠나 수원KT위즈파크에 입성했다. 신본기는 경험이 풍부한 멀티 내야수답게 이적 후 주전들의 부상 공백을 훌륭히 메웠고, 2021년 한국시리즈 3경기에 출전해 생애 첫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다.
신본기는 2022시즌을 마치고 마침내 생애 첫 FA 자격을 획득했다. 하필이면 예비 FA 시즌 성적이 74경기 타율 1할대에 머무르며 협상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2023년 1월 원소속팀 KT와 1+1년 총액 3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2023시즌 40경기 타율 2할4리의 저조한 기록에도 구단의 배려 아래 ‘+1’ 계약 연장까지 이뤄냈다.
KT로 둥지를 옮긴 뒤 줄곧 백업을 맡았던 신본기는 주전 유격수 김상수가 이달 초 대퇴 이두 미세 손상으로 부상 말소되며 마침내 기회를 얻었다. 신본기는 이를 놓치지 않고 시즌 34경기 타율 3할5푼7리 3홈런 15타점 2도루 12득점 OPS 1.026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득점권 타율 또한 3할8푼9리에 달한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4할3푼5리.
최근 현장에서 만난 신본기는 “(잘 치는) 요인을 잘 모르겠다.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나만의 템포대로 그냥 평소와 똑같이 준비했다”라며 “그런데 이게 야구인 거 같다. 운도 많이 작용했고, 나갈 때마다 좋은 결과가 나온다. 예전에 준비를 잘못한 것도 아니고, 또 올해 준비를 잘한 것도 아니다”라고 덤덤한 태도를 보였다.
그래도 직업이 야구선수인지라 백업보다는 주전이 출근길을 훨씬 즐겁게 만드는 건 사실이다. 신본기는 “벤치에 앉아있는 것보다 이렇게 그라운드에 나가서 많이 뛸 수 있으니까 그 부분은 즐겁다. 2군에 있는 것보다도 훨씬 좋다. 지금 팀 성적이 좋지 않은데 팀 성적마저 좋아지면 더 즐거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1+1년 FA 계약의 마지막 해라는 요인도 동기부여가 될까. 신본기는 “지난 번 FA 계약할 때 깨달은 게 너무 그런 부분에 매달리고, 그 한해에 많은 걸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말렸던 것 같다. 이제는 오늘, 그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하루를 충실히 보내자는 각오다. 내년 새로운 계약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라고 성숙한 마인드를 뽐냈다.
이 감독은 26일 3주의 재활을 마친 김상수를 1군 엔트리에 등록했지만 그날 키움전(우천 취소) 9번 유격수는 신본기의 차지였다.
신본기는 “(김)상수가 부상을 당한 뒤로 많이 나가게 됐는데 나갈 때마다 상수 빈자리가 안 느껴지도록 열심히 했다”라며 “이제 상수도 건강한 몸으로 돌아왔으니 상수도 자기 역할을 해야 하고, 나 또한 역할이 있다. 매 순간 집중해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고 김상수와의 시너지효과를 향한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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