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후 뺑소니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김호중의 구속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관건은 증거 확보다.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자신이 몰던 차로 반대편 도로에 멈춰 있는 택시를 들이받고 달아났다. 사고 후 김호중의 매니저는 경찰서를 방문해 자신이 김호중의 차량을 운전했다고 자수했지만 17시간 뒤 경찰조사를 받은 김호중은 추궁 끝에 자신이 운전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 과정에서 김호중과 소속사 측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은 사고 발생 전 김호중이 술을 마신 정황을 포착했고 뺑소니 혐의를 비롯해 증거 인멸, 범인 도피 교사, 음주 운전 혐의까지 확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김호중은 지난 18-19일 예정된 콘서트를 진행한 뒤에서야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은 김호중에게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상·위험운전치상,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 방조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 김호중의 소속사 이광득 대표는 사고 뒤 김호중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지시했고, 본부장은 김호중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걸로 알려져 범인도피 교사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혐의를 받고 있는 김호중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광득 대표와 본부장 역시 같은 사유로 구속됐다.
이제 경찰은 27일부터 열흘간 구속 수사를 벌인다. 남은 기간 동안 김호중의 음주운전 여부를 입증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김호중이 뒤늦게 음주운전을 실토했지만 17시간 뒤 조사를 받은 까닭에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라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황. 목격자와 동석자가 김호중이 술을 마셨다고 진술한 만큼 이를 뒷받침 할 확실한 증거 확보가 필수다.
앞서 김호중은 휴대전화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하다 3대가 압수되자 비밀번호를 경찰에 알려주지 않았다. “사생활이 담겨 있어서 비밀번호를 제공할 수 없다”는 것. 버티기에 들어간 걸로 보이는 이 상황에서 경찰은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기 전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와 다양한 루트를 통해 김호중과 소속사 관계자들의 범죄 유무를 파악할 계획이다.
지난 24일 방송된 ‘궁금한 이야기Y’에서 김국진 변호사는 “피해자를 구호한 후 조처를 하지 않고 도주한 경우에는 도주치상죄에 해당될 수 있다. 정상적 상태에서 운행할 수 없음에도 차량을 운행해 사람을 다치게 했으므로 특정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위험운전치상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라며 "허위 자수한 매니저한테는 범인도피죄가 성립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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